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스마트폰 뺏으면 끝? 해외는 알고리즘을 고민한다

정철운 기자 2026. 3. 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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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공장' 플랫폼에 과징금 책임 물어
프랑스·호주에선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까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생성형 AI로 만든 '중학생이 교문 앞을 나서며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세~19세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2.6%로 전체 평균(22.9%)의 두 배에 가까웠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중등교육법 개정 이후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학교 밖을 나서는 순간 아이들은 다시 스마트폰에 접속한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금지만이 최선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미디어 이슈 리포트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SNS 과의존 대응을 위한 해외 규제 동향'(진민정 책임연구위원 작성)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는 '과의존'을 단순한 '사용 시간 과다' 문제가 아닌 알고리즘 추천 구조,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등 플랫폼 특성이 결합된 환경적 위험으로 재정의하고 있었다. 대응도 복합적이었다.

영국은 2017년 14세 소녀 몰리 러셀 사망 사건 이후 자해 및 자살 관련 콘텐츠가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연쇄적으로 노출된 사실이 드러나며 '알고리즘 책임'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됐다. 이후 2023년 10월 온라인 안전법을 통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접근 가능성이 높은 미디어 플랫폼에 여러 '주의의무'를 부과했다. 음란물, 자살·자해 조장·미화, 섭식장애 조장은 '주요 우선순위 콘텐츠'로 규정해 최우선적 차단 대상으로 간주하고, 인종·종교·성별·성적지향·장애 혐오 표현은 '우선순위 콘텐츠'로 접근 제한 또는 노출 축소 조치를 적용하는 식이다.

영국 규제 핵심은 '사전적 위험관리'다. 한국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같은 영국 오프콤(Ofcom)에서 플랫폼의 위험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자의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1800만 파운드(약 353억 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10% 중 더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프랑스는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국가가 개입해야 할 '생활 환경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만 3세 미만의 스크린 노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영유아 보육시설 내 디지털 기기 사용도 금지했다. 또 '디지털 쉼표' 정책에 따라 한국처럼 등교 후 학생의 스마트폰을 수업 종료까지 학교가 보관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프랑스 하원에선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프랑스는 2022년 '아동·청소년의 합리적인 스크린 이용을 위한 행동계획'을 수립해 부모 대상 정보 제공, 학교 기반 미디어 교육, 현장 지원 인프라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 아이를 지켜요'란 이름의 정부 포털도 운영한다. 여기선 연령별 위험 신호, 플랫폼 설정 방법, 상담 및 신고 경로 등을 통합 제공하고 있다.

“해외, 플랫폼 책임·부모 지원·교육 체계 유기적 결합”

호주에선 2022년 '온라인 안전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탐지와 신속한 대응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 대상 괴롭힘 콘텐츠의 경우 온라인안전국이 플랫폼에 즉각 삭제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2024년 11월엔 소셜미디어 이용 최소연령을 16세로 명시했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이 틱톡, 메타, 인스타그램, 스냅챗, X,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계정을 생성하지 못하게 했다.

만약 플랫폼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유지 차단 조치를 못할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15억 7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부모 명의 계정 사용, 해외 플랫폼 우회 이용 등 회피 가능성이 있다는 건 현실적 한계다. 호주 정부의 연령대별 스크린 사용 시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5세~17세의 오락 목적 스크린 사용 시간은 하루 최대 2시간이다.

미국은 2024년 7월 17세 미만 아동·청소년 온라인 안전법(KOSA)이 상원을 통과했다. 해당 법 또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에 '주의의무'를 부여하는데,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이 앞으로는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등을 끌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도 사용자나 부모가 거부할 수 있게 '눈에 띄는 방식'으로 선택권을 줘야 한다. 해당 법안은 메타와 구글의 반대 속에 좌초됐다. 이후 2025년 5월 의회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지점을 보완한 수정안을 발의했다. 연방 차원 논의와 함께 주 차원 규제도 등장하고 있다. 뉴욕주는 2024년 청소년에게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피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부모 동의 등 예외 요건에서만 허용하는 입법을 통과시켰다.

언론재단 보고서는 “상당수 법안이 사법적 심사를 거치며 효력이 정지되거나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미국의 청소년 SNS 규제 논의는 어떤 방식의 설계 규제가 헌법적 기준(최소 침해, 과잉 금지, 익명 표현 보호 등)을 통과할 수 있는가가 주요 쟁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성소수자 이슈 콘텐츠가 검열될 수 있다는 우려부터 기업이 모든 사용자 나이를 확인하는 게 사용자의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앞선 해외 규제 사례를 두고 “강력한 규제 그 자체보다, 플랫폼 책임·집행 구조·부모 지원·교육 체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다층적 설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역시 국내 미디어 환경, 표현의 자유 보장 원칙, 개인정보 보호 체계, 행정 집행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점진적이고 구조적인 대응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능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 금지나 규칙 위반 관리에 머무르기보다, 알고리즘 추천 구조, 위험 콘텐츠 확산 메커니즘, 플랫폼의 수익 모델과 데이터 수집 방식 등을 학습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교육 체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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