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도 1분기 1.7% 성장…소비가 버텨주고 반도체가 견인

김가윤 기자 2026. 4. 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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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두달 가까이 지속 중인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에도 우리 경제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0.9%)를 크게 웃돈 것은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산업 초호황의 영향이 컸다.

23일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올 1분기 우리 경제 실질 성장률(1.7%·속보치)의 절반 이상(0.85%포인트 이상)은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이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1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 후 반등한 2020년 3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2.2%) 이후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이 예상한 1분기 성장률(0.9%)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3.6%)도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 반도체 등 아이티(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5.1%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수출부문 외에도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깎아 먹었던 설비투자(전분기 대비 4.8%)와 건설투자(2.8%)가 증가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건설투자도 반도체 공장 증설 등의 영향이 컸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가 견조한 회복 흐름을 보이며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입이 늘었지만 수출이 더 크게 늘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2월 말에 발발한 중동 전쟁은 1분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3월까지 순차적으로 원유 수급이 이뤄졌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소비 저하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0.5% 증가해, 4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민간 소비가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반도체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전쟁이 우리 성장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2분기에 본격화 할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중동발 소비 위축에 대응하는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본격 집행되는 효과가 하방 압력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우리 경제의 이번 2분기 성장률 전망치로 -0.3%~+0.6%까지 큰 편차로 전망하고 있다. 1분기 ‘깜짝 성장’과 달리 2분기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셈이다. 한은은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주식거래량 증가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2분기에 성장률을 지탱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우리 경제가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7.5% 증가하면서 3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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