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악재에도 1분기 1.7% 깜짝 성장…반도체가 절반 이끌었다
"반도체 제조업 성장 기여도 55%"
"전쟁 영향, 2분기 본격화"...낙관 일러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5년 6개월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중동 리스크가 실물 경제에 본격 반영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 5.1% 늘며 성장 견인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당초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0.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0.2%로 역성장을 기록한 뒤 2분기 0.7%, 3분기 1.3%로 반등했지만 4분기 다시 -0.2%로 후퇴했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대외 악재에도 올 들어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무엇보다 비수기인 1분기에도 반도체 등 IT 품목 수출이 5.1% 늘며 이번 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순수출(수출-수입)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 호황으로 제조용 기계 투자와 반도체 공장 증설 등 기업 투자가 늘면서 설비투자(4.8%)와 건설투자(2.8)도 직전 분기(각 -1.7%·-3.5%) 대비 증가로 전환해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각각 0.4%포인트와 0.3%포인트씩 끌어올렸다. 민간소비는 0.2%포인트 기여했으나, 정부소비(0%포인트)는 영향이 없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반도체 제조업 기준으로 봤을 때 성장 기여도가 절반이 조금 넘는 55%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업을 제외하면 1분기 성장률이 1.7%에서 절반 이상 낮아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전쟁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
한은은 1분기엔 전쟁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까지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이어지면서 실물 지표에 미친 충격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쟁 영향은 시차를 두고 2분기 이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국장은 "중동 전쟁으로 물가는 상방 압력, 성장은 하방 리스크가 커졌지만 수출 호조는 이어지고 있다"며 "4월 소비자심리는 악화됐지만 신용카드 사용 등 실제 소비 지표에서는 아직까지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충격과 긍정적 요인 중 어느 쪽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성장 흐름이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2분기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2분기에는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미국·이란 전쟁 영향이 중첩되며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간 성장 전망은 중동전쟁 전개 양상 등 높은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병희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기 높은 성장률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했느냐는 질문에 "전쟁 영향이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여 추경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신주희 기자 snowcarf2001@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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