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서 터진 공천 잡음…대구 중진들 반발, 이정현 "대구 달라져야" 충돌

신현주 2026. 3. 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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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꽃길 오래 걸었다면 후배에게 길 내줘야"
대구 의원들, 장동혁 찾아가 '경선' 필요성 강조
김수민 '내정설'에 조길형 공천 신청 취소
"무작정 어리고 새로운 사람이 '쇄신' 아냐" 지적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이 18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장동혁 대표를 면담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 공천 방식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시장 공천 신청자 중 중진의원(주호영·윤재옥·추경호)을 모두 '컷오프(공천배제)'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자, 대구 지역 의원들까지 나서 장동혁 대표의 중재를 요구했다. 세대교체를 앞세운 이정현표 '혁신공천'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는 쇄신은 잡음만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 컷오프(공천배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정현, 대구시장 '이진숙·최은석 양자 대결' 의지... 대구 의원들이 제동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18일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한 중진 의원들을 향해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장했고, 이름도 알렸고, 큰 직책도 맡았고, 꽃길을 오래 걸었다"며 "이제는 후배들에게 세대교체와 시대교체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러면서 "충분히 많은 기회를 누린 분들이 이제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줘야 할 때 오히려 자리를 더 움켜쥐려 한다면 그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치냐"고 쏘아붙였다. "저는 이런 정치와 싸우겠다"고도 했다. 중진 의원 '컷오프' 의지를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진숙 대 최은석' 양자 대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다른 후보들을 큰 차이로 앞섰고, 최은석 의원은 후보자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의원의 경우 '올리브영 신화' '경제통' 이미지를 앞세우면 대구의 세대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위원장 구상이다. 현역 의원이기도 한 공관위원이 후보자 반발을 이유로 이 위원장을 일단 만류하긴 했지만, 이 위원장은 '혁신 공천'의 시작은 보수의 심장인 대구여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충북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덕흠(오른쪽)·엄태영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충북도지사 공천과 관련해 장동혁 대표와 면담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충북·대구 공천까지 잡음… "무작정 새 사람 꽂는다고 혁신 공천 안 돼"

결국 대구 지역 의원들이 실력행사에 나서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장 대표를 찾아가 이 위원장의 공천 방식은 "낙하산식"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신 '대구시장 공천 신청자와 대구 지역 의원들끼리 논의해 새로운 공천 방식을 가져오겠다'는 제안을 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이인선 의원은 면담 후 "지금까지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해 '당신들은 구태다'라며 나오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대구 의원들은 "지도부에 비판적인 주호영 의원이 무소속 출마라도 하면 대구시장도 뺏긴다"고도 했다. 결국 공관위는 대구시장 공천 결정을 다음 주로 미루기로 했다.

충북지사 공천에서도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현역인 김영환 충북지사를 공천 배제한 가운데, 이 위원장이 김수민 전 의원을 충북지사 후보로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유력 후보였던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공천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덕흠, 이종배, 엄태영 등 충북 지역 의원들은 장 대표를 찾아가 "경선을 통해 충북지사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부산시장 공천 논의 과정에서도 이 위원장이 박형준 현 시장을 컷오프하려다 부산 지역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주진우 의원과 경선으로 결론 나기도 했다.


"이정현, 이대로 가다가는 내분만 남길 것" 우려

당내에서는 이정현표 혁신 공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확한 쇄신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무작정 새로운 사람, 젊은 사람을 꽂는 것이 혁신 공천은 될 수 없다. 김수민 전 의원의 경우 오랫동안 당직을 맡아온 인물로 '신인'이라 할 수 없고 이진숙 전 위원장은 '윤 어게인' 성향 유튜버와 선거 유세를 다닌다"며 "공천 잡음은 불가피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내분만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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