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한국 보유세 낮다?' 대통령 발언… 팩트체크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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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만 보면 ‘평균’, 거래세까지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외는 왜 더 높을까… 세율 뒤의 설계까지 봐야 한다

대통령이 쏘아 올린 보유세 논쟁… 한국 보유세는 정말 낮은가
[우먼센스]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취임 이후 약 9개월간 약 40-50건의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냈고 그 중 약 30건 정도를 SNS(X, 구 트위터)를 통해 올렸다. 지난달 23일에는 주요국 보유세 비교 기사를 공유하며 "저도 궁금했다"고 적었다.
기사에 나온 수치는 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한 것으로 도쿄 약 1.7%, 뉴욕 약 1.0%, 상하이 0.4~0.6%인 반면, 서울(한국 전체 기준)의 실효세율은 0.15%로 세 도시 모두에 못 미친다. 이 대통령이 기사를 공유한 다음 날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과 뉴욕·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비교 연구 중"이라고 밝혀 일각에서는 보유세 인상의 신호탄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이 수치는 사실이다. 숫자는 어떤 잣대로 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낳는다. 특히 국제 비교를 할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0.15%라는 이 숫자, '한국 보유세가 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 직접 확인해봤다.
실효세율의 함정… 'GDP 대비'로 보면 한국은 OECD 평균 이상
"한국 보유세가 낮다"는 주장의 근거로 가장 많이 쓰이는 숫자가 실효세율인데, 실효세율은 실제로 납부한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가 주택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그러나 OECD와 IMF 등 국제 주요 기관은 각국의 보유세를 국제 공식 비교할 때 실효세율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분모에 해당하는 부동산 가치 산정 방식이 나라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공시가격(시장가격의 68~75%)으로 부동산 가치를 구하지만 일부 국가는 시장가격을 바탕으로 계산한다. 부동산 가치에 포함되는 토지에 정부 소유 토지를 더하는 국가와 빼는 국가도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상하이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를 계산할 때 토지값은 빼고 건물값만 계산한다.
반면 GDP는 UN 국민계정체계(SNA)에 따른 국제 표준으로 계산돼, 국가마다 산식 차이로 인한 왜곡이 실효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잣대로 재면 한국의 보유세 수준도 달라진다. 2023년 OECD 세수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세를 GDP 대비로 계산 할 때 한국은 2021년 1.2%로, OECD 평균을 평균(0.91~0.95%)을 웃도는 결과가 나온다. 실효세율로 보면 하위권(30개국 중 20위)이던 한국이, 이 기준으로는 OECD 38개국 가운데 공동 12위권으로 껑충 뛴다.
김윤재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부동산학 박사)는 "실효세율 0.15%라는 수치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국가마다 부동산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고 세제 구조 자체가 다른 상황에서 그 숫자 하나만 가지고 '한국 보유세가 낮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보유세만 보면 반쪽짜리, 거래세 합치면 OECD 최상위권
보유세 논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또다른 지적이 있다. 보유세 인상을 논의할 때 보유세만 볼 게 아니라 부동산 관련 세금 전체를 합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은 크게 두 단계에서 발생한다. 집을 보유하는 동안 매년 내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집을 사거나 팔 때 한 번 내는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다. 보유세와 거래세는 동일 자산에 대해 시간차를 두고 부과되는 일련의 과세 구조에 해당한다. 따라서 보유세만을 분리해 국제 비교를 수행하는 것은 전체 세 부담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자산거래세(취득세 등 포함)는 GDP 대비 1.66%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6개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0.35%)의 4.7배 수준이다. 보유세는 OECD 평균과 비슷한데, 거래 단계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두 세금을 합산하면 한국의 진짜 순위가 드러난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친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은 GDP 대비 2.67%로, OECD 평균(1.27%)의 두 배를 넘는다. 한국보다 이 비중이 높은 나라는 영국(3.43%)과 캐나다(3.02%) 정도다. "보유세만" 보면 OECD 평균 수준이지만, 거래세를 더하면 최상위권에 속한다.

해외는 왜 세율이 높나… 그 뒤에 있는 '납세자 보호 장치'
여기까지 와도, '그래도 해외 주요 도시의 보유세가 한국보다 높은 건 사실이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숫자 이면에는 납세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장치가 함께 설계돼 있다.
미국의 재산세는 연방정부가 아닌 카운티·시 등 지방정부가 부과하고 관리한다. 걷힌 세금은 해당 지역의 학교·소방서·도로 등 공공서비스에 직접 쓰인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내가 낸 세금이 내 동네에 돌아온다"는 수혜 관계가 명확하다. 세금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다.
여기에 더해 캘리포니아주는 1978년 주민투표로 통과된 '프로포지션 13(Prop 13)'을 통해 재산세율 상한을 과세평가액(취득 당시 시장가격)의 1%로 못 박고, 매년 인상률도 최대 2%로 제한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세금이 그에 비례해 오르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다. 집을 팔기 전까지는 취득 당시 가격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장기 보유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는다. 텍사스·플로리다 등 다수의 주는 1주택 실거주자에게 'Homestead Exemption(주거 감면)'을 적용해 과세표준 자체를 낮춰준다.
일본 정부는 평수가 작은 집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깎아준다. 일본의 고정자산세 명목 세율은 1.4%다. 그러나 실제 납세자가 내는 세금은 이보다 훨씬 적다. 200㎡(약 60평) 이하의 소규모 주택용지에는 과세표준을 6분의 1로 줄여주는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200㎡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3분의 1로 경감된다. 각종 특례 적용 후 실제 세 부담은 명목 세율 1.4%보다 크게 낮아지는 이유다.
이처럼 주요국은 단순히 세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의 특성과 보유 조건을 반영해 세 부담을 조정하는 장치를 함께 두고 있다. 김윤재 교수 역시 취득 시점과 가격 등 '개별성'을 반영한 과세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유세 논쟁의 본질, '과세 체계'에 있다
결국 부동산 보유세 논쟁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단일 지표로 세 부담의 높고 낮음을 단정하기보다,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까지 포함한 전체 세제 체계 속에서 실질 부담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별로 주택 시장 구조와 과세 방식, 납세자 보호 장치가 다른 만큼 단순한 국제 비교 역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부동산 세제는 특정 지표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 단계에서는 자산 가치와 보유 기간을 반영한 합리적 과세가, 거래 단계에서는 시장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적이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중요한 것은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매기느냐다.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부동산 보유세 논쟁이 향해야 할 방향" 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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