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 와중에 관세 챙기는 미···USTR “한·중·일 등에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미 무역대표부(USTR)가 11일(현지시간) 한·중·일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USTR은 한국 등 이미 무역합의를 체결한 국가에도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USTR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구조적인 과잉 생산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면서, 중국·일본·유럽연합(EU)·싱가포르·스위스·노르웨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베트남·대만·방글라데시·멕시코·인도를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301조는 미국 무역에 부담·제한을 가하는 외국 정부의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관행에 대응해 미국 대통령이 상한 없는 관세 부과, 수입 쿼터 등의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외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상 행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외국을 관세 등으로 압박하며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미국은 더 이상 다른 나라들이 과잉 생산(제품)을 우리에게 수출하는 상황을 감수함으로써 자국 산업 기반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자국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 미국의 국내 생산을 밀어내고 미국의 제조업 투자와 생산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는 핵심 공급망을 미국으로 다시 이전하고, 미국의 제조업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로 과잉 생산과 연관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조사는 지속적인 무역 흑자, 미국과의 양자 무역에서의 흑자, 미사용 및 저활용 생산 능력 같은 지표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의 증거가 확인되는 경제권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한국에 대해 구조적 과잉 생산의 증거가 나타난다고 명시했다. 연방관보에 게시한 공고를 통해 한국의 글로벌 상품 무역수지가 2023년 100억달러 적자에서 2024년 520억달러 흑자로 반전됐으며,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흑자도 2024년 560억달러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흑자를 유지하는 주요 분야로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및 해양 장비 등을 꼽았으며,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한국 스스로도 생산 능력을 줄일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적시했다.
이번 조사는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효화한 후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동원해 ‘대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후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무효화되자마자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동시에, 의회 승인 없이 122조를 발동할 수 있는 시한인 150일 이내에 301조와 232조 등에 근거한 조사를 마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리어 대표는 301조 조사 대상에 대부분의 교역국이 포함될 것이며, 쌀 보조금·과잉생산·디지털세 등의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일단 제조업 과잉 생산 문제에 한정됐지만, 그리어 대표는 추후 분야를 확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수산물·쌀 시장 접근성, 해양오염 같은 환경 문제 등은 미국 산업계가 문제를 제기해온 이슈들”이라며 “이런 이슈들이 추가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가 한국, 일본, EU 등과 이미 체결한 무역 합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나 기타 조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혀 무역 합의 체결국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 담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률 및 정책 측면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위치정보·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촉진하기로 했다’는 조항을 한국 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그간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해왔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이 중국 기술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주장해왔다. 지난 5일에는 미 공화당 일부 하원의원들이 한국의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CSAP)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USTR이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서한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에게 보내기도 했다.
한편 그리어 대표는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처 등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301조 조사를 12일에 개시한다고 밝혔다.
USTR은 관세 등의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조사 대상 정부의 입장 청취 및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22조 관세 유효 기간인 오는 7월 하순 이전에 조사를 마치기 위해 USTR은 가급적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USTR은 ‘301조 위원회’를 꾸려 이해관계자의 서면 의견을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접수하고, 5월5일에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후 7일간 반박 의견을 받은 뒤 ‘대응 조치’가 정해지는데 관세를 비롯해 서비스 수수료, 협상, 기타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그리어 대표는 설명했다.
앞서 강경화 주미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플랜B’ 관세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USTR이 301조 조사에 착수할 경우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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