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재편하고 일어서는 ‘삼성혈역사문화타운’

현 제주행정시는 옛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합치는 바람에 인구 50만에 가까운 공룡이 되어버렸다. 70만 특별자치도에 50만의 행정시라니, 이건 불균형이고 비정상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2025년 기초자치 부활 논의에서도 제주행정시를 2개(김한규 의원)로 할거냐 3개(오영훈 도정)로 할거냐를 둘러싸고 제주 정치권 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려서, 합의된 해법 도출이 안 되고 있다.
오영훈 도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기초자치 부활이 중도 하차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오영훈-김한규 간에 의견 조율이 안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인구 48만 제주행정시를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에 대한 또 하나의 공론 과정이 없었다는 데에 있다. 아래로부터의 도민 추동력이 크지 않았다. 35만이 넘는 옛 제주시와 도합 인구 10만이 넘는 제주시 동서 읍면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의 구상이 없었다. 그냥 과거로의 복귀나 다름없어 보이는 기초자치 추진은 도민에게 감흥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제주 기초자치의 미래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를 지정할 때의 설레는 기대와 환호에 준하는 그런 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단 <로컬 제주>(Local Jeju)라는 소박한 이름으로 먼저 시작해 보고자 한다. 국제자유도시와 같은 큰 그림의 글로벌(Global)이 아니다. 로컬 제주는 외부 의존이 아니라 도민의 삶의 현장에 주목한다. 그래서 로벌 제주는 기초자치와 함께 해야 할 터이다.
여기서는 로컬 제주의 미래 가능성을 삼성혈과 칼호텔 접목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삼성혈의 재발견과 이웃 칼호텔의 쓰임새 재조정이 그것이다. 성지와 호텔을 이웃사촌처럼 연결하는 데서 삼성혈 일대 로컬 제주의 새로운 미래상이 나올 수 있다. 제주시내 한 개의 동이 아닌 몇 개의 동이 한데 모여 로컬 제주의 미래상을 추진해 나가려면, 그에 따라 행정 단위도 일도동과 이도동 등을 한 데 묶어 '삼성동 자치구'(가칭)로 가는 거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다. 제주형 기초자치로써, '기초자치 부활+기초자치 통합'이라는 이중의 전환이 그것이다.
제주시의 칼호텔·삼성혈·민속자연사박물관은 다 나름대로 특색을 가진 관광자원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다 각자도생의 길에 머물러있을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칼호텔은 수년째 비어있고, 삼성혈은 적자 운영에 세금 체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옛 제주시의 미래 찾기에서 창발적 협업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여기다. 삼성혈 일대 옛 제주시권의 활기와 동력을 어떻게 가다듬어 나갈 것인가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삼성혈을 도민 품으로
2025년 오영훈 도정은 신산공원 일대 24만5000평방미터 부지에 <생태역사문화공원>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나름 의욕적이다. 구제주권의 역사와 문화를 도정의 역점사업 리스트에 올려놓은 건 잘한 일이다. 제주시의 미래를 역사·문화로부터 시작하자는 합당성은 매우 크다. 다만 역사·문화를 얘기하면서 너무 손쉽게 신산공원의 재편에 치우쳐 있다는 미흡함이 있다.
생태역사문화공원이라는 명칭에 삼성혈을 넣기로 하자. <삼성혈역사문화타운>(가칭)이 그것이다. 역사문화를 탐라 기원으로부터 시작해 삶의 현장으로 더 다가가자는 것이다. 삼성혈의 역사성과 신화성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내외에 주지시킬 터이다. 그리고 공원이 아니라 '타운(동네)'을 통해 삼성혈 주변 동서남북 현지 도민의 삶과 긴밀히 연관시키는 역사문화 작업임을 강조할 것이다.
