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그린 한국의 기억 … 해외 미술계 주목
전래동요·놀이 등 작품 소재로
한국적 정서, 해외 관객도 공감
미술시장 블루칩 편중 아쉬워
젊은 작가들에 관심 기울여야
30·40대 작가 소개 주력할 것

"한국은 미술 시장을 너무 투자 위주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요. 유행하는 작가에 편중되기보다는 다양한 예술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서울 서촌의 조용한 골목에 있는 갤러리 드로잉룸(drawingRoom·응접실)은 이름 그대로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응접실 같은 공간을 지향한다. 2019년 용산 이촌동에서 문을 연 뒤 2022년 서촌으로 자리를 옮겼고 작가와 컬렉터가 긴밀히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왔다. 다음달 아트페어 '아트오앤오 2026' 참가를 앞둔 김희정 드로잉룸 대표는 "균형감을 잃지 않고 다양한 시선으로 드로잉룸만의 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작가의 길 대신 예술 경영으로 눈을 돌려 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첼시 지역 갤러리에서 2년간 일하며 실무를 익혔고, 미술 분야의 미국 공인 감정사(AAA) 자격을 획득해 현지에서 8년간 전문 감정사로 활동했다.
그는 "미국에서 컬렉터들의 집을 방문해 작품 시가를 매기고 컬렉션을 관리하면서 예술이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준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기도 했던 컬렉터 리처드 브라운 베이커의 컬렉션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썼다"며 "잭슨 폴록의 작품을 샀던 인물인데, 컬렉터가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미술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유학 시절부터 자신의 갤러리를 열고 싶었던 그는 귀국 후 백남준아트센터와 국제갤러리를 거치며 한국 미술 시장을 경험했고, 2019년 드로잉룸을 열었다.
김 대표는 국내 미술 시장이 블루칩 작가나 투자 가치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미술을 너무 투자로만 생각하면 시장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며 "드로잉룸은 트렌드보다는 작가의 목소리와 작업의 깊이, 진정성을 부각하는 전시 기획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드로잉룸은 매년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예들을 발굴해 첫 개인전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와 갤러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김 대표는 "신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깊이 있는지,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세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작가를 발굴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50·60대 중견 작가 전시도 꾸준히 병행한다. 세대 간 균형을 통해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전시나 해외 갤러리 그룹전 등 다양한 전시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그는 "현재 갤러리 전속인 이산오 작가는 대학원 석사학위 청구전을 보러 갔다가 작품이 좋아 개인적으로 소장하게 되면서 인연이 이어졌다"며 "런던에 거주 중인 이미연 작가는 런던과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여한 것을 보고 연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에서 활동하는 1990년대생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어린 시절 기억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 점이 국내외 관객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소재로 아이가 노는 장면을 그리는 등 개인적 기억을 작품에 담고 있는 이미연 작가가 대표적 사례다.
이번 아트오앤오에서 드로잉룸은 1990년대생 최유정, 이산오, 이미연과 1980년대생 김미영, 이빈소연, 사이먼 고 등 작가 6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한국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동시에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 세계도 다양하다. 최유정 작가는 문, 창, 계단과 같은 구조를 활용해 인물들의 고독을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그려낸다. 동양화와 도예를 전공한 이산오 작가는 흙과 종이, 흑연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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