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쌍끌이’…1분기 韓성장률 1.7%, 5년6개월만 최고

[대한경제=김봉정 기자]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꾸준한 반도체 수출 호조에 더해 투자 부문 회복세에 힘 입어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전 분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성장률 제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7% 증가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예상을 깨고 수치상 지난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과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 수출은 앞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건설 및 설비투자 증가가 ‘깜짝’ 성장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5.1%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투자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전분기 -3.5%에서 2.8%로 증가 전환하며 모처럼만에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했다. 설비투자 또한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분기(-1.7%) 감소에서 벗어나 4.8% 증가로 급반등했다.
한은은 예상을 뛰어 넘는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웃돈 배경으로, 반도체와 건설투자를 지목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반도체 업황이 좋을 거라고는 다들 예상을 하고 있었고, 실제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연간 실적을 상회하거나 육박한 수준을 보였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좋아질지는 초반에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요인을 뽑는다면, 건설투자 부문인데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좋게 나온 측면이 있다”며 “건설투자 같은 경우는 작년 9월부터 정부에서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했었고 그에 따라 공공주택 착공이 늘어났다. 그동안 공사비 문제로 재개발 사업장이 좀 늦어졌었는데 일부 지역에서 공사비가 타결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건설투자의 추세 자체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아직 작년 1분기 수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공사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건설투자 부문에 대해서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동 전쟁의 영향도 일단 1분기에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은 “전쟁은 2월 28일에 발발했지만 3월 하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선박이 들어왔다”며 “1분기 90일 중 영향을 받은 기간은 열흘 정도로 보면 된다. 한마디로 1분기에 미친 중동 전쟁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향후 중동전쟁의 여파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크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 국장은 “중동 전쟁 영향으로 물가는 상방 압력이 커졌고 성장은 하방 압력이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부정적 영향과 반도체 수출 호조, 정부 정책 효과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2분기와 연간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 가격 상승으로 기업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 설비투자를 자극할 수 있고 임금 상승이나 법인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의 부정적 영향과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긍정적 영향 중 어느 것이 더 클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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