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선거구 재조정 역풍...민주당, 하원 탈환 청신호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4. 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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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집무실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한 선거구 재조정(게리맨더링) 전쟁이 최근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되며 공화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1일 치러진 버지니아주 국민투표에서 연방 하원 선거구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재조정하는 안이 통과됐는데 이번 결과로 기존 민주당 6석, 공화당 5석이던 버지니아주 연방 하원 의석 분포가 민주당 10석, 공화당 1석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기존 공화당 하원 의석 4석을 빼앗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트럼프의 선거구 재조정 압박, 공화당에 자충수로

이번 사태는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텍사스주 공화당에 선거구 재조정을 압박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와 유타에 이어 버지니아에서도 민주당이 의석수를 늘리거나 공화당의 기존 획득분을 상쇄하는 결과를 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게리맨더링 시도가 오히려 공화당에 역효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감을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2일 트루스소셜에 “어젯밤 조작된 선거가 일어났다”며 “하루 종일 공화당이 이기고 있었고 분위기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으나, 마지막에 대규모 우편 투표용지 뭉치가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국민투표의 문구가 의도적으로 혼란스럽게 작성되었다며 “뛰어나게 똑똑한 나조차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현재까지 우편투표 등 선거 과정에서 광범위한 조작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당의 무덤 중간선거…공화당 하원 패배 가능성 고조

버지니아 선거구 재조정 확정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수성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하원 의석을 잃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2차 대전 이후 여당이 하원 의석을 늘린 사례는 탄핵 역풍이 불었던 1998년(빌 클린턴)과 9·11 테러 이후인 2002년(조지 W 부시) 단 두 번에 불과하다. 모두 전례 없는 정치적 특수성이 작용한 것이다.

현재 연방 하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217석, 민주당 212석, 무소속 1석으로 양당 격차가 매우 근소하다. 선거구 재조정 변수나 이란 전쟁 같은 대외 안보 이슈가 없었더라도 이미 여당인 공화당의 패배 예측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이번 버지니아 선거구 재조정 결과는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에 쐐기를 박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임위 독식 민주당...트럼프 탄핵 가능성도

미국 연방 하원은 단 1석이라도 과반을 차지하는 다수당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다.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경우 해당 정당이 하원 내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독식한다. 이는 다수당이 상임위의 소환장 발부권과 의사일정 결정권을 온전히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남은 2년의 임기 내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청문회와 사실상의 국정조사를 강행할 수 있다.

나아가 하원 다수당은 단독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가결할 수 있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최종 인용되려면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실제 파면으로 이어질 확률은 희박하지만, 하원에서의 탄핵 가결 및 정국 주도권 상실 자체만으로도 행정부의 국정 동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주자마자 이듬해인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임기 말인 2021년 의사당 점거 사태로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안이 가결되는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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