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거란, 신라, 일본으로 가는 연결의 역사를 담은 책 ‘발해 로드’

우리민족이 만주에 세웠던 나라 발해를 ‘사라진 나라’가 아닌 ‘움직인 나라’로 다시 불러낸 인상적인 역사책이 출간이 됐다.
‘당, 거란, 신라, 일본으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가 붙은 ‘발해 로드’(지은이 윤재운 펴낸곳 평사리)는 왕조의 흥망이나 정치 제도의 나열에서 벗어나, 사람·물자·사상이 이동을 했던 ‘길’을 중심에 놓고 발해 200년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발해 모습은 강대국이나 약소국이라는 이분법과 거리가 있다. 발해는 여러 세계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농경과 유목, 대륙과 해양을 연결한 조정자의 국가였다.
이런 시각은 발해의 멸망을 ‘실패의 역사’로 단순화하지 않고, 10세기 동아시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연결의 전략’이 지녔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성찰한다.
오랫동안 발해는 교과서 속 몇 줄로만 남아 있었다. 고구려 멸망 후 세워졌고, 당과 교류했으며, 거란에 의해 멸망한 나라. ‘발해 로드’는 이러한 요약을 거부하며, 발해를 길 위에서 이해해야 할 국가로 재해석한다.
책의 핵심은 발해를 ‘영토의 국가’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국가’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저자는 책에서 발해 역사를 네 개의 길로 나누어 따라간다. 첫 장에서 당으로 가는 길인 발해의 서부 네트워크에 대해, 2장은 거란ㆍ서역으로 가는 길인 발해의 북부 네트워크, 3장은 신라로 가는 길인 남부 네트워크, 4장은 일본으로 가는 길인 동부 네트워크에 관해 서술하였다. 각 장에서는 5도로 대표되는 발해의 주요 간선도로의 노선, 주요 경유지와 관련 인물의 행적도 다룬다.
1장은 압록도는 발해 도시들에서 신주에 이르는 육로, 압록강 어귀까지 수로, 요동반도, 발해해협, 산동반도의 등주까지 해로를 거쳐 당에 들어간다. 영주도는 육로로 상경에서 장령부를 거쳐 영주도독부에 이른다. 다문화의 중심지이자 발해 건국의 기점인 영주를 고구려 여인 고영숙 묘지로 살피고, 뤼순의 최흔 석각, 등주의 발해 상인 이연효의 기록을 살핀다.
2장은 거란도로 상경, 부여부, 임황에 이르는 길로, 담비 모피의 유행과 무역 루트이다. 발해인들이 담비 무역을 매개로 안록산 등 소그드인 네트워크와 교류한 유적을 말한다. 말갈의 한 종족인 흑수말갈로 가는 여정을 살피고, 배가 머물렀던 수참, 흑룡강이 얼면 개 썰매를 이용한 구참 등 발해의 역참제를 살핀다.
3장은 발해에서 신라로 가는 길은 동해 해안가를 타는 동부 교통로와 평안도 지역을 거치는 서부 교통로가 있다. 발해 24개 돌 유적의 용도와 역참 관련성이 약함을 논한다. 우리 바다 ‘동해’의 문헌를 살피고, 속초 등 동해안 지역이 고구려와 신라의 전장이었다가 발해와 신라의 교류와 갈등의 공간이었음을 말한다. 경북 경산의 발해 마을을 통해, 발해 유민의 한반도 정착 역사를 살핀다.
4장은 일본도는 상경에서 알아하구, 동경용원부, 크라스키노성, 여기서 동해 횡단 일본까지 가는 길을 비롯해 5가지 경로가 있다. 동경을 훈춘의 팔련성으로 비정하고 일본과 신라로 가는 허브이자 연해주로의 전진기지였다고 살핀다. 출항지 크라스키노성의 역사, 입지, 출토 유물을 살피고, 사절단이 입항한 일본 후쿠이현과 이시카와현의 발해 관련 유적을 현장 사진과 함께 실었다.
책에 따르며 당으로 향한 서부 네트워크는 발해가 동아시아 국제 질서 속에서 자신을 공식화한 통로였다. 거란과 유목 세계, 서역으로 이어진 북부 네트워크는 발해가 당 중심 질서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유지한 또 하나 선택지였다. 신라와 맞닿은 남부 네트워크는 대립 속에서도 단절을 피했던 경계의 역동성을 보여 주며, 일본으로 향한 해상 네트워크는 발해가 대륙 국가이면서 동시에 해양 국가였음을 드러낸다.
‘발해 로드’는 발해를 여러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을 조정했던 ‘중간의 국가’, 다시 말해 조정자로 위치시킨다. 이런 해석은 발해의 멸망을 전략 실패로 단순화하는 기존 시각을 넘어, 10세기 동아시아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발해의 선택을 재평가하게 만든다.
이 책의 특징은 학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이다. 최신 연구 성과와 사료,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전문 용어를 절제하고 지도와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했다. 그 결과 ‘발해 로드’는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 교사, 박물관 강연 청중까지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 교양서로 완성되었다.
저자는 발해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국경이 다시 강화되고, 이동과 교류가 흔들리는 시대에 이 책은 묻는다. 국가는 어떻게 세계와 관계 맺어야 하는가, 고립이 아닌 연결은 가능한가. 발해의 길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질문들로 독자를 인도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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