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 "도둑이야!"… 차비 3000원에 벌어진 대전 백합다방 살인사건

지난 2007년 4월 15일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의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백합다방'. 주말 아침의 고요함은 이내 끔찍한 비명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출근했던 종업원 A(당시 47세)씨와 B(당시 45세)씨는 그날 아침, 돈을 노리고 침입한 오이균(당시 35세)에 의해 평범했던 일상을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화장실로 쫓아가 범행… 피 물든 다방
사건 당일 오전 8시 40분쯤 백합다방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다방 종업원으로 영업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청소하고 있었다. 외부 청소를 마치고 들어오던 A씨는 금품을 훔치기 위해 다방으로 숨어 들어온 오이균을 마주쳤다. A씨는 "도둑이야!"라고 비명을 지르고 화장실로 도망쳤으나, 오이균은 집요하게 뒤를 쫓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그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약 15분 후 다방에 출근한 또 다른 종업원 B씨는 A씨가 보이지 않자 이상함을 느꼈다. A씨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돌리자, 흉기를 든 오이균과 눈이 마주쳤다. 오이균과 사투를 벌이던 B씨였으나, 결국 오이균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쓰러지고 말았다. B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장기가 손상될 정도의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Y염색체 부계 유전' 추적에 발목
사건 직후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드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또 경찰은 다방에서 100여 점의 증거물을 수집해 DNA 감정을 의뢰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이렇다 할 DNA가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B씨는 사건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결정적인 증거는 사건 현장 밖에서 나왔다.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도로에서 피 묻은 휴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약 1.5㎞ 떨어진 금강천변에서도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점퍼가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대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피 묻은 휴지와 점퍼에 대한 분석을 의뢰, 증거물에서 숨진 A씨와 한 남성의 DNA가 동시에 검출됐다. 하지만 경찰이 지닌 DNA 데이터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는 다시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판도를 바꾼 건 당시 국내 수사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Y염색체 분석' 기법이었다. 부계로 유전되는 Y염색체의 특성을 활용해 국과수는 용의자의 성씨가 '오 씨'일 확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마침 범행 현장 인근에 오 씨 집성촌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가 감정을 실시, 오이균이 범인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범행 동기는 '차비 3000원'… 10대 때부터 3명 살해
경찰에 붙잡힌 오이균의 입에서 나온 범행 동기는 '차비'였다. 성묘를 마치고 서울 영등포로 올라갈 차비 단돈 3000원이 부족해 우발적으로 다방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의 과거 전력도 충격적이었다. 1989년 당시 17세였던 오이균은 충남의 한 야산에서 여성 C(69)씨를 강간하고 흉기로 살해한 뒤 암매장했으며, 같은 해 밭일을 하던 여성 D(62)씨를 위협해 강간한 뒤 살해했다.
이후에도 알고 지내던 E(7)양에게 강간을 시도하다가 목을 졸라 살해하는 등 범행을 이어갔으나, 결국 그는 E양을 자전거에 태우고 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에 의해 검거됐다. 오이균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5년 만기 출소했다. 그럼에도 사회로 돌아온 지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참혹한 살인을 저질렀다.
검찰은 백합다방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오이균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다만 재판부는 죄를 반성하는 점,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품행장애를 앓는 점 등을 참작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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