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연합 대신 독자 파병해야…일본 자위대와 기뢰 없앨 수도"
[편집자주]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이 한국 등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청구서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처는 뭘까. 일본, 유럽 등의 선례를 토대로 국익을 위한 묘책을 찾아보자.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파병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미 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며 "한미 간 긴밀히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주 신중하게 대처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전쟁부 관계자는 15일(현지시각) '한국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동행미디어 시대의 질의에 "백악관에 문의해달라"고 답했다. 연합함대 구성 문제를 백악관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 등 5개국이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에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물속에 기뢰를 설치해 약간의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그 골칫거리가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다"고 했다. 나토를 향해선 "우크라이나는 수천 마일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는 도왔다"며 "이제 그들이 우리를 도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지목하긴 했지만 한국 등에도 비슷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유조선 등을 공격하고 있다. 드론과 수중·수상 자폭 무인정, 미사일 등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요구는 없었지만 미국이 대공·대함 능력을 갖춘 우리 해군의 구축함 파견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군은 미사일 탐색부터 요격 기능까지 일체화된 이지스 구축함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청해부대 등을 동원해 한국의 원유 수송선을 호위한다면 미국발 관세·안보 리스크는 낮아질 수도 있다.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보복관세 위협 뿐 아니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등의 현안을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파병시 이란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해 한국 유조선 등을 집중 공격할 경우 원유 수송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리 군의 인명 피해 가능성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2020년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 당시엔 '위기 고조'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명백한 전쟁"이라며 "해군의 실질적인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중국, 유럽과 달리 원자력추진잠수함과 관세 등 미국의 압박을 받을 요인이 굉장히 많아 파병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청해부대의 파견 형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파병을 하더라도 우리 선박 보호라는 명분으로 들어가되, 최대한 위험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 연구위원은 "한국이 이 문제를 마냥 거리를 둘 수는 없다"며 "단순히 미국의 요청에 대한 동참 여부를 넘어 한국의 국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곧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미동맹 부담을 관리하면서도 이란과의 불필요한 정면 대치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파병을 결정할 경우 미국 주도의 연합체에 참여하는 대신 이란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독자 파병'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낼 때도 독자 파병 형식이었다.
일본 역시 2020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안보 협력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아덴만 등 공해상에 해상자위대를 보냈다. 당시 일본 자위대는 호위함과 초계기를 통해 '독자적 정보수집 활동'을 펼쳤다. 유럽은 2020년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럽 해양 감시'(EMASOH)라는 독자 연합체를 꾸렸다.
또 직접 파병이 어려울 경우 미국의 중동 우방국을 상대로 한 미사일 요격 체계 등 방산 수출을 비롯한 우회적 지원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동맹인 한일 양국이 힘을 모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해군 입장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힘을 모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정보수집 활동이나 공해상의 기뢰 제거 등 최소한의 역할 수행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한 기자 inhan.kim@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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