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쿠팡·하이브’ 내정간섭, 정부 분명히 선그어야

미국 정부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법적 안전을 포함한 쿠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안보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최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출국금지 상태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직접 경찰에 보냈다고 한다.
미 정부·의회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에 대해 ‘미국 기업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며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한국이 꿈쩍하지 않자 쿠팡 문제를 한·미 정상 간 통상·안보 합의에 따른 후속 안보 협상과 연계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쿠팡 사태가 쿠팡과 미국 요구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희망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방 의장은 2019년 ‘주식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하이브를 상장해 19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혐의로 출국금지돼 있다. 미국은 오는 7월4일 미국 독립기념 250주년 기념행사 참석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지원 등을 위해 방 의장 출국을 허용해달라고 하지만 이 역시 과도한 요구다. 미 대사관이 수사 중인 피의자의 출국 문제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외교경로가 아닌 경찰에 직접 요청한 것도 선을 넘는 행태다. 경찰은 지난 21일 방 의장에 대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미국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국 내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느 나라 기업이든 공정하게 수사를 받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쿠팡이 한국에서 돈을 벌며 미국 기업 행세를 하는 것도 가당치 않지만,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라고 봐준다면 역차별 논란을 부르게 될 것이다. 방 의장의 경우도 자본시장을 교란한 중대범죄 혐의자일 뿐이다. 미국이 한국의 사법주권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동맹국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며,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만들 뿐이다.
지금 미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언급이 기밀 누설이라며 대북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선 안 된다”며 이재명 정부의 조속한 전환 추진을 견제했다. 안보 현안은 한·미가 동맹과 안보의 관점에서 입장을 조율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발생한 기업의 불법·위법 행위는 한국 사법 시스템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타국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원칙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회 예산 편취’ 김영선 전 의원 징역 3년6개월 구형···김 “차라리 사형을” 혐의 전면 부
- ‘코스피 뒤흔드는 메기’ 삼전·닉스 2X를 어쩌나···금융당국, 진입 장벽 대폭 높일까
- AI 안경 쓰고 시험보던 40대, “뭔가 수상해” 감독관에 딱 걸려···검찰, 약식기소
- “9평 원룸 관리비가 50만원? 아파트보다 더 비싸”···국토부, ‘꼼수 인상’ 제동
- ‘축신은 뛰지 않는다, 그저 걸을뿐’···느릿느릿 ‘거북이 메시’ 월드컵 지배한 비결
- 한국 골프 '역사적인 날'···김주형 3년 만에 웃은 날, 유해란은 2주 연속 ‘메이저 정상’
- “이스라엘 건국 이래 가장 중대한 선거”···‘최장수 총리’ 네타냐후 집권 이어갈까
- 피 흘리며 알몸 배회한 살인 피의자···경찰, 마주치고도 놓쳐
- 영안실 4년째 못 떠난 강 하사의 사체…군은 ‘순직’ 인정 보훈부는 미인정, 무슨 일이
- 윤석열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1심서 징역 2년···김건희 ‘무죄’ 판결과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