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포'에 글로벌 ERP 기업 추락…EQT는 왜 더존 품었나

신준혁 기자 2026. 3. 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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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QT, 더존비즈온

글로벌 소프트웨어(SW)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ERP 등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계정 기반 과금 모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회계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Intuit)는 최고점 대비 주가가 50%가량 증발했고 독일 다국적 기업 SAP 역시 성장성 둔화 우려 속에 시가총액이 40% 하락했다.

이러한 비관론 속에서도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는 더존비즈온 주식을 사들였고 공개매수까지 나섰다. ERP 섹터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28%를 얹어주며 시장 흐름을 역행하는 빅딜을 성사시킨 셈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는 더존비즈온 지분 인수와 더불어 잔여 지분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도로니쿰을 통해 2조1819억원을 투입한다. 더존비즈온은 SPC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현재 더존비즈온은 피어 그룹 대비 고평가된 상태다. 4일 종가 기준 글로벌 1위 인튜이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AI 리스크로 인해 10년래 최저치인 18배까지 떨어진 반면 더존비즈온의 PER은 40배에 육박한다. 매출 대비 시총을 나타내는 주가매출액비율(PSR) 역시 글로벌 평균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EQT가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AI가 넘기 힘든 로컬 데이터와 관련 있다. 더존비즈온은 세무·회계 시장에서 국세청 홈택스 등과 실시간으로 연동된 증빙 체계에 특화됐고 중소·중견 기업 위주의 영업 전략을 펼치며 데이터를 축적했다.

국내 시장은 특유의 행정 시스템과 폐쇄적 데이터로 인해 거대언어모델(LLM)이 발전하더라도 단기간에 대체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더존비즈온이 국내에서 학습 가능한 유효 데이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인수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더 나아가 더존비즈온은 AI 기반의 '원 AI'를 출시하고 ERP, 그룹웨어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챗GPT와 연동시켰다. API 사용량에 따라 최대 400만원의 월정액 요금제를 과금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원 AI 도입 기업 수는 7400곳을 넘어섰다.

EQT는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회계 데이터를 금융 서비스와 결합하는 테크핀 사업을 육성하고 AI SaaS 모델을 템플릿화해 한국과 유사한 세무 구조를 가진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기업들을 추가 인수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더존비즈온은 1991년 설립한 토종 ERP 기업이다. 국내에서 독일 SAP에 이어 정유율 2위에 올랐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국세청 법인세 전자신고 시장에선 약 9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63억원, 12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9%, 45% 증가한 수치다. 4분기 매출 1271억원과 영업이익 461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분기 최대치를 새로 썼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ERP 섹터의 멀티플(배수)은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지표와는 별개로 EQT는 한국 시장의 특수한 독점력과 데이터 자산 가치를 별개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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