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딸깍도서 인정은 인간 정신의 종언… 전체 출판인 토론회 열어 대응"

최다원 2026. 3. 1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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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14대 회장 인터뷰]
인공지능기본법, 저작권자 보호 조항 없어
'출판시장 공룡' 된 쿠팡도 비판… 예의주시
"출판 제작 지원 확대하고 문학 수출 힘써야"
한국출판인회의 제14대 회장으로 선출된 홍영완 윌북 대표가 9일 서울 마포구 윌북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

기술의 발전 앞에서 인간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산업화 이래 계속된 질문은 오늘날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특이점을 맞이해 사회 전 영역에 쓰나미 같은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해온 활자매체의 자리가 위협을 받는 와중에, 이른바 '딸깍도서'의 등장은 AI가 인간 저자의 창작활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제도권 차원의 논의는 초기적 수준. 단행본사 중심의 대표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의 홍영완 신임 회장은 현장 목소리를 모아 선제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다음 달 전체 출판인 대상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출판 유통시장의 또 다른 '돌연변이', 쿠팡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내는 그를 9일 만나 출판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10일 14대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한 달이 지났다. 회원사들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고민은 매출 하락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기 힘들지만, AI의 등장이 독서환경에 변화를 준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책이 한때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과 경쟁했고 최근엔 유튜브와 겨루고 있는 것처럼, AI도 시민들에게 일종의 미디어로써 소비되며 독서 시간이 줄어든 것 아닌가 싶다."

-AI 덕에 출판 공정의 생산성이 증대된 측면도 있지 않은가.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보조도구다. 교열같이 확실한 규칙이 적용되는 업무는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낸다. 그런데 문학작품에서 저자가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어긴 경우까지 수정해버려서 문제다. 번역을 맡겨도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간다움'을 사라지게 만든다."

-학습속도만 보면 AI가 언젠가 인간 저자 이상의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단순 실용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통찰과 감동을 주는 내용은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또 잘 쓴 것처럼 보이는 AI도서도 본질은 인간의 예술성을 베낀 것이다. 이를 '공정 경쟁'인 양 취급하면 사람의 창작활동은 씨가 마르고 끝없는 베끼기만 남을 거다. 인간 정신의 종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올해 1월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된 것 아닌가.

"인간 저자의 창작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 '출판물을 AI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무단 사용하면 안 된다' '정당한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등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 AI 사용 여부를 표기하도록 한 규정도 모호하다. 독자의 '양서를 읽을 권리'도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협회 내 AI위원회를 중심으로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의 권리 보호 조항을 명문화하는 데 힘쓸 것이다. 또 AI가 출판산업에 미치는 영향 전반에 대한 연구를 이달 안에 시작하고, 다음 달 말쯤 전체 출판인들이 모여 토론도 할 거다. AI학습에서 출판물 이용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차원이다."

-정부와도 소통하고 있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속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내고 있다. 구체적 논의는 아직이다. 유해성을 심의하는 간행물윤리위원회처럼 AI도서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 AI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4일 한국출판인회의가 공개한 쿠팡 규탄 성명서. 한국출판인회의 캡처

-쿠팡이 도서 판매에 뛰어든 것도 출판계의 큰 화두다.

"쿠팡이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직거래에 나선 게 약 4년 전이다. 업계에선 쿠팡의 도서 매출을 약 5,000억 원으로 추정하는데, 온·오프라인 서점 3위인 알라딘(2024년 기준 4,555억 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어린이 도서에서 시작해 수험서, 일반 단행본까지 거래량이 상당하다."

-지난해 출판계에서 쿠팡의 '갑질' 논란이 일었다. 무리한 공급률(도서 정가 대비 공급가 비율) 인하, 성장장려금 및 광고 요구 탓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얘기도 나왔는데.

"기존 서점들은 웬만해선 한 번 계약한 공급률을 유지한다. 쿠팡도 초반엔 관행을 따르는 듯 싶더니,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자 '갑'이 됐다. 성장장려금도 이전까지 출판계에 없던 계약 조건이다. 출판사가 비율을 책정하면 모를까, 일방적으로 강제하니 더 문제였다."

-현 상황은 어떤가.

"출판인회의를 포함해 여러 단위에서 강력 항의한 데다, 쿠팡의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가 영향을 미쳤는지 다행히 많은 출판사들이 수용 가능한 선에서 타결했다고 한다. 다만 대형 유통사에서 언제든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다른 출판단체와 협력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 출판콘텐츠가 제외된 것도 논란이었다.

"결국 웹툰과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해서만 세액공제가 신설·확대됐다. 출판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법안은 이미 수차례 발의됐고, 경제적 효용성을 입증한 연구도 수두룩하다. K콘텐츠 성장을 얘기하면서 문화 산업의 원천 콘텐츠인 책을 챙기지 않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취임사에선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핵심 과제로 'K문학 세계화 지원 사업'을 언급했는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었는데, 비상계엄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제라도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단순 번역서 제작 확대를 넘어 해외 주요 도시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하거나 유명 서점에 한국 작품 진열대를 확보하는 등 '유통'에 집중할 때다."

-정부도 국내 출판사의 저작권 수출 계약을 위한 상담회 등을 열고 있지 않나.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해야 한다. 중앙부처 안에서도 출판 정책과 문학 번역을 담당하는 주무 부서가 달라 소통과 협업에 장벽이 있는 것 같다.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일본 못지않게 우리 책이 매년 오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임기 내 목표다."

홍영완 회장이 9일 서울 마포구 윌북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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