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새 이사진 ‘방송 독립’ 내세웠지만…“물러가라” 성명 봇물
YTN 구성원 “유진체제 ‘방송 독립’은 기만” 반발
기자 등 200여명 성명…노조, 양 의장 출근길 항의도

‘방송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와이티엔(YTN)의 새 이사진이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노동조합은 양상우 이사회 의장 출근길에 항의 시위에 나섰고 공채 기수별 반대 성명도 줄을 잇고 있다. 불법 인수 논란에 휩싸인 유진그룹의 이사진 교체로 온 인사들이 보도 독립을 말하는 건 ‘기만’이란 지적이 와이티엔 안팎에서 제기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와이티엔 사옥에서 양상우 이사회 의장의 출근길에 기습 항의 피케팅을 진행했다. 조합원 45명이 로비에 서서 “유진 퇴출 타협 없다”, “양상우 사단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양 의장은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양 의장 등 새 이사진을 반대하는 기자와 경영, 제작 쪽 직원들의 기수·개인별 성명도 지난달 30일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2일 오후까지 개인 명의 성명 12개, 기수 명의 성명 16개가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반대 성명에 참여한 인원은 200여명에 이른다. 새 이사진을 반대하는 핵심 논리는 윤석열 정부 당시 강제 매각 과정을 거쳐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마사회 지분을 사들인 유진그룹의 위법성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새 이사진의 경영이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와이티엔 19기는 성명에서 “새 이사회가 내세운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 책임경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고 “위법한 체제에 올라탄 새 이사회가 외치는 (방송) 독립은 우리에게 말장난일 뿐”이라고 짚었다. 22기가 낸 성명서는 “오랜 투쟁 끝에 2인 체제 방통위(옛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을 지적하는 법원 판단을 받아냈다”며 “‘경청’을 자처하는 이사회가 이걸 몰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2인 체제 방통위가 한 와이티엔 대주주 변경 승인 처분은 절차상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나, 유진그룹은 소송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항소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는 새 이사진에 한겨레신문 사장과 사외이사 출신인 양 의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 이른바 진보 성향 인사들이 포진한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과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성명을 내어 “유진그룹이 최근 법원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취소 판결로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자, 이번에는 한겨레 전 사장을 비롯한 소위 ‘진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겠다고 한다”며 “와이티엔의 대표이사 및 이사구성을 정권의 정치 성향에 맞추는 코드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유진이 이해하는 보도전문채널 이사회의 존재 이유라면 최다액 출자자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도 지난달 31일 낸 성명에서 양 의장 등을 향해 “당신들이 말하는 공적 가치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새 이사진은 ‘유진 체제에서도 독립된 뉴스룸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양 의장은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와이티엔이 지금까지 공영이든 민영이든 언론 문제가 없고 갈등이 없었던 적이 있었냐”며“공영이든 민영이든 비즈니스 시대에 누가 주인이라도 대우받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장 취임 첫 행보로 김백 전 사장의 ‘김건희 보도 등 대국민 사과 방송’과 ‘현대차 장남 기사 삭제’ 사건의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정영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유진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것은 그 언론사의 존재 규정에 관한 문제인데 그런 걸 덮어놓고 ‘좋은 뉴스 만들자’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저널리즘 독립성을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 없어 방송법과 같은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티엔 21기도 성명에서 “양 사장이 진상 조사하겠다는 일들은 모두 와이티엔이 유진 자본에 인수된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다. 말하자면 군부 독재의 부산물인데 양상우씨는 본인이 ‘친절한 계엄군’이니 믿어달라는 꼴”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양 의장은 새 이사진 반대 연서명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내 입장은 주주총회에서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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