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베트남 도시철도 수출 성공…李 “양국 인프라서 최고 수준 협력”
베트남 원전·전력망 등 韓기업 진출 교두보
12건 MOU…의약품·육류시장·인프라 망라
신도시·신공항도…베트남 국가개조사업 참여
또럼 “반도체 등 우선분야 韓 기업 투자 확대 환영”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하노이 주석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내일(23일) 베트남 호찌민시 도시철도에 대한 한국의 철도차량 수출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은 1억 1000만 달러(약 1573억 원) 규모의 호찌민 메트로 2호선 철도차량 수출 계약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철도차량 수출을 계기로 원전과 전력망, 대형 인프라를 아우르는 전략 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베트남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산업 고도화 대응을 위해 기저전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역시 원전·전력 인프라 산업의 해외 진출 시장을 넓혀야 하는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 의지를 한층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두 정상은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 불안정성 속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밝힌 ‘최고 수준의 협력’의 핵심 축으로는 원전을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가 꼽힌다. 이날 양국 정부가 체결한 12건의 양해각서(MOU) 가운데 원전 개발, 원전 프로젝트 금융, 전력 인프라 분야 MOU는 향후 베트남 전력망과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한국 기업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닌투언 지역에 원전 단지 2곳, 총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00억~250억 달러(약 29조~37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양국이 체결한 원전 프로젝트 금융 MOU는 베트남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한국이 단순 시공을 넘어 장기 운용과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도 베트남 진출은 동남아시아 원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추가 대형 원전 수출 실적이 필요한 한국에 베트남은 현실적인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개발·운영), 현대건설·삼성물산(시공), LS·효성(송배전) 등 주요 기업의 베트남 진출 기회는 물론 한국 금융회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참여까지 기대된다.
이날 체결된 전력 인프라 및 물 안보 협력 MOU도 주목된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력망 현대화와 송배전 시스템 고도화 등 발전 인프라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수력, 담수화, 폐수 재활용 등 물과 에너지를 결합한 융합 산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어서다. 원전과 전력망, 물 관리까지 포괄하는 형태의 패키지 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또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 안전성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K의약품의 베트남 수출은 연간 1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 위생 및 검역 협력 MOU도 함께 체결돼 11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베트남 육류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베트남의 ‘국가개조전략’ 핵심 사업인 동남 신도시와 자빈 신공항 등 국책 인프라 사업에 대해서도 협력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8월 국빈 방한한 럼 서기장과 합의한 2030년 교역 규모 1500억 달러 확대 목표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베트남의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 비전 실현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물류·교통·에너지·인프라 등 전통 산업은 물론 과학기술, 지식재산, 창조 산업 등 미래 산업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도 “베트남 기업이 한국 기업의 생산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베트남은 인프라 개발, 스마트시티,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구축, 원전, 스마트항만 및 차세대 항만 건설 등 우선 분야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2건의 MOU 가운데 하나로 체결된 과학기술 혁신 협력 마스터플랜은 이 같은 개별 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기술이전, 스타트업 협력 등을 포함해 단발성 수주를 넘어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구상이 담겼다는 평가다.
하노이=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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