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서울·부산 등 전국 피해…제도 허점 악용 수수료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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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결제대행업체(PG)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합법 PG 업체로 믿고 단말기를 사용했다가 '고의적 탈세'로 판단돼 수년치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는 물론 최대 40% 달하는 가산세까지 떠안고 있다.
물론 일부 자영업자들이 '고의적 탈세'를 목적으로 불법 단말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종·부산 피해자 사례처럼 합법 PG업체로 위장해 조직적으로 속이는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PG 업체는 어떻게 결제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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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세종서도 피해자 소송 이어져
국세청 직원 사칭 절세 시스템 홍보
합법적 PG 업체 위장 안심 문자 전송
가맹점 매출신고 누락 수익 8.8% 취득
처벌 법적 근거 제한…행태 규정 없어
자영업자 최대 40% 가산세 부담도
“분할 납부·유예 등 현실적 대책을”
불법 결제대행업체(PG)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합법 PG 업체로 믿고 단말기를 사용했다가 ‘고의적 탈세’로 판단돼 수년치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는 물론 최대 40% 달하는 가산세까지 떠안고 있다. 반면 업체는 적발되더라도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에 대한 처벌만 받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최근 과도한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한 자영업자가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되는 인명 피해로까지 번지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법 PG 업체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짚는다.

■ 국세청 사칭까지
부산과 세종에서는 일찍이 비슷한 피해로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불법 PG업체 시나리오는 이렇다. 국세청 직원을 사칭한 이들이 영업장을 찾아와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절세 시스템’이라며 홍보하는 방식이다.
세종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백 모씨는 “자신을 국세청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단말기를 사용하면 매출 신고와 세금 정산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했다”며 “단말기에 국세청 스티커까지 붙어 있었고, 세무서에 세금 신고를 하러 갔을 때도 매출 잡힌 게 없어 별도 신고가 필요 없다는 말을 들어 자동 납부된 것으로 믿었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서재형(52)씨도 “어려운 시기라 정부에서 마련한 제도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국세청 직원 명찰까지 걸고 와서 8.8% 수수료만 내면 세금이 모두 납부돼 부가가치세를 2% 줄여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업체를 소개해줬다”며 “사업 초기였는데 세금 정산까지 해준다고 하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의심이 들 때마다 자신들은 불법 업체와 달리 합법적인 PG 업체라 전혀 문제 없다며 주기적으로 문자를 보냈다”고 호소했다.
물론 일부 자영업자들이 ‘고의적 탈세’를 목적으로 불법 단말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종·부산 피해자 사례처럼 합법 PG업체로 위장해 조직적으로 속이는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이들을 속인 업체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PG업체라는 사실이 드러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초범이라는 점 등이 양형에 반영돼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 자영업자들은 왜 속나
백 모씨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보이스피싱도 그런 것에 왜 당하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 않나”며 “의심이 들 때마다 업체가 우리는 불법 업체들과 달리 합법적인 PG 업체라며 안심시키는 문자를 보내고, 정상적인 세금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무서에서도 신고할 내역이 없다고 해서 완전히 믿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PG 업체는 어떻게 결제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까. 합법적인 PG업체가 ‘도매점’ 역할을 한다면, 이들은 ‘소매점’ 같은 ‘대리점’ 형태다. 합법 PG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결제를 의뢰하면 PG 업체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대리점에 지급한다. 그러면 대리점은 여기에 고율의 수수료를 얹어 총 8.8%를 공제한 뒤 가맹점에 재정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정상적인 대리점이라면 수수료를 1~3% 받고 합법 PG업체에서 매출을 정산 받아 세금을 신고할 수 있게 안내하지만, 불법 PG 업체는 8.8%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다. ‘자신들이 모든 세금을 안고 정산과 납부까지 해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맹점 매출 신고는 누락한 채 자신들이 취득한 수익만 신고하는 구조다.
그러다 수년이 지나 거래 규모가 수십억 원대로 커지면 회사 이름을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8.8%에 해당하는 수익 일부를 인건비 등으로 돌려 세무당국을 눈속임한다. 그러다 한계치에 다다라 당국의 역추적이 시작되면 결국 꼬리를 잡히게 된다.

■ 불법 PG 업체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불법 PG 업체’ 문제는 수년째 반복·조직화되고 있으나 제도적 공백으로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 불법 PG업체가 고의적으로 가맹점 매출을 누락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제한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처벌만 가능할 뿐, 이들이 고의적으로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행태’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미등록 PG업체 처벌 수위 역시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2000만원 수준에 그칠 뿐이다.
때문에 수년 뒤 세무 당국의 추궁이 이뤄지더라도 업체가 수정 신고를 통해 책임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고의적 탈세’로 판단돼 수년치 세금에 최대 40% 가산세까지 더해져 많게는 수억 원의 세금을 6개월 안에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로 인해 최근 강원지역에서는 예비 신랑인 한 자영업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정부 대응의 한계도 지적된다. 국세청이 적발한 미등록 PG 업체 정보를 금융감독원과 공유하는 체계가 미흡하고, 관련 정보 공개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법령 개정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수년간 사각지대 속에 방치돼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원지역 불법 PG 업체 피해자 모임 대표 유근식씨도 “그동안 내지 못한 세금은 반드시 낼 계획”이라며 “다만 세금 폭탄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만큼 분할 납부나 유예 등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이대로면 더 큰 피해가 이어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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