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강화해 '중복상장' 막고 … 低PBR 기업 공개해 주가부양 유도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6. 3. 18. 18: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李, 청와대서 자본시장 간담회
李 "위기때가 시장개혁 적기"
부실기업 퇴출 옥석 가리기
불공정 거래엔 강력한 철퇴
李 "매도대금 왜 당장 안주나"
'T+2 결제 시스템'도 도마에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청와대 관계자와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스타트업,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청년 투자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호영 기자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역이용해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수술에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한 증시 부양책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최근 증시 변동성을 언급하며 "이런 위기 때야말로 필요한 개혁 과제를 잘해야 한다. 그게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한국 증시가 만성적으로 저평가받는 원인을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권 남용, 주가조작 등 불공정성, 지정학적 리스크, 산업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등 크게 4가지로 진단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과장돼 있고, 정치권이 불안감을 증폭시킨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불공정거래를 향해서는 "주가조작을 하면 동원된 현금까지 몰수해 '패가망신'하게 만든다"며 강력한 처벌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한 차례 2팀 경쟁 체제로 개편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규모를 한층 더 확대하고 주식 리딩방 대응책 등을 마련하기 위한 킥오프 회의를 실시했다.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다음달부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한해 인지수사 권한을 부여하기로 한 상태기도 하다.

이날 구체적인 자본시장 개혁 방안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금융당국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미 상장 계획이 있던 기업들이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뤘다"며 "상장이 막히자 외부 자본을 대거 유치해둔 기업의 경우 투자자 엑시트(자금 회수)에 대비해 자금 조달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금이 풍부한 기업은 상장 대신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버틸 수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은 재무적투자자(FI)를 내보내기 위한 거액의 자금을 마련할 길을 찾아야 한다.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FI가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대주주의 지배권이 잠재적인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을 '성숙한 혁신기업'과 '성장 중인 기업' 등 2개 리그로 쪼개는 구조개편안도 공개했다.

더불어 저PBR 기업에 대해 반기마다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동일 업종 내 2개 반기 연속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에는 종목명에 '저PBR'이라는 태그도 붙일 예정이다. 시장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채찍'을 가하는 것이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수행한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는 '당근'도 제시한다.

코스닥 1·2부 개편 논의는 2022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증권시장을 3단계로 재편하면서 재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도 본격화됐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2002년과 2011년에도 코스닥 상장기업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재추진은 결국 지난 2월 내놓은 상장 유지 조건·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발표처럼 주식시장에서 부실기업을 빨리 퇴출시키고 우수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받게 하는 등 이른바 '옥석 가리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일환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스닥이 외형 성장에 비해 시장 신뢰와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코스닥시장이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체질 개선은 더뎠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신규 상장 기업은 1300곳을 넘었지만 퇴출 기업은 400여 개에 그쳤고, 시가총액은 8배 넘게 늘었지만 지수 상승은 1.6배에 머물렀다. 기업 수만 늘고 체력은 따라오지 못한 채 몸집만 불어난 구조가 만들어졌고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만성화됐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얼마 전 "코스닥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도를 대대적이고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며 코스닥 혁신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1·2부 개편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코넥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코스닥 1·2부 구분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시장에서 '1부는 우등반, 2부는 열등반'으로 인식해 자금이 1부로만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시장 분리만으로는 펀더멘털을 끌어올릴 수 없고 정보의 투명화와 기관 자금 유입 인센티브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수십 년간 고착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개혁 의지는 확인됐다. 다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정책이 본래의 취지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복상장 금지로 인한 기업의 자금 경색이나 코스닥 하위 리그 소외 현상 등 시장이 던진 우려들을 보완할 정교한 후속 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관행인 'T+2(거래일+2영업일) 결제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질문을 언급하며 "왜 주식을 오늘 팔면 돈을 모레 주느냐"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결제 불이행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동향에 발맞춰 내년 10월부터 결제 주기를 'T+1'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정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청산 결제 과정 없이 즉시 지급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신윤재 기자 / 명지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