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아비뇽 유수' 들먹이며 '교황청, 미국 편 들어라' 협박"

문재연 2026. 4. 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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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전쟁부)가 '아비뇽 유수'를 들먹이며 주미 교황청 대사를 위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욕에 본사를 둔 미국 독립언론사 프리프레스는 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1월 당시 주미 교황청 대사를 맡고 있던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초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군사 전술에 동조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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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국방차관, 군사력 언급하며 압박"
미 국방부 "회의 묘사 과장·왜곡"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해 12월 24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절 전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아기 예수 인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미 국방부(전쟁부)가 '아비뇽 유수'를 들먹이며 주미 교황청 대사를 위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비뇽 유수는 신성로마제국이 교황청을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강제로 옮겨, 7명의 교황이 사실상 프랑스 국왕의 통제와 간섭을 받도록 한 사건이다.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 부통령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 본사를 둔 미국 독립언론사 프리프레스는 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1월 당시 주미 교황청 대사를 맡고 있던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초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군사 전술에 동조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정책 담당 차관이 "미국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교황청은 미국의 편을 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한 관리는 피에르 추기경에게 '아비뇽 유수'를 언급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교황청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대외정책을 정면 비판해온 교황 레오 14세 때문이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레오 14세는 1월 9일 강론에서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과 관련해 "전쟁이 다시 유행하고 전쟁에 대한 열의가 퍼지고 있다"며 평화적 해결 및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 존중과 인권 보호를 촉구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군사적 승리를 위한 기도를 촉구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 "군사적 지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길과는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문명 하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7일 트루스소셜 글에는 "진정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립 언론인 크리스토퍼 헤일도 유료 블로그 플랫폼 서브스택에 1월 당시 레오 14세가 미국 측의 반응에 놀라 올 하반기 미국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7월 4일 미국 건국 기념 250주년 행사에 초청하겠다는 백악관의 제안도 거절했다고 전했다. 미국 출신의 레오 14세는 오는 7월 4일 이탈리아 최남단의 람페두사섬을 찾을 예정이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많은 이민자들이 목적지로 삼는 곳이다.

백악관은 관련 보도에 대해 "(회의 묘사가) 심각하게 과장되고 왜곡됐다"며 "회의는 정중하고 합리적이었다. 우리는 교황청에 최고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헝가리에서 연설 중이던 밴스 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다"며 "확인되지 않고 확증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항상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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