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가 치매 부른다?...푹 잔 쥐에는 ‘보약’

이석호 기자 2026. 3. 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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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대 연구팀,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에 졸피뎀 투여 후 분석
'느린 진동' 활동 회복하고 비렘 수면 시간 연장...신경염증 지표 낮춰
병리 단계 따라 약효도 달라져..."과흥분된 회로 정상화가 핵심 기전"
챗지피티

치매와 수면제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불면이나 수면 장애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졌지만, 수면제 복용이 오히려 인지 저하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보고된다. 수면제에 기대지 않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잠을 충분히 자는 게 효과적일까?

미국 하버드의대 신경과 연구팀은 비벤조디아제핀(Non-BZDs) 계열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Zolpidem)이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에서 수면을 되살리고, 아밀로이드 병리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 하버드의대 연구팀,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에 졸피뎀 투여 후 분석

졸피뎀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승인을 받은 가바-A(GABA-A) 수용체 조절 약물이다. 뇌 속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수용체에 결합해 염화이온 수송을 촉진하고, 신경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수면을 유도한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비렘(NREM) 수면 부족에 주목했다. 비렘 수면은 알츠하이머병 병리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고, 장기 기억 형성을 돕는 회복적 수면 단계다. 특히 깊은 비렘 수면에서 관찰되는 0.5~1Hz 대역의 '느린 진동(slow oscillation)' 활동이 약해지면 아밀로이드 축적이 증가하고 알츠하이머병 진행이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돼 왔다.

연구팀은 먼저 약물 후보를 찾기 위해 컴퓨터 기반 약물 스크리닝을 실시했다. FDA 승인 약물 약 2,300종을 대상으로 가바-A 수용체 결합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졸피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도출됐다.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는 졸피뎀을 3·10·30mg/kg 용량으로 복강 주사한 뒤 전압 감응 염료(VSD) 영상으로 뇌 피질의 수면 리듬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30mg/kg 투여군에서 주입 후 약 10~20분 사이에 느린 진동 세기가 정상 마우스 수준의 절반 정도 수준까지 유의하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저용량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면 구조 변화도 확인됐다. 무선 뇌파(EEG) 장치를 이용해 수면 상태를 24시간 추적한 결과, 졸피뎀 투여군은 대조군보다 비렘 수면 시간이 유의하게 늘고 각성 상태는 줄어들었다. 특히 쥐의 수면 시간인 낮 시간대에 비렘 수면 증가 효과가 집중됐다. 약물 효과는 투여 후 약 2일 내 사라져 지속 시간은 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느린 진동' 활동 회복하고 비렘 수면 시간 연장...신경염증 지표 낮춰

뇌파 스펙트럼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약물 투여 후 2~3시간 동안 저주파와 델타파(1~4Hz)가 증가한 반면, 세타(4~8Hz)나 알파(8~12Hz), 시그마(12~16Hz) 등 고주파 대역의 세기는 감소했다. 이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뇌파 패턴이다. 연구팀은 졸피뎀이 수면 관련 뇌 리듬을 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 개선이 실제 병리 억제로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마우스에 졸피뎀을 30mg/kg 용량으로 4주간 매일 투여한 뒤 다광자 현미경을 이용해 뇌 피질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투여군은 대조군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부담이 유의한 감소세를 보였다. 사후 뇌 절편 분석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됐다.

신경염증 지표 또한 낮췄다. 투여군에서 피질 내 성상교세포(별세포)와 미세아교세포 반응성이 감소한 대신, 억제성 시냅스 밀도는 유의하게 증가했다. 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칼슘 과부하' 현상도 완화됐다.

행동 실험에서 역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공포 조건화' 실험을 통해 기억 기능을 평가한 결과, 투여군은 24시간 훈련 뒤 수면 의존적 맥락 회상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자발적 이동 활동이나 작업 기억을 측정하는 'Y자형 미로' 테스트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없어 과도한 진정이나 운동 억제 등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 병리 단계 따라 약효도 달라져..."과흥분된 회로 정상화가 핵심 기전"

졸피뎀이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한 선행 연구에 대해서는 병리학적 차이로 설명했다. 이 연구는 오렉신(Orexin) 수용체 길항제인 수면 유도제 '렘보렉산트(Lemborexant)'가 타우 병리 모델에서 신경퇴행을 완화한 반면, 졸피뎀은 신경 보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연구팀은 선행 보고에 활용된 마우스에서 이미 신경세포 손실과 뇌 위축이 진행돼, 피질 회로 활동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저활성(hypoactivity)' 상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마우스는 타우 병리나 신경세포 손실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밀로이드 축적과 함께 대뇌 피질 회로의 '과흥분(hyperexcitability)'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초기 단계 모델이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억제성 신경 전달을 강화하는 졸피뎀이 과흥분된 회로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에는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이미 활동성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Zolpidem restores sleep and decreases amyloid in a mouse model. Alzheimer's Dement. 2026

연구팀은 졸피뎀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임상 연구를 근거로 신중하면서도 낙관적인 해석을 내놨다. 일부 연구에서는 졸피뎀 복용이 노인의 낙상 위험 증가나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이 같은 부작용은 대개 장기간 고용량 투여나 특정 취약 집단에서 관찰된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최근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졸피뎀 투여 후 야간 각성 시간이 줄어들고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확인됐다"며 "보고된 이상 반응 대부분은 경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졸피뎀은 비렘 수면과 느린 진동 활동을 회복시키면서 아밀로이드 축적과 신경세포의 기능 이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며 "이 치료 전략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서 유망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단일 모델에 의존하고 단기적 효과를 중심으로 분석된 만큼, 장기 복용 시의 수면 구조 변화나 임상적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Yu L, Yokomizo S, Doan TH, et al. Zolpidem restores sleep and decreases amyloid in a mouse model. Alzheimer's Dement.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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