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이강국 2026. 3. 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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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과 감세를 앞세운 트럼프 경제정책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K자형 양극화를 가져왔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MAGA’ 구호 뒤에 심화되는 불평등이 그림자로 남았다.
2024년 10월18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의 연설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 PHOTO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는 보호무역과 감세로 산업을 부흥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고 했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트럼프에게 지지를 보냈고 그를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는 2025년 4월부터 급속히 관세를 올리는 한편 1기 행정부 당시의 감세를 연장했다.

트럼프의 경제학은 과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당초 우려보다 낫지만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그를 지지했던 미국 중하위층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및 달러 강세를 초래한 세계경제 시스템이 이 나라 경제를 망쳤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했다. 스티븐 마이런 경제자문위원회 전 위원장(현재 연방준비제도 이사)은 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체제가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제조업 노동자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는 높은 관세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를 낮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의 무역수지 흑자가 미국 국채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에 재투자되며 달러 가치를 높여 미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이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각국에 제공하는 ‘안보 우산’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플라자합의 같은 국제공조로 달러 가치를 낮춰야 한다. 1985년 플라자합의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높이는 환율 조정이 이뤄졌다. 이후 일본 엔화 급등은 자산 버블의 한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감세는 정말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가?

그러나 경제학자 다수는 이러한 주장을 비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 버클리 교수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근본 원인을 ‘저축에 비해 소비가 과다하고 재정적자가 심각한 거시경제의 불균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달러 환율 변화가 무역수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 경제에 나쁜 것만은 아니며 이로 인해 제조업 고용이 줄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제조업 고용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는 기술혁신과 경제구조 변화다. 무역수지가 흑자였던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제조업 고용은 줄었다. 2010년대 이후에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속되었지만 제조업 고용은 별로 줄지 않았다.

트럼프는 2025년 4월2일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10% 기본관세, 그리고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에겐 10~49% 상호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그해 8월7일부터 각국에 대해 10~50% 상호관세를 시행했다. 상호관세율은 EU,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우방국들에게는 15%,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10%, 브라질은 50%였다.

예일 대학의 정책연구센터인 ‘버짓랩(Budget Lab)에 따르면, 2025년 11월17일 기준으로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약 17%에 달한다.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 당시 약 20% 수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2차 대전 직후의 브레턴우즈 체제 확립 이후 약 80년, 가깝게는 최근 30년 동안 발전되어온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감세를 골자로 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도입했다. 이 법안은 2025년 말 종료 예정이었던 트럼프 1기 정부의 감세안(소득세·법인세 등) 연장, 사회복지지출 구조조정, 국방비 및 정부부채 한도 증액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초과근무수당 및 팁에 대한 연방소득세 공제, 사회보장연금을 수령하는 노년층에 대한 6000달러의 추가 세금공제, 연소득 1만5000~8만 달러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이 포함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조치들로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팁을 받는 노동자의 수가 적은 데다 소득이 크게 낮은 노동자들은 이미 소득세 대부분을 공제받고 있다.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OBBBA로 얻는 이득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더해 메디케이드(65세 미만 저소득층 대상 건강보험) 및 푸드스탬프(저소득층을 위한 식비 지원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 시민의 수는 줄여버렸다.

2025년 10월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식료품점에 ‘복지급여 카드 결제 가능’ 안내문이 걸려 있다. ⓒAP Photo

감세는 정말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가? 이는 지금도 경제학계에서 치열한 논쟁거리다. 트럼프 1기의 감세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 반면 트럼프 감세가 세수를 줄여 재정적자를 악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게 받아들여진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트럼프의 OBBBA는 세수 감소로 2034년까지 재정적자를 3조4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이자 지급액까지 포함하면 재정적자 증가액이 4조1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34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당초 예측치인 117%에서 127%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4월 고율의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이후, 국제무역 둔화로 세계경제 성장이 큰 타격을 받는 한편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IMF 등 국제기관은 2025년 미국과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관세 인상 이후에도 미국 경제는 경기둔화를 겪지 않았다. 경제성장률도 당초의 우려에 비해서는 견조했다.

미국의 2025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소비 둔화 및 관세 인상에 대비한 수입 급증으로 전(前) 분기 대비 –0.6%(연율)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3.8%, 3분기에는 4.4%로 높아졌다.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의 성장률 역시 1분기에는 0.6%(연율)에 불과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5%, 3.5%로 올라갔다. 고정투자에서는 비주거 투자, 특히 설비투자의 증가율이 1분기 7.1%, 2분기 4.4%를 기록하다가 3분기엔 0.8%로 둔화되었다. 결국 경제성장률만 보면 2025년 4월 이후 미국 경제는 관세 인상의 충격을 흡수하고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고성장은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인공지능) 붐과 관련된 투자 급증과 관련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제이슨 퍼먼 교수는 2025년 상반기에 정보처리 설비와 소프트웨어 관련 고정투자가 약 27%(연율)나 급등했으며, 이를 제외하면 상반기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0.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미국의 고성장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모습. ⓒEPA

