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못 정해서…‘2900억대 폰지 사기’ 검경, 4년간 16번 ‘핑퐁’

이홍근 기자 2026. 3. 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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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2만여명 모은 뒤 업체 잠적
경찰 신고 이후 사건번호만 13개
그동안 피해자들 낸 손배소 패소
검, 작년 말 운영진 등 27명 기소

전업주부 A씨는 2020년 동창의 소개로 교육업체 ‘커스프그룹’에 투자했다. 360만원을 내고 계좌를 만들면 계좌당 4만원이 매일 입금됐다. A씨 가족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A씨 어머니는 땅을 팔아 3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듬해 4월 업체가 잠적했다. A씨와 가족은 ‘폰지사기’(실제 수익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에 휘말린 사실을 알게 됐다.

A씨와 피해자들은 대표 임모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는 4년간 검찰과 경찰을 오가며 지지부진했다. 9번의 이송, 3번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치며 사건번호만 13개가 부여됐다. 그사이 A씨는 임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찰청 다중피해범죄 집중수사팀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임씨와 커스프그룹 운영진 등 27명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임씨에게는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수강료 360만원을 내고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면 매일 4만원의 수당을 얻을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했다. 다른 회원을 데려오면 추가로 8000원을 주고, 실적에 따라 원장, 상원장 등의 직급을 부여해 각각 추가 수당으로 가입비의 5%와 8%도 지급했다. 검찰은 “신규 회원의 가입비 외에는 수당을 충당할 수입이 없는 폰지식 돌려막기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임씨는 2020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2만898명으로부터 2972억여원을 수수했다. 원장 B씨는 9억여원, C씨는 19억여원, D씨는 15억여원, E씨는 8억여원을 수당으로 받았다. 다른 원장들도 비슷한 규모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수사는 16차례나 검찰과 경찰을 옮겨다녔다. 전북경찰청이 2022년 각지 사건을 모아 전주지검에 송치하자 전주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했다. 이후로도 사건은 중앙지검-전주지검-경찰 사이를 계속 오갔다. 피해자들은 그사이 피해가 커졌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대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경찰과 검찰의 무책임한 수사로 민사소송에서 패소하는 엄청난 불이익을 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단계 범죄의 특성상 수사 지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국에 퍼져 있어 대질 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타관 이송이 잦을 수밖에 없고, 관할을 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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