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창업의 방향은 OPC, 실행 엔진은 오픈클로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박지민 36Kr KOREA 대표 2026. 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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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최근 빠르게 부상하는 창업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OPC(One Person Company), 즉 '1인 회사'다. 여기서 말하는 1인 회사는 전통적인 1인 법인이나 자영업과는 다르다. 지금 중국이 주목하는 OPC는 대형언어모델, 인공지능 에이전트,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한 사람이 기획, 개발, 마케팅, 운영, 고객 대응까지 수행하는 AI 시대의 새로운 창업 단위를 뜻한다.

과거에는 팀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 이제는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만나고, 시장 검증까지 시도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이를 "한 사람이 곧 하나의 팀이 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 중관춘 AI 북위 커뮤니티(中關村 AI 北緯社區)에는 이미 100곳이 넘는 인공지능 혁신기업과 프로젝트가 모였고, 1~4인 팀과 순수 1인 회사의 비중도 높다고 소개한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에서 이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중국의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컨설팅회사들 또한 생태계 조성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 흐름은 단순한 민간 유행이 아니다. 배경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 전환이 있다. 중국은 2025년 '인공지능+' 행동의견을 통해 AI의 산업·민생·소비 전반 융합을 강조했고, 2026년 정부업무보고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 경제의 새로운 형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AI를 개별 산업의 기술이 아니라 경제 운영 방식과 생산조직을 재편하는 기반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OPC는 "중국에서 1인 창업이 유행한다"는 현상 수준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전략 기조가 지방정부의 창업정책과 도시 경쟁으로 내려온 결과라고 봐야 한다. 중국 과학기술 관련 보도 역시 OPC를 대표적인 스마트 경제의 새로운 형태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면서, 오픈클로 같은 인공지능 에이전트 도구가 초개인 창업자의 실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베이징 하이뎬구(海淀區)다. 하이뎬구는 베이징 최초의 인공지능 OPC 서비스 계획을 내놓았고, 2026년 3월에는 베이징 최초의 인공지능 OPC 친화형 혁신거리까지 출범시켰다. 핵심은 단순한 공간 제공이 아니다. 입주 공간, 임대료 감면, 원스톱 행정, 연산 자원, 개발 도구, 투자 연계, 대학·산업 네트워크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는 점이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계획은 '공간·서비스·도구·생태계' 네 축 위에 자금조달, 성장, 산업 연계를 더한 전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이뎬구는 200만명 이상의 인재, 37개 대학, 1900개 이상의 AI 기업, 대규모 연산 인프라와 풍부한 투자자본을 앞세워 OPC를 "AI 시대 가장 역동적인 창업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중관춘 AI 북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민간 생태계 운영 주체들이 이 흐름을 연결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기서 함께 봐야 할 것이 오픈클로(Open Claw)다. 오픈클로는 OPC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오픈클로는 로컬 배치가 가능한 오픈소스 기반의 인공지능 에이전트 실행 프레임워크로, AI가 실제로 컴퓨터를 다루고 작업을 수행하게 만드는 기술 도구에 가깝다. 반면 OPC는 그런 도구를 활용해 한 사람이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조직 모델이다. 따라서 개념적으로는 분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중국의 AI 창업 현장에서는 이 둘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OPC가 1인 회사라는 조직 모델이라면, 오픈클로는 그 모델을 현실로 만드는 생산성 도구이기 때문이다. 중국 과학기술계와 산업 보도는 이미 오픈클로, 먀오다(秒哒) 같은 에이전트 도구를 활용해 초개인이 수직 산업별 상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흐름을 OPC와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OPC가 방향이라면, 오픈클로는 실행 속도를 붙이는 엔진에 가깝다.

이 점은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오픈클로 열풍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2026년 3월 텐센트(騰訊)는 선전 본사에서 엔지니어들이 직접 오픈클로 설치와 배포를 도와주는 무료 지원 행사를 열었다. 이후 베이징·상하이·홍콩 등을 포함한 17개 도시 순회 무료 설치 계획까지 발표했다. 현장에는 수백 명에서 천 명 가까운 개발자와 이용자가 몰렸고, 짧은 시간 안에 수백 건의 배포가 진행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오픈클로가 단순한 개발자용 실험도구를 넘어, 일반 창업자와 기술 애호가가 실제로 손에 넣어 쓰는 범용 생산성 도구가 됐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도구의 대중화가 OPC 확산의 현실적 조건을 만든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창업을 하더라도 실제로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추상적인 정책 슬로건이 아니라 이런 실행 도구다. 중관춘 현장에서 KSI(36Kr의 생태계 회사)와 같은 액셀러레이터들이 오픈클로 공익 설치 행사와 같은 기술 보급 활동에 함께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금 중국에서는 OPC라는 창업 모델과 오픈클로 같은 에이전트 도구가 맞물리며 AI 시대의 초경량 창업 생태계를 밀어 올리고 있다.

