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붙이고 굿샷? 프로 흉내 낸 '진통제 투혼'의 소름 돋는 청구서 [놈놈몸]

[파이낸셜뉴스] 일요일 아침, 24시간 실내 골프 연습장이나 조기축구회 운동장 한구석에선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허리나 팔꿈치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던 이들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약을 꺼내 삼킨다. 파스를 관절마다 훈장처럼 붙이고 비장하게 그라운드나 타석에 들어선다. 동료들은 "역시 투혼이 대단하다"며 치켜세운다.
하지만 스포츠 의학의 세계에서 이들의 비장함은 투혼보다는 미련함쪽에 가깝다. 진통제 한 알에 의지해 주말 스포츠를 즐기는 행위는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를 묵살하는 것과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회전근개 파열이나 십자인대 손상 등 중증 스포츠 손상으로 병원을 찾는 30~50대 남성 환자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처음엔 뻐근하기만 했는데, 약 먹고 운동하다가 갑자기 뚝 하는 소리가 났다"고 진술한다.
정형외과 및 스포츠 의학 전문의들의 의견은 단호하다.
서울의 한 관절 전문병원 원장은 이 현상을 '테이프 가린 계기판'에 비유했다. "통증은 우리 몸이 관절과 인대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로 거는 '브레이크'다. 소염진통제를 먹고 운동하는 건 고장 난 게 나은 것이 아니라, 끊어진 브레이크 선을 잡고 시속 100km로 달리는 격이다. 단순 염증으로 2주 쉬면 나을 환자가, 약기운에 취해 스윙을 돌리다 결국 수술대 위에 눕게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한다.

스포츠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프로 선수들의 눈물겨운 '진통제 투혼'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혹은 올림픽이라는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뼈가 깎이는 고통을 진통 주사로 덮어두고 출전한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팩트가 있다. 프로 선수들의 그 무모한 투혼 뒤에는 수십억 원의 연봉과 명예, 그리고 전담 의료진의 철저한 관리가 뒤따른다. 무엇보다 그들은 시즌이 끝나는 즉시 수술대에 올라 기나긴 재활을 견뎌낸다.

아마추어의 주말 무대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도, 수억 원의 FA 계약도 없다. 남는 것은 찢어진 인대와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병원비 청구서뿐이다.
약국에서 산 진통제 한 알이 당신에게 타이거 우즈의 멘탈이나 프로 야구 선수의 투혼을 쥐여 주진 않는다.
통증은 극복해야 할 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신호다. 아프면 쉬어야 하고, 고장 나면 멈춰야 한다. 그것이 스포츠 의학이 말하는 가장 평범하고 잔인한 진리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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