차제에 삼성혈이 속해 있는 동네 이름도 바꿀 수 있다면 바꾸어보자. 굳이 이도동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 삼성혈이 위치해 있는 동네라는 의미로 '삼성동'은 어떤가. 삼성혈이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거점 시설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혈과 민속자연사박물관을 통해 삼성동은 일상에서도 탐라 신화를 담아내는 동네가 되도록 한다. 삼성혈과 신산공원의 벚꽃이 유명하니, 애칭으로 체리타운(Cherry Town)도 좋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삼성혈의 재발견이다. 동네 이름 바꾸는 것보다 더 긴요한 건, 삼성신화 관련 콘텐츠를 어떻게 풍요롭게 재현할 것인가이다. 탐라왕국 창시의 신화와 그 이후의 탐라 역사를 다각적으로 다루는 예술적 작품들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인기를 모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만큼은 못해도, 고양부 삼성신화를 소재로 제주도민의 삶을 그린 영화를 만들어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 공모를 통해 삼성혈을 통해 탐라문화가 다시 용틀임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향후 역사문화타운 추진에서 예산은 건물 올리고 주차장 넓히고 하는 것보다는 콘텐츠 개발에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삼성혈은 최근 지방세법 개정으로 급등한 65억 세금부담으로 골치를 아파하고 있다. 위성곤 의원이 고양부 삼성사재단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내세우면서 세금 감면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삼성혈도 변신을 꾀할 때도 되었다. 삼성사재단에 고·양·부 말고도, 삼성혈에 직·간접으로 도움을 준 타 성의 몇분을 사외이사 또는 명예이사로 모실 수도 있다. 삼성사재단의 개방과 함께 성지로서의 근엄함도 좋지만, 동네 공원 같은 경쾌함도 동시에 갖추도록 하는 삼성혈 이미지 개선도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삼성혈의 울타리를 낮추어 도민의 품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AI로 무장한 삼성혈의 변신은 하나의 방법이다. 야간 개장만이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는 무료 개방하도록 한다. 그래야 삼성혈이 성지이고 관광지이자 동네 주민들의 휴식터로 거듭날 수 있다. 항차 인근 삼성동 주민에게 커다란 자부심이자 동네 자랑거리가 될 터이다. 탐라의 후예인 주민과 함께 하는 삼성혈의 새로운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삼성혈은 해마다 4월 10일 춘기대제, 10월 10일 추기대제 그리고 12월 10일 건시대제 등 3번의 큰 제사를 봉행한다. 이 3번의 대제를 전후하여 1주일간 '삼성혈신화주간'(가칭)을 열어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무료 개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봄이면 4월 10일 춘기대제와 연계하여 1주일간 '삼성혈벚꽃축제'를 열고, 10월에 열리는 추기대제는 이도일동 주민자치센터가 주관하는 '모흥골 그디글락 축제'와 연계되도록 한다. 2025년 11회차 되는 모흥골 축제에는 거리공연과 어린이사생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만큼 삼성혈과 이도일동 주민의 합심은 삼성혈 문화거리 일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초석이 될 터이다.
2. 삼성칼 도민호텔(칼호텔 인수)
제주시 중앙로 151번지의 칼호텔. 한때 신혼관광 호텔의 대명사였다. 비행기가 제주시 상공에 접어들면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칼호텔은 제주시의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현재 칼호텔은 영업이 중단돼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 내 호텔의 과잉 공급도 한 이유이겠지만, 또 하나는 대형 호텔의 역할이 다 끝났기 때문이 아닐까. JDC가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도 있지만, 아직 성사되지는 않고 있다.
도민행복펀드로 칼호텔 인수를 제안하는 이유로 칼호텔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제주시 구도심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그냥 버리기가 아깝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칼호텔의 쓰임새를 도민 행복과 연관하여 재발견하자는 데에 있다. 연면적이 3만8000 평방미터나 되니, 숙박만이 아닌 다용도의 복합공간으로의 변신을 통해 삼성혈역사문화 공간을 선도하는 앵커 시설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제관광지라 자부하는 제주에 도민주주호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름도 '삼성칼호텔도민호텔'(가칭)으로. 삼성혈과 칼호텔을 동시에 품는 명명이다. 19층이나 되는 고층 호텔이라 건물을 헐어서 더 높게 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역사성과 상징성 그리고 삼성혈 등 주변 역사문화 자원과의 연계 속에 무언가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찾게 된다. 삼성삼성칼호텔이 삼성혈과 함께 삼성역사문화타운을 이끌어가는 한 축을 이룬다는 것이다.
