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기여도 따라 나토 회원국 '응징' 명단 만들었다"

문재연 2026. 4. 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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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거부 보복 시동거나
트럼프, 한국·일본에도 불만 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 지원에 비협조적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응징하기 위해 기여도를 분류한 명단을 마련했다고 미 일간 폴리티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유럽 외교관 3명과 미 국방부 관계자 1명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달 초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방문을 앞두고 전쟁 기여도에 따라 나토 회원국들의 동맹 등급을 나눈 명단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일종의 '착한(nice)' 동맹국과 '나쁜(naughty)' 동맹국으로 나눈 분류표라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또다른 신호"라며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 추진부터 나토 완전 탈퇴 경고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동맹에 새로운 압박 요인이 더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통행을 위해 군함 지원을 요청했으나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3월 15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비협조 동맹국들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지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선 유럽 주둔 미군의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협조적인 국가에서 협조적인 국가로 미군 병력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배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 지원에 비판적이었던 나토 회원국들과의 합동 군사훈련이나 무기 판매를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앞서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 등은 미국의 이란 전쟁 지원 요청을 거부하거나 결정을 미뤘다. 반면 루마니아와 독일 등은 미국이 자국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불가리아 등 일부 국가는 중동에서 미국의 군수 지원을 물밑에서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이렇게 동맹국을 응징하는 전례는 거의 없다. 미 의회에서는 이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당·미시시피)은 전날 미군의 인도·태평양 배치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미국 지도자들이 우리 동맹을 비웃는 듯한 어조로 얘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동맹으로부터 얻는 수많은 정치적·전략적·도덕적 이익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른 동맹 위기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2023년 핀란드의 나토 가입 업무를 담당했던 전 핀란드 관료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 팀은 스스로 자초한 수렁에서 빠져나오느라 바쁘다"며 "전쟁이 계속되는 한 유럽과 또 다른 적대적 전선을 열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을 포함한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의 국가들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군함을 보내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미·이란 전쟁에 동참하는 국가는 없자 17일 돌연 "우리는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필요 없었다!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썼다. 다만,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국방비 예산 증액에 부응하고, 자체 역량 강화 및 지역안보에 있어서 1차적 책임을 지기 위해 미국과 '핵·재래식 통합(CNI) 전략'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이 때문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해 12월 연설에서 한국을 이스라엘, 폴란드, 발트3국 등과 더불어 '모범 동맹'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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