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DHD입니다" 혹시 나도? 성인 ADHD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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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로,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 과도해 일상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일으키는 신경발달장애다.
ADHD는 보통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돼 성인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진단 기준 역치 이하로 변화하는 경우가 있어 성인 ADHD 유병률은 소아청소년의 절반 정도다. 성인 ADHD는 우울증이나 성격 문제로 오인돼 과소 평가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진단율이 낮은 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방수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의 ADHD 유병률은 약 5~7%로 보고되며, 국내 초등학생들도 6~8%의 수치를 보인다"며 "성인기 ADHD 유병률은 약 2.5~4.6%로 소아기에 비해 낮다"고 설명했다.

100명 중 3~4명 성인 ADHD…대학 진학ㆍ취업 후 드러나기도
ADHD는 성인이 된 후 갑자기 새롭게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임상적으로 성인 ADHD 환자를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은 '증상이 어린 시절(만 12세 이전)부터 있었는가'다. 그렇다면 적지 않은 ADHD 환자가 성인이 된 후 증상이 시작됐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방수영 교수는 "학창 시절에는 부모의 밀착 관리나 학교의 규칙적인 시간표 등 외부 통제 장치가 주의력 결핍을 보완해 준다"며 "대학 진학이나 취업 후,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마감을 지켜야 하는 높은 수준의 실행 기능이 요구되는 환경에 놓이면, 숨겨져 있던 조절 능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환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삶의 난이도가 뇌의 조절 능력을 넘어서면서 증상이 비로소 인지되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능이 높거나 사회적 기술이 좋은 환자들은 어린 시절의 주의력 결핍을 뛰어난 암기력이나 순발력으로 상쇄해 '모범생'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주변에서는 물론 본인조차 ADHD임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업무가 복잡해지고 책임이 무거워지는 성인기에 이르러서야 업무 누수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으며 병원을 찾는다.

산만한 행동보다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특징
어린 시절에는 수업 시간에 자리를 이탈하거나 몸을 크게 움직이는 식으로 ADHD 증상이 표출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을 스스로 억제한다. 대신 그 에너지가 밖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숨어들면서,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상태가 된다. 오랜 세월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결점을 감추는 기술이 발달해 전문가가 아니면 증상을 포착하기 어렵게 변모하기도 한다.
방수영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정신적으로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고 호소한다"며 "몸은 가만히 있어도 발을 미세하게 떨거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등 미세한 운동 증상이 남기도 하며, 머릿속에 항상 서너 가지 생각이 동시에 돌아가는 듯한 혼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성은 업무상 실수뿐 아니라 정리정돈의 어려움, 잦은 이직, 충동적인 소비나 폭식 등 생활 전반의 불규칙함으로 이어진다.
성인 ADHD 특징 3
① 만성적인 미루기 단순 게으름이 아니라 일을 시작하는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아 마감 직전까지 고통받으며 일을 미룸
② 정서적 불안정성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음
③ 불균형한 집중력 좋아하는 게임이나 취미에는 몇 시간씩 과도하게 몰입하지만 일상적인 행정 업무나 지루한 회의에는 단 5분도 집중하지 못함

ADHD, 왜 발생하는 걸까?
ADHD는 전두엽 부위 도파민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낮거나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의욕, 즐거움, 집중력,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특히 뇌의 지휘소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부위에서 적절한 양의 도파민이 분비돼야 특정 일에 집중하고, 유혹을 참으며, 계획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방수영 교수는 "도파민이 신경세포 사이(시냅스)에 머물며 신호를 전달해야 하는데, ADHD 환자의 뇌에서는 도파민을 너무 빨리 회수해버리는 '재흡수 운반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뇌는 늘 도파민에 굶주린 상태가 되며, 이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거나(산만함), 당장 즐거운 일에만 몰두(충동성)하게 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부족도 원인 중 하나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외부 자극 중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데, 부족할 경우 주변의 사소한 소음이나 시각적 자극을 차단하지 못해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ADHD 약물은 이 두 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를 적절히 높여 약효를 발휘한다.
ADHD는 관리에 따라 누구보다 폭발적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엔진으로 작용한다. ADHD를 겪는 성룡이 세계적인 배우로 성공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추정된다. 방수영 교수는 "ADHD 환자들은 주의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주의력 조절이 어려운 것"이라며 "자신이 흥미를 느끼거나 강한 자극을 주는 분야에 한 해 주변의 소음이나 시간의 흐름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무섭게 빠져든다"고 했다. 일반적인 집중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집중 상태가 돼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약물은 보조도구…유산소 운동‧마음챙김 명상 도움
성인 ADHD는 소아와 마찬가지로 약물 치료가 표준 치료법이다. 방수영 교수는 "임상적으로 성인 환자는 소아보다 치료 순응도가 훨씬 높다"며 "증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상 실수, 경제적 손실, 대인관계 갈등 등의 고통을 직접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에 임하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DHD는 약물에 대한 반응 자체가 매우 드라마틱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방수영 교수는 "많은 환자가 치료 후 '평생 머릿속을 짓누르던 안개가 걷히고 처음으로 선명한 세상을 만난 기분'이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ADHD 약물이 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매일의 일상을 돕는 기능 보조 도구 개념이다. 약을 끊으면 약물에 의해 조절되던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 본래의 낮은 수치로 돌아간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ㆍ마음챙김 명상이 도움돼
생활 속 ADHD 증상을 개선을 위해서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자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심박수를 높이는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실천하면 좋다.
최근에는 마음챙김 명상이 ADHD의 비약물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순간의 생각, 감정, 신체 감각을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명상법으로 산만해진 주의력을 알아차리고 다시 현재의 과업으로 부드럽게 되돌리는 주의력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방수영 교수는 "성인 ADHD는 완치해야 할 병이라기보다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에 가깝다"며 "혼란의 짐을 내려놓고 전문가와 함께 치료를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방수영 교수(도움말)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을지대학교 을지정신의과학센터장, 노원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기획 김지은 기자
취재 이수민(헬스콘텐츠그룹 기자)
도움말 방수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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