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구속 뒤 최은순, 양평 땅 담보대출금 갚았다

양평·전다현 기자 2026. 3.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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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으로 멈춘 지 2년8개월째. 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이 ‘왜’ 강상면으로 변경됐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3일 채권최고액 12억8050만원의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해제된 김건희 일가 소유의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토지 15필지(표시 선 안쪽) 일대 모습. ⓒ시사IN 조남진

3월3일에 찾은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토지는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에 키우던 염소나 닭 따위도 보이지 않았고, 금고가 뜯겨 나간 채로 나뒹굴고 있었다. 창고 내부에 있었던 듯한 각종 계약 문서, 은행 거래 확인증, 특허 내역 등 갖가지 서류도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이 토지는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바로 ‘그 땅’이다. 2023년 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안이 윤석열 처가 일가가 보유한 이곳 인근으로 변경되면서 이 땅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씨와 그 가족들,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엔디는 1987년 일부 토지를 상속받은 후 2019년까지꾸준히 매입해병산리 일대 총 20필지(3만4786㎡)를 보유하고 있다.

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은 애초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이 ‘양서면 종점 원안’에서 ‘강상면 종점안’으로 변경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논란이 된 이 토지에 대해 “(김건희 일가의) 조상 묘가 있는 선산으로, 개발이 불가능하다”라며 특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석연치 않은 면이 많았다. 원 장관이 언급한 조상 묘는 김건희 일가가 소유한 토지에서 다소 떨어져 있었고, 조상 묘가 위치한 땅의 소유주는 먼 친척들이었다.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해명과 달리, 김건희 일가가 보유한 병산리 일대 토지는 상속 및 매입 과정을 거친 이후 순차적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임야에서 개발이 용이한 ‘대지’로 지목이 바뀌는 식이다.

결국 이 땅을 둘러싼 논란은 2023년 7월 원희룡 당시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전면 중단되었다. 당시 원 전 장관은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2년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멈춰 있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재개를 논의했으나 다시 찾은 현장은 방치된 흔적만 가득했다.

3월3일 김건희 일가가 소유한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 모습. 창고 건물 주변에 각종 서류와 뜯겨 나간 금고 등이 나뒹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2억원 근저당 해제한 김건희 일가

당초 이 땅은 창고 시설과 닭장 등을 두고 가축을 기르던 곳으로 쓰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토지관리나 활용을 포기한 듯 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최근 병산리 토지를 묶고 있던 권리관계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2025년 10월13일, 강상면 병산리 토지 15필지(총 2만3361㎡)에 설정되어 있던 채권최고액 12억8050만원의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일제히 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8월12일 김건희씨가 구속된 지 두 달 뒤였다.

기존 근저당권자와 지상권자는 모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도농새마을금고였다. 2012년 12월26일 도농새마을금고는 최은순씨에게 대출을 실행하면서 채권최고액 12억805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같은 날 존속 기간을 30년으로 하는 지상권을 설정했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나 수목 등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다. 13년 뒤, 사위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딸(김건희)과 사위가 함께 구속된 해에 이 채무 관계가 해제된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채무 관계자가 채무를 전액 상환함에 따라 지상권과 근저당이 정상적으로 해제됐다”라고 밝혔다. 통상 채권최고액은 대출액의 120~130% 내외로 설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씨가 약 10억원 수준의 토지 담보 대출액을 갚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은순씨의 재산을 둘러싼 돈의 흐름은 최근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최씨는 양평 땅의 대출을 상환하고 넉 달 뒤, 성남시에 13억원 체납액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앞서 최씨는 2013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한 사실이 적발돼 2020년 4월 성남시로부터 27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최씨는 성남시에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성남시의 손을 들어주며 과징금 납부 의무를 지게 됐다. 이후 성남시는 2024년 12월4일 최씨 소유의 건물과 토지 등 21건을 압류했는데, 여기엔 최근 근저당이 풀린 병산리 땅 일부도 포함됐다.

성남시는 최은순씨가 납부 시한인 2025년 12월15일까지 과징금 25억500만원을 내지 않았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공매를 의뢰했다. 이에 올해 2월4일, 캠코는 압류 부동산 중 하나인, 감정가 80억원가량의 최씨 소유 서울 강동구 암사동 건물과 토지에 대한 공매를 공고했고, 3월30일부터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강제매각 절차가 임박하자 최씨 측은 공매 공고 엿새 만인 2월10일, 체납액의 절반가량인 13억원을 납부했다. 1월에 납부한 2000만원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최씨가 상환한 금액은 총 13억2000만원이다. 체납액(25억500만원) 절반 이상을 납부하자, 성남시는 캠코에 공매 취소를 요청했다. 다만 성남시가 앞서 압류한 최씨의 부동산 21건은 여전히 압류 상태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 나머지 과징금에 대한 납부 계획을 잡은 상태다. 압류 부동산에 대해서는 해당 상환이 완료된 후에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11일 김건희씨의 모친 최은순씨가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출석하는 모습. ⓒ시사IN 박미소

최은순씨가 성남시와 협의한 대로 나머지 과징금을 완납하면 부동산 압류 21건도 해제된다. 다만 압류 문제를 해결한 후 최씨가 강상면 병산리 토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해당 토지에 대한 매매 움직임도 아직은 포착되지 않았다. 〈시사IN〉이 현장을 찾은 3월3일, 양평군 강상면 일대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김건희 일가의 토지와 관련해 “현재 나온 매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평고속도로 논란’의 진실은 여전히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에서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2월25일 출범한 2차 특검은 양평고속도로와 함께 김건희씨에 대한 전반적인 의혹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양평·전다현 기자 allhye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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