[트럼프 스톡커] 지금도 싸다는 ‘삼전닉스’, 美 투자 광풍 분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4. 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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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00>
삼성·SK하이닉스, 1분기 나란히 초대박 실적
美소형사 ETF에 2주 만에 1.5조원 자금 몰려
AI發 메모리 공급난, HBM 확대 슈퍼사이클
“이익 대비 주가 싸”...20조 ADR 상장도 관심
진입장벽 효과 톡톡...노조 파업 이슈도 주목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연합뉴스

최근 메모리반도체 공급난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자랑하자 미국 월가에서도 이들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수조 원의 개인 자금이 몰리는가 하면 실적에 비해 아직도 주가가 싸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슈퍼사이클(초호황 주기)이 앞으로 최소 2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 자금도 당분간 상당 부분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1분기 초대박 실적...미국 ETF, 2주 만에 1.5조 자금 몰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메모리 업종 테마 펀드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17일까지 단 10거래일 만에 총운용자산(AUM) 규모를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이상으로 늘렸다. 이 ETF는 나아가 21일까지 AUM을 3000억 원가량 더 늘려 12억 2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로 불렸다. 상장 당시 이 ETF의 AUM이 25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성적을 거둔 셈이다.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미국의 소형 자산운용사인 라운드힐이 운용하는 펀드다. 21일 기준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26.9%, 23.4%씩 투자해 두 종목의 비중만 50.3%에 달한다.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거래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ETF와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이다. 라운드힐은 2018년 설립돼 현재 직원이 12명에 불과한 회사다.

WSJ은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상장 당시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했고 주요 초기 자금 투자자도 없이 출범했다”며 “그런데도 2주가 채 안 되는 기간에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모았고, 이는 소규모 자산 운용사로서는 전례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데이브 마자 라운드힐 최고경영자(CEO)도 “솔직히 말해 이 ETF가 열흘 안에 이렇게 범접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놀랐다.

라운드힐 메모리 ETF가 출시 초기부터 월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두 회사가 메모리반도체 공급난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올 1분기 133조 원의 매출과 57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8%, 75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실적 43조 6000억 원을 단 한 개 분기 만에 갈아치운 셈이 됐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거대 기술 기업인 구글의 이익 예상치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23일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 매출액은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은 37조 610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5.5%, 198.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9조 1696억 원보다도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전 세계 제조업 가운데 유례가 없는 수준인 72%를 달성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보다 19조 4000억 원이 늘어난 54조 3000억 원으로 불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기반시설(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 강세가 계속됐다”며 “HBM,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증가한 점이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I發 호실적 행진에 1년 예상 실적 PER 10배 미만...하반기 20조원어치 ADR 상장도 관심

월가에서는 두 회사의 주가도 가파르게 오름에도 미국 개인들이 마땅히 주식을 살 방도가 없던 상황에서 라운드힐 메모리 ETF가 투자의 물꼬를 터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21일 X(옛 트위터)에 “충격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며 “신생 펀드치고는 미친 거래량이고 가장 저평가된 AI 공략”이라고 평가했다.

실적에 비하면 아직도 주가가 싸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메모리반도체 기업 주식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우면서도 여전히 가장 저렴한 주식 가운데 하나”라고 호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8월말 이후 세 배로, SK하이닉스는 네 배로 각각 폭등했다”면서도 “마이크론과 같은 경쟁사도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들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10배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받는 이유를 반도체 업종 특유의 업황 주기를 들었다. 주기적인 공급 과잉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추가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분석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낙관론자들은 ‘AI가 슈퍼사이클의 전례 없는 수요를 이끌고 있어서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주장하지만 비관론자들은 ‘사이클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재된 상태일 뿐’이라고 반박한다”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를 겨냥한 SK하이닉스의 뉴욕 증시 상장 계획도 월가의 관심거리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신청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5일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전체 주식의 2~3% 정도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96억~144억 달러(약 14조~21조 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자금은 경기 용인 클러스터와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제조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기존 자사주가 아닌 신주를 발행하는 식으로 ADR을 상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이 필수적”이라며 100조 원 이상의 순현금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당장 대체 불능’ AI 생태계 최하단 메모리, 당분간 호황...삼성 노조 파업 이슈도 주목

지난 23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공장 앞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성과에 걸맞은 보상안을 내놓으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AI 생태계의 사실상 최하단에 존재하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것은 다른 업종과 달리 이 분야의 진입 장벽이 유독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축적된 기술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외하고는 HBM 등 고사양 칩을 공급할 역량을 갖춘 업체가 거의 없는 상태다. 미국 반도체 재건을 꿈꾸는 인텔이나 중국 업체들의 기량도 상위 3개 회사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친다.

이는 구글·오픈AI·메타·앤스로픽·xAI 등이 경합하는 AI 모델 시장,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오라클·아마존 등이 치고받는 AI 플랫폼·클라우드 시장 등과는 상당히 다른 구조다.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거래 대상인 AI 관련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엔비디아·브로드컴·AMD 등이,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는 TSMC·삼성전자 등이 현재 주요 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이달 들어 23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 7810억 원, SK하이닉스를 1조 6098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순매수한 금액이 4조 6981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72.2%의 자금을 두 종목에만 집중한 셈이다. 2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22만 4500원, SK하이닉스는 122만 5000원이다.

CNBC도 22일 SK하이닉스의 기록적인 1분기 실적을 전하면서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선도적 리더십으로 핵심 공급업체가 되면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라이벌들보다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CNBC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D램 매출 1위를 되찾았지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7% 점유율로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며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제조 능력에 부담을 주면서 전 세계 반도체 웨이퍼 부족 현상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최 회장은 웨이퍼 공급 확대까지 최소 4~5년이 걸릴 것이고 그 동안 부족분이 20%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BC는 또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D램 시장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두 분기 연속 30%대 성장을 기록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은 HBM 수요 급증으로 제조 능력이 제한된 효과로 촉진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노동조합 문제도 월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AP통신은 23일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사업장에서 삼성전자 직원 수천~수만 명이 실적에 걸맞은 보상을 하라고 회사에 요구하는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경영진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만약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하루 손실이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에 월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당분간 힘을 받을 공산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황 주기가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회의론이 언제부터 확산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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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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