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 안보 협력·자금 지원 중단···‘친이란 민병대 통제’ 압박

이라크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은 미국이 이라크 정부에 민병대 통제를 요구하며 안보 협력과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미· 이란 전쟁 국면에서 이라크에 이란과 거리를 두라는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이라크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 안보 기관에 대한 협력과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IS) 등을 겨냥한 합동 대테러 작전과 이라크군 훈련 지원 등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미 성향 중동 매체 알후라는 전날 미국이 이라크 주재 자국 대사관 공격에 대한 불만으로 이라크에 달러 지원과 고위급 안보 협의 중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에스마일 가니의 이라크 방문 이후 이뤄졌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 내 자국 외교·군사 시설이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은 데 항의해왔다. 지난 9일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주미 이라크 대사를 소환해 공격을 규탄했다.
2003년 이라크 점령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조직된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으로부터 훈련 및 무장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가보안군에 편입됐지만, 일부 강경파는 여전히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 국무부는 지원 중단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이익에 대한 공격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 정부가 이란 연계 민병대를 해체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미국이 이라크의 새 정부 구성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의 안보 고문인 후세인 알라위는 미국이 지원 중단 기간을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로 전달해왔다고 NYT에 밝혔다. 이라크는 총리 지명을 둘러싼 집권 시아파 연합 내부 갈등으로 총선 이후 5개월 넘게 임시 정부 체제가 지속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란처럼 시아파가 다수인 국가로 친이란 시아파 정당이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누리 알말리키 전 이라크 총리가 재집권하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알말리키 전 총리는 “이라크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 총리를 지낸 그는 2006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집권했지만, 재임 기간 이란과 밀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란도 이라크의 새 정부 구성을 지켜보고 있다. 가니 사령관은 “총리 선출은 전적으로 이라크 국민의 결정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듯 “외부 세력, 특히 ‘반인도적 범죄자들’은 이라크 내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동 기반 지정학 리스크 자문업체 지오폴랩스의 설립자 람지 마르디니는 이번 조치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 압박은 독립적 무장 세력이 존재하는 이라크에서 ‘국가’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친이란 민병대 세력이 군사·정치·경제 제도에 깊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지도자들이 민병대를 축출하려 할 경우 국가 붕괴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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