삼성칼호텔은 도민행복펀드가 들어간 도민주주 호텔이기에 출자 도민에게 반 가격은 상식이다. 1층 호텔 라운지는 동네 사랑방이 된다. 저렴한 커피와 음료, 빵으로 주민과 관광객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 간에 대화·소통의 장이 되도록 한다. 우리네 삶에서 옥외 광장이 익숙하지 않는 만큼, 그래서 오히려 24시간 전천후로 운영되는 실내 광장이 더 적합할 수 있다. 호텔 내에 마련된 도민 라운지이자 실내 광장은 삼성칼 도민호텔의 간판이 될 터이다.
1~2층을 연결하여 여기에 요가, 댄스, 바둑, 서점, 공방, 멀티브랜드샵, 창작 스튜디오 등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설 수 있다. 호텔 라운지나 호텔 마당에서 주말 벼룩시장도 좋아 보인다. 이게 다 도민이 책임 운영하기로 한다. 도민 스스로 주인으로서의 아낌과 활용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관광객들의 동참을 통해 참여형 로컬 관광문화를 선보이게 될 터이다. 흑자가 나지 않더라도 출자 도민과 제주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행복을 갖다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다가 수익이 많이 생긴다면, 그것대로 대박이다.
3. <생태역사문화공원> 청사진에 대한 추가 제언
삼성혈의 변신과 칼호텔 씀씀이의 재발견에 이어 제주도정이 기획하고 있는 <생태역사문화공원> 청사진에 대해 두어 가지 덧붙일 게 있다. 하나는, 신산공원이다. 신산공원도 어떻게든 새로이 가꾸어 나가자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신산공원은 가능하면 인위성을 빼고 지금과 같이 공원 그대로 두는 게 더 격에 맞을 거라는 것. 공원은 자연 그대로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신산공원 내에 건축물 지을 자금 여유가 있다면, 오히려 공원 주변의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데 썼으면 한다. 공원 안은 근사한데 공원을 나오면 도로가 엉망이고 건물이 칙칙하면, 누가 그 공원에 가까이 가고 싶어 하겠는가. 그래서 가로수 하나에도 신경 쓰고, 인도가 걷기 편하게 함은 물론이다. 공원 주변 주택과 건물의 외관이나 색조도 나름대로의 미적 감각을 갖추어 나가도록 지원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또 하나는, 삼성혈 바로 옆 하니크라운호텔도 역사문화타운 프로젝트에 어떻게 함께 가도록 할 것인가이다. 하니호텔도 1963년에 개관한 제주도 최초의 호텔이라는 역사성과 삼성혈 바로 이웃이라는 장소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니호텔 측과의 논의를 해서 '삼성혈역사문화타운' 추진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니호텔만이 아니라 삼성혈 주변 동서남북의 다양한 시설이나 토지가 있다면, 이들에게도 삼성혈 타운 건설에 같이 동참하도록 한다.
삼성혈 타운 추진에서 도민과의 연결고리 하나는 삼성혈 일대 동네상권의 동참과 변신이다. 한때 국수거리로 유명했던 신산공원 근처의 식당가는 한물 간 모양새다. 맛·가격만이 아니라 메뉴 다양성도 과제이다. 국수거리에 오면 탐라신화가 연상되고 삼성혈 흥취가 절로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집단지성과 합심이 요청된다.

삼성혈 일대 역사문화공원 구상이 공원 그 자체에만 함몰되어서는 성공이 어렵다. 주민과의 상생·연대가 핵심이다. '군산 영화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군산시 지역관리회사 방식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삼성혈타운에서 주민과의 밀착과 연결고리를 다양하게 찾아내는 데 도민행복펀드의 일부를 쓰는 것이야말로 도민 출자의 본색일 것이다. 동네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차별성이 바로 삼성혈 타운의 미래이자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할 것이다. / 양길현 전 제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