물론 중국이 무조건 낙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클로는 강력한 만큼 보안 우려도 크다. 최근 중국인터넷금융협회(中國互聯網金融協會)는 오픈클로가 기본적으로 높은 시스템 권한을 요구하고 민감한 금융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권에 위험 경보를 냈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도 관련 위험을 보도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정부기관과 국유기업, 금융 관련 조직에서는 데이터 유출과 시스템 통제 위험을 이유로 오픈클로 설치나 사용에 경계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한편으로는 에이전트 도구의 확산을 장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안보와 사이버보안 관점에서 통제장치를 함께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AI 창업정책은 단순한 기술 예찬이 아니라 보급과 통제를 동시에 설계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의 확산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병행되는 관리와 위험통제의 논리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도시별 대응은 더 흥미롭다. 선전(深圳)은 2026년 1월 인공지능 OPC 창업 생태계 선도도시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OPC 커뮤니티 10곳 이상, 전체 면적 50만㎡ 이상, 고성장 AI 창업기업 1000개 이상, 혁신 창업 인재 1만명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상하이(上海)는 'OPC'보다 '슈퍼 창업자 커뮤니티'라는 표현을 앞세우며, 쉬후이구(徐匯區)를 중심으로 창업 좌석, 법률·회계·인사 지원, 초기 자금 지원을 결합한 상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항저우(杭州)는 'OPC 창업 제1도시'를 내걸고 창업자의 정착, 성장 가속, 자원 연결, 응용 검증, 브랜드 확산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우한(武漢) 역시 연산 자원, 데이터, 모델 도구, 인재, 주거, 커뮤니티, 투자 연계를 묶은 종합 패키지를 내놓았다.

즉 베이징은 연구와 인큐베이션, 선전은 산업화와 실행, 상하이는 상업·전문서비스 생태계, 항저우는 초개인 창업자 집적, 우한은 산업 전환과 인재 재배치를 앞세우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OPC는 이제 특정 도시의 실험이 아니라 중국 주요 도시가 겨루는 도시정책의 새 전선이 됐다.

여기서 한국이 읽어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은 AI 창업을 단순히 스타트업 숫자를 늘리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기업의 최소 단위를 다시 정의하는 문제로 본다. 둘째,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공간, 행정, 법률, 세무, 연산 자원, 데이터, 투자, 인재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다. 셋째, 창업 모델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클로 같은 생산성 도구의 실습, 설치, 커뮤니티 보급까지 함께 밀어붙인다. 다시 말해 중국은 지금 '어떻게 많이 창업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한 명의 창업자가 AI를 활용해 얼마나 빨리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 것인가'를 중심으로 제도와 도시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다.

한국이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을 몇 개 유치했는가"가 아니라, 한 명의 창업자가 AI를 활용해 얼마나 빨리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할 것인가다. 창업중심대학, 테크노파크, 지방정부 혁신정책, 산업단지 전략도 이 관점에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입주공간이나 보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업자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에이전트 도구, 데이터 접근, 실증 기회, 법률·세무 지원, 산업 파트너 연결, 글로벌 시장 진출 경로까지 묶어줘야 한다.

중국의 OPC와 오픈클로 열풍은 한국에 분명한 경고를 보낸다. AI 시대의 창업자는 이미 등장했고, 기업의 탄생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제도와 도시, 창업 인프라는 그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의 혁신기업은 한국이 아니라 더 빨리 준비한 도시들에서 탄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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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과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전문가다. 36Kr, BEYOND EXPO, HiredChina, Draper Dragon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아시아 최대 로펌 잉커로펌(YINGKE LAW FIRM) 한국 파트너로 활동하며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유 철강 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과 중관촌 창업 생태계 핵심 기관인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창업 플랫폼 이노웨이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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