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듯 상선 나포…‘압박 한계치’ 시험하는 미·이란
트럼프 “호르무즈 기뢰 설치 선박에 사격 명령”…협상 변수만 늘어

미국의 휴전 연장 발표로 미·이란 간 공중전은 멈췄지만 해상에서 충돌하고 있다. 양측이 잇달아 선박을 나포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협상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엑스에서 “인도양 인도·태평양사령부 작전구역 내에서 이란 석유를 운반하던 제재 대상 무국적 선박 마제스틱X호에 대한 해상 차단 및 방문권 행사 승선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마제스틱X호는 나포 당시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인도양에 있었으며 중국 저우산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미국은 이란 선박에 대한 통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군이 최근 며칠간 아시아 해역에서 최소 3척의 이란 국적 유조선을 차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군은 이들 선박을 인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근 해역에서 우회시켜 다른 해역으로 유도했다. 19일에는 미 해군이 오만만에서 이란으로 향하던 대형 컨테이너선을 나포했고, 인도·태평양 해역에서도 이란과 연계된 제재 선박을 나포하는 등 해상 통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배에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해군의 기뢰 제거함들이 현재 해협에서 기뢰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이 활동을 3배로 강화해 계속하도록 명령한다”고 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22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3척에 발포하고 그중 2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IRGC는 “해당 선박들은 허가 없이 운항하며 반복적으로 위반 행위를 하고, 항행 보조 시스템을 조작하며 은밀하게 해협을 빠져나가려 시도함으로써 해양 안보를 위협했다”고 했다. IRGC는 “이스라엘 정권 소속인 MSC프란체스카호와 에파미노데스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해당 선박들이 각각 파나마와 라이베리아 국적 선박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나포한 건 처음이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이란군이 상선에 접근해 나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란군은 고속정을 타고 배에 접근한 뒤 사다리를 이용해 갑판으로 올라갔고, 복면을 쓴 군인들이 선박을 수색했다.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은 항상 대화와 합의를 환영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약속 위반, 봉쇄, 위협이 진정한 협상의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이란 간 해상 충돌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 이란 담당 국장은 “해상에서 미국과 이란 모두 긴장을 완화하기보다는 강압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봉쇄가 지속하는 한 모든 차단 조치, 경고 사격, 선박 나포 등은 갈등이 다시 확대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휴전 협상에 대해 “시간적 압박은 없다”며 “정해진 시한도 없다”고 했다. 산적한 협상 변수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 문제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공격,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견이 주요 쟁점이다.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엑스에 “시온주의자들의 전쟁 행태가 모든 전선에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과 걸프 국가의 지도자들은 평화 협정이 신속하게 체결될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란 핵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배시은·윤기은·김희진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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