노동시장을 살펴보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증가가 둔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사정이 좋지 않다. 2025년 11월 미국의 총 비농업 일자리 수는 그전 달(10월)에 비해 5만 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세를 인상한 2025년 4월 이후와 비교해봐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제조업 일자리의 경우, 관세 인상 이전인 2025년 3월과 비교할 때 운수장비와 컴퓨터 등 내구재 산업을 중심으로 오히려 일자리 6만4000개가 줄었다. 제조업 전체 고용에 대비하면 0.5% 감소한 수치다.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 역시 지난 1월 소폭 상승했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중시하는 제조업 경기도 사실은 둔화되어왔던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는 관세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밀접히 얽혀 있는 제조업 부문에서 수출 주문 및 수입이 줄어드는 추세와 관련이 크다.

이러한 현실은 관세 인상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의 부활을 가져올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과 배치된다.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회의적 목소리가 컸다. 높은 관세가 중간재를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에도 피해를 줄 것이고, 국제무역의 둔화는 세계와 미국의 성장을 정체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관세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노동비용이 높고 노동자의 숙련도가 낮은 미국으로 제조업 기업들이 돌아와 고용을 늘릴 가능성도 낮다. 예일 대학 ‘버짓랩’에 따르면, 미국의 2025년과 2026년 경제성장률은, 관세가 인상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각각 0.5%포인트, 0.4%포인트 낮게 나타날 전망이다. 버짓랩은 또한 관세 인상에 따라 2029년 이후 미국의 GDP 수준이 지속적으로 0.3%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폭 하락한 트럼프 지지율

무엇보다도 트럼프의 관세 인상과 감세는 소득분배에 악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의회예산국의 분석에 따르면 OBBBA로 인해 2026년에서 2034년까지 세후소득이 하위 10% 가구는 연간 평균 3.1% 감소하는 반면, 상위 10% 가구는 2.7% 증가하게 된다.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 축소 등으로 하위 10% 가구의 소득이 감소하는 데 비해 상위 10% 가구의 소득은 감세 덕분에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 역시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에게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는 감세와 관세의 효과 모두를 고려하면 2026~2034년 하위 10% 가구는 세후소득이 연간 평균 5.6% 감소하지만, 상위 10% 가구는 소득이 연간 1.9%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관세 인상은 물가상승으로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빈곤층(생계유지가 곤란한 계층)의 수도 증가시키리라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의 권리와 경제적 안정을 약화시키고 고용주의 권한을 강화하며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아 노동자 가구의 생활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 노동시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연방정부 노동자 등의 최저임금을 인하하고 단체협약의 권리를 약화시켰다. 전국노동위원회(미국의 노사관계 감독 연방기관)에서 친노동자 측 위원을 해고하고 친고용주 위원을 임명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노동정책을 추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스트럭처 법안도 약화시켰다.

생산성 상승에도 불구하고 고용 증가는 지체되고 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부 사무실 앞. ⓒAP Photo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에서는 소득과 부, 그리고 소비에서 상위층과 하위층의 격차가 확대되는 이른바 K자 형태의 경제(K-shaped economy)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애틀랜타 연준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시기 경제회복기에는 소득 하위 25%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이 상위 25% 노동자의 임금상승률보다 높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이 크게 낮아져 임금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1월 상위 25%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4.3%였는데, 하위 25%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6%였다.

이러한 K자 경제는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창출의 둔화를 반영한다. 갤럽 등의 여론조사는 미국인들이 최근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렵고 노동시장 사정도 악화되었다고 보고한다. 특히 실업률을 보면 저소득층인 흑인의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에 비해 더욱 빠르게 높아졌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에 따르면 이 또한 트럼프 정부의 급속한 관세 인상이 가져온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과 관련이 크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노동시장의 1차 분배와 가처분소득의 2차 분배 모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최근 생산성 상승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과 고용증가는 지체되어, 2025년 3분기 미국 GDP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이 53.8%로 1947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로 낮아졌다.

이러한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의 대폭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6년 1월 초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중 트럼프 정부를 지지하는 비율이 39%,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56%였다. 특히 일자리와 경제에 관한 질문에서는 출범 직후인 2025년 1월 말 트럼프 정부 ‘지지’의 비율이 ‘지지하지 않는다’보다 약 10% 더 많았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말에는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비율이 약 18% 더 많아졌다. 미시간 대학의 ‘소비자 태도 서베이’도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의 비율이 60%를 넘어 1970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보고한다.

돌이켜보면 트럼프의 집권을 가져온 중요한 요인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미숙한 대처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인들은 지지자들의 삶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포함하여 앞으로 미국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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