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몽규 HDC 회장, 친족회사 19년간 고의 누락"

최수진 기자 2026. 3. 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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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DB 이어 세 번째 검찰 고발
▶ 정몽규 HDC 회장. [출처=연합]

정몽규 HDC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자산 합계 1조원에 달하는 친족 회사 다수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신동원 농심 회장, 김준기 DB 창업회장에 이은 세 번째 대기업 총수 고발 사태다. 재벌가의 고질적인 '위장 계열사'를 통한 규제 회피 관행에 공정위가 엄중한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정 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 자료를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정 회장의 '깜깜이' 자료 제출은 그가 HDC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19년에 걸쳐 이어졌다. 공소시효(5년)를 고려해 제재 대상은 2021년 이후 누락분으로 한정됐지만, 이 기간에만 매년 17~19개의 계열사가 빠졌다. 중복을 제외한 누락 회사는 총 20개에 달한다.

누락된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철저히 친족 중심으로 얽혀 있다. SJG홀딩스 등 12개사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인트란스해운 등 8개사는 여동생 정유경 씨와 남편 김종엽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곳이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장기간 총수 자리에 있었고 친족 간 교류가 지속된 점을 감안할 때, 누락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들 20개 기업의 자산 합계가 1조원을 웃돎에도 불구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져 있어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공시 의무 등 엄격한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전시업체 '쿤스트할레'는 HDC 계열사에 건물 관리 업무를 맡기는 등 장기간 내부 거래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업계와 사정당국이 이번 사안에서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는 대목은 정 회장의 고의성이다.

지난 2021년 초 정 회장의 사촌인 정몽진 KCC 회장이 동일한 혐의(지정 자료 누락)로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바 있다. 당시 HDC 비서진과 관련 임직원들은 이를 계기로 자사의 친족 회사 누락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회사들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확답까지 받은 뒤 예상되는 제재 수준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정위는 정 회장은 당시 이 사안을 직접 보고받고 "해당 친족을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한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단순한 행정적 착오가 아니라 고의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HDC는 공정위의 고발 결정과 관련해 "SJG세종, 인트란스해운과 그 계열사들은 정 회장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고 1999년 HDC그룹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거래가 전혀 없어 2025년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계열제외 인정을 받은 회사들"이라며 "HDC는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절차를 개선했고 이후 절차에서 어떠한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다는 점을 소명하고, 앞으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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