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전성시대

이승률 2026. 3.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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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로 발을 내디딘 K-뷰티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트렌드] 


(왼쪽부터)1 틱톡에 자주 언급되면서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티르티르’. 특히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은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 쿠션 브랜드 최초로 파운데이션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다. 2 APR이 만든 ‘메디큐브’는 스킨케어라는 영역을 넘어 ‘홈 더마 코스메틱 디바이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로, 디바이스와 기능성 화장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전 세계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K-뷰티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3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 먼저 돌풍을 일으킨 ‘VT 리들샷’. 4 ‘설화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능성을 입증한 브랜드로 최근 ‘윤조에센스’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 최근 샴푸와 두피 에센스 등 한국 헤어 케어 제품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로마티카’가 대표 주자로 북미 대표 뷰티 채널 얼타 뷰티와 동유럽 최대 리테일러 로스만 등에 잇따라 입점했다. 6 ‘스킨1004’는 해외에서 먼저 제품력을 인정받고 성공한 뒤 한국에 선보인 역수출의 대표 주자. 특히 ‘마다가스카르 센테라 앰플’은 미국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누적 판매량 1500만 개를 돌파했다. 7 세계 최초로 BB크림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열풍을 만든 ‘한스킨’의 대표 제품 ‘수퍼 쓰리 솔루션 비비크림’.

그야말로 ‘K-뷰티 전성기’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통적 화장품 강국인 미국을 넘어 수출액 기준 세계 2위에 올랐을 정도다. 이제 K-뷰티 브랜드는 세포라, 부츠, 월마트 같은 글로벌 유통 매장에서 한 섹션을 차지한다. 그뿐인가. 한때는 낯설게 받아들여지던 한국식 10단계 스킨케어 루틴과 이중 세안법이 인도와 브라질, 호주, 폴란드, 나이지리아 등 대륙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다. 실제 미국 언론에서는 K-뷰티가 단출했던 미국 스킨케어 단계를 체계적으로 세분화해 뷰티 제품의 카테고리를 넓혔으며, 미국 내 뷰티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경쟁력은 혁신성과 품질, 그리고 속도에 있다. 쿠션 팩트와 선스틱 등 세상에 없던 제품을 창조해냈고, 소비자들의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제형을 선보였다. 실제 K-뷰티의 영향으로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신제품 출시 주기를 18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한국 스킨케어는 곧 혁신 성분’이라는 공식 역시 K-뷰티 열풍의 일등 공신이다. 단일 성분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효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여기에 K-컬처를 만들어낸 감각적 마케팅과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까지! 수준 높은 화장품을 대량으로, 그것도 신속하게 생산해내는 기술력은 가히 한국이 독보적이다.

물론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K-뷰티를 대표하는 몇 가지 카테고리의 제품은 확실히 인기가 있으나, 정작 브랜드의 영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가 아직은 견고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뷰티는 가성비’라는 이미지는 넘어야 할 산이며, 후발 주자인 중국과 동남아 브랜드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K-뷰티의 진정한 세계화는 이제 막 시작점에 서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들은 단순히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K-뷰티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향후 지속가능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K-뷰티가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 남긴 이정표 

시트 마스크 - 1990년대 일본에서 고안한 부직포 마스크는 본래 ‘증정품’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이 고기능성 성분을 더해 단일 제품으로 선보였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1일 1팩’ 트렌드를 만들며 전 세계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비비 크림 - 1950년대 독일 피부과 의사가 만든 연고 ‘블레미시 밤’을 메이크업 제품으로 대중화한 주역도 한국이다. 2006년 한스킨과 차앤박 등이 연이어 출시한 K-비비크림은 베이스 메이크업의 패러다임마저 바꿨다.

쿠션 파운데이션 - 2008년 아모레퍼시픽이 탄생시킨 ‘쿠션 팩트’는 간편하게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Korean Cushion Foundation’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을 정도다. 

선케어 - 최근 글로벌 뷰티 커뮤니티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는 무조건 한국 제품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뻑뻑하고 끈적이는 기존 제품과 달리 스킨케어처럼 가볍게 스며들면서도 차단력이 강력하다는 것. 또 스틱형 자외선 차단제를 상용화해 ‘수시로 관리하는’ 자외선 차단 문화를 정착시켰다.

토너 패드 - 화장솜에 토너를 적시는 번거로움을 단 한 장으로 해결한 ‘토너 패드’ 역시 한국이 만들어낸 트렌드다. 원래는 화장 수정용 제품이었지만, 여기에 수분 공급과 진정, 미백 등의 기능을 추가하며 ‘패드 스킨케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했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원태 | 한경 프레스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