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빅뱅]② 시동 걸린 K-로보택시…‘先허용ㆍ後규제’로 美ㆍ中 따라 잡는다
상용화 핵심 퍼즐은?
카카오, 강남 자율택시 유상 전환
하반기 도심 서비스 경쟁 본격화
라이드플럭스도 무인 허가 신청
자율주행 관련법 25종 규제 장벽
정부, 광주 실증도시 가동 승부수

[대한경제=강주현 기자]미국ㆍ중국 등 자율주행 선진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에서 자체 기술 기반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시하고,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는 E2E(엔드투엔드) 자율주행 전용차 200대가 투입된다. 하지만 주행 데이터와 규제 환경 모두 미국ㆍ중국과 큰 차이가 있어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작한 ‘서울자율차’ 심야 서비스는 딥러닝 기반 도심 특화 인지 모델에 규칙 기반 방식을 결합한 구조로, 강남처럼 복잡한 도심에서도 실시간 대응력을 높였다. 4월 중 유상 전환이 예정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는 이날 안양에서 기초지자체 최초로 운전석 없는 레벨4(정해진 영역 안에서 완전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개시했다. 올해 들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잇따라 협약을 맺으며 택시ㆍ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과 연계한 ‘한국형 로보택시’ 전환도 속도를 냈다.
국내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획득한 라이드플럭스는 서울 상암에서 2600시간 이상 무사고 실증을 마치고 완전 무인 주행 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내달 이후 발표될 광주 실증도시 기술기업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내 로보택시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선두그룹과 격차는 여전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험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들이 지난 1년간(2024년 12월~2025년 11월) 달린 거리는 총 907만마일(약 1460만㎞). 이 중 안전운전자조차 없이 달린 무인주행만 419만마일(약 674만㎞)에 달한다. 한국에선 2024년 기준 300여대의 자율주행차가 169만㎞를 달리는 데 그쳤다.
규제 구조가 이런 격차를 만들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자율주행 규제법 없이 ‘허용이 원칙, 문제 시 사후 규제’로 운영해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시스템 설명 자료 제출, 보험 가입 등 기본 조건만 충족하면 무인주행을 허가한다. 사업자가 운행 도로와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정부는 사후 보고를 받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에선 자율주행차가 공공도로를 달리려면 국토부의 임시운행 허가가 필요하고, 시험장에서 사전 확인 시험을 거쳐야 한다. 자율주행 관련법만 25종, 세부규정은 100여개에 달해 기술 개발보다 규제 만족에 힘써야 하는 구조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에 없는 내용이라면 미국은 일단 ‘해도 된다’가 출발점이지만, 한국은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이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힐 때, 웨이모는 실제 도로와 시뮬레이션을 합산한 누적 데이터 2억마일(약 3억2186만㎞)을 돌파했다. 테슬라는 양산 차량에서 자동 수집하는 방식으로 70억마일을 넘겼다. 자율주행의 데이터 격차는 기술 격차와 사실상 동의어다. 웨이모가 2009년 개발 착수부터 2020년 무인 유상 운송까지 11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내일 법이 뒤집혀도 데이터 축적에서 뒤처진 시간을 만회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위기감을 드러낸 이유다. 지난 2월 발표한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에도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이 미흡했다”는 반성이 담겼다. 승부수로 꺼낸 카드가 광주 실증도시와 ‘K-자율주행 협력모델’이다. 자율주행용으로 제작되는 전용차 200대가 광주에 투입되고, ‘선허용ㆍ후규제’ 원칙 아래 영상정보 수집ㆍ이용 특례를 신설하는 등 규제 정비도 병행된다.
광주시는 1750평 규모 차고지와 50대 동시 충전 스테이션, 시 전역 실시간 교통 신호정보까지 자율주행 기업에 개방한다. E2E 인공지능(AI) 학습용 전용 GPU(H100 200장)와 주행 데이터 자동 수집ㆍ전처리 파이프라인 구축도 올해부터 지원한다.
관건은 속도다. 변화의 조짐이 분명하지만, 국내 산업계의 부담인 법적 허들은 여전히 높다. 미국과 중국 등 이미 앞서나간 국가들도 산업계를 지원할 법 개정에 나서 격차가 되레 벌어질 우려도 있다. 미국은 하원에서 로보택시 연간 판매 한도를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고, 중국은 자율주행 영업차량 2030년 10만대ㆍ2035년 100만대 보급 목표를 세웠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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