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할 일 하고 헤어집시다…“집중 잘 되고, 관계 피로감 덜해요”

박찬희 기자 2026. 3.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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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느슨한 관계'를 전제하는 모임들인데, 남은 업무나 사진첩 정리 등 각자가 미뤄 둔 일을 함께 모여 처리하는 '어드민 나이트'도 그중 하나다.

이 지역 어드민 나이트 모임을 개설한 개발자 김지민(29)씨는 "목적이 친목이 아니라 밀린 일 처리 및 습관들이기라 사담은 거의 안 하고 각자 할 일을 존중하는 편"이라며 "(같은 공간에서) 남들도 뭔가 하는 분위기라 집중이 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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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 사로잡은 ‘어드민 나이트’
‘느슨한 관계’ 전제한 효율성이 장점
“고립감보다는 유대감 느끼며 성장”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어드민나이트 모임에서 참여자들이 각자 할 일을 위해 준비한 물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경원(28)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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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받기는 싫지만,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은 느낌이었는데, 애초에 목적 자체가 친목이 아니라 괜찮겠다 싶었어요.”

취업준비생 김유진(26)씨는 최근 ‘어드민 나이트’라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 김씨가 지역생활 커뮤니티 모임에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되 각자 할 일을 한다’는 모임 성격이 문턱을 낮췄다. 참석을 결심한 배경에는 관계에 대한 미묘한 바람이 있다. 김씨는 11일 한겨레에 “친목을 쌓으며 감정을 쓸 여력은 없을 것 같았다”면서도 “졸업한 지도 오래됐고, 서울에 아는 사람도 손에 꼽다 보니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첫 모임에서 2시간 동안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자기소개서도 썼다. 김씨는 “혼자 할 때 집중도가 50이라면 같이 하니 70 정도”였다며 “만족스러워서 앞으로도 시간만 되면 더 참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 사적인 친목보다 공통의 목적에 집중하는 모임이 늘고 있다. 일종의 ‘느슨한 관계’를 전제하는 모임들인데, 남은 업무나 사진첩 정리 등 각자가 미뤄 둔 일을 함께 모여 처리하는 ‘어드민 나이트’도 그중 하나다. 관리나 행정을 뜻하는 어드민(admin)에 밤(night)을 합성한 신조어로, 외국 엠제트(MZ) 세대에서 유행이 시작된 뒤 국내에서도 관련 모임이 늘고 있다. 대개 일과시간 이후 오프라인에 모여 친목을 나누는 대신 각자 할 일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자기 주도성을 지키며 타인의 존재 또한 느끼고 싶은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드민 나이트 모임 참여자들은 ‘적당한 거리감’에서 오는 ‘효율성’을 우선 장점으로 꼽았다. 관악구 어드민 나이트 모임을 운영하는 최경원(28)씨는 “해야 할 일 외에 다른 건 신경 안 써도 되게 ‘관계’가 주는 피로감이 이 모임에서만큼은 없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시작 전 각자 할 일만 간단히 소개한 뒤, 정해진 시간이 끝나는 대로 별다른 대화 없이 헤어지는 이유다. 강남 지역 모임도 공지사항에 ‘억지 네트워킹 없음’과 ‘각자 집중’을 내걸었다. 이 지역 어드민 나이트 모임을 개설한 개발자 김지민(29)씨는 “목적이 친목이 아니라 밀린 일 처리 및 습관들이기라 사담은 거의 안 하고 각자 할 일을 존중하는 편”이라며 “(같은 공간에서) 남들도 뭔가 하는 분위기라 집중이 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각자 할 일을 하지만, 눈에 보이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위로이자 동기가 된다고 한다. 관악구 모임 운영진인 유튜버 조현준(31)씨는 “다들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고립감보다는 유대감을 느끼며 더욱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진씨도 “각자 다른 일을 하지만 그냥 같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이상한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어드민나이트는 최근 유행하는 경찰과 도둑 놀이 모임, 감자튀김 모임처럼 특정한 목적을 함께 성취한 뒤 ‘깔끔하게’ 헤어지는 모임의 연장선이다.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Z(제트) 세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세대”라며 “철저하게 목적과 성격적인 면을 먼저 파악한 다음 서로 주도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온라인 만남의 특징을 오프라인에서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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