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발 추경, 환경 우려 줄일 ‘대중교통 지원책’도 넣길
정부가 중동발 ‘유가 쇼크’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3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하기로 했다. 인하율을 법정 한도인 30%까지 확대할 경우 휘발유 인하폭은 ℓ당 303원, 경유는 214원까지 늘어난다. 한 달에 6000억원가량 세수가 줄지만, 발등의 불인 유가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비축유를 단계적으로 방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에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고유가 상황에서 오히려 석유 소비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과 내수 위축을 막아 민생과 경제 전반의 불안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시장 기능 왜곡으로 유류 수요나 소비가 줄지 않고 공급도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저유가 혜택을 대형 승용차를 모는 고소득층이 더 많이 누리는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고, 화석연료 소비 감축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조에도 역행한다.
고유가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에너지 절약이다. 단기적으론 휘발유 가격을 인위적으로라도 낮출 필요가 있지만,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확대 등을 유도해 휘발유 수요 자체를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예컨대 일시적으로라도 K패스나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지원이나 환급을 늘리고, KTX 등의 할인율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2022년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 상승과 에너지 요금 폭등에 ‘9유로 티켓’을 선보였다.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용했지만 한 달에 9유로(약 1만5000원)로 독일 대부분 지역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과거 서울시는 봄철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탑승을 무료로 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16일에도 이어졌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4.7달러로 직전 거래일보다 1.5% 올랐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114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추경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실시하되, 사회의 에너지 구조 개혁도 염두에 둬야 한다. 추경으로 대중교통을 지원하면 청년이나 저소득층 같은 경제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석유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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