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00억대 폰지 사기 사건, 검경 16번 핑퐁 끝 4년 만에 기소

이홍근 기자 2026. 3. 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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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정효진 기자

전업주부 A씨는 2020년 동창의 소개로 교육 업체 ‘커스프그룹’에 투자했다. 360만원을 내고 계좌를 만들면 계좌 1개마다 매일 4만원이 입금됐다. A씨 가족들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A씨 어머니는 시골 땅을 팔아 3억원을 투자했다.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돈은 여유로운 노후를 약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듬해 4월 업체가 잠적했고 A씨와 가족은 ‘폰지사기’(실제 수익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A씨와 피해자들은 그룹 대표 임모씨를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수사는 4년간 검찰과 경찰을 오가며 지지부진했다. 9번의 이송, 3번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쳐 사건번호만 13개가 부여됐다. 그 사이 A씨는 임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야 임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찰청 다중피해범죄 집중수사팀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임씨와 커스프그룹 운영진 등 27명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임씨에게는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수강료 360만원을 내고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면 매일 4만원의 수당을 얻을 수 있다면서 회원을 모집했다. 다른 회원을 모집하면 추가로 수당 8000원을 주고, 실적에 따라 원장, 상원장 등의 직급을 부여해 각각 추가수당으로 가입비의 5%와 8%도 지급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신규 회원들의 가입비 외에는 수당을 충당할 수입이 없는 폰지식 돌려막기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임씨는 2020년 7월17일부터 2021년 5월까지 2만898명으로부터 2972억9165만원을 수수했다. 원장 B씨는 9억6580만원, C씨는 19억1227만원, D씨는 15억7440만원, E씨는 8억1559만원을 수당으로 받았다. 다른 원장들도 비슷한 규모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수사는 16차례나 검·경을 옮겨다녔다. 전북경찰청이 2022년 전국 각지 사건을 모아 전주지검에 사건을 송치하자 전주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이송했다. 중앙지검은 전주지검에 다시 사건을 이송했고, 전주지검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같은 해 9월19일 전주지검에 송치했고 전주지검은 이를 중앙지검에 다시 넘겼는데, 중앙지검이 사건을 전주지검에 돌려보냈다. 이후 사건은 두 차례 보완수사를 거친 뒤 인천지검과 전주지검을 떠돌다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하면서 마무리됐다.

피해자들은 검경이 수사를 미루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호소했다. A씨는 2021년 임씨 등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피고들이 유사수신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지난해 5월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대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경찰과 검찰의 무책임한 수사로 민사소송에서 패소하는 엄청난 불이익을 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단계 범죄의 특성상 수사 지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국에 퍼져있어 대질 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타관이송이 잦을 수밖에 없고, 관할을 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지검에 다중피해범죄 집중수사팀을 설치하고 여러 검사실에 흩어져 있던 10여 건의 사건을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면서 “미비한 증거를 직접 보완 수사하여 일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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