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전운 감도는 삼성전자…날개 단 K반도체에 ‘노조 리스크’ 꿈틀

허인회 기자 2026. 3. 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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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권 확보 위한 투표 돌입…‘블랙리스트’ 엄포까지
사측 “10조원 손실” 생산 차질 우려 속 ‘노노 갈등’ 가능성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2024년 7월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위한 찬반투표에 나섰다. 오는 5월 말 총파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파업 불참자에 대해 불이익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과 출하를 시작하며 주도권을 잡은 HBM 경쟁에서 자칫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수출 둔화는 물론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3개 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지난 3일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결렬되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투표에 참여하는 조합원 규모는 약 9만 명 수준이다. 전체 근로자(12만5000여 명)의 약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재적 조합원의 과반 찬성을 얻을 경우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 측은 쟁의권 확보 이후 내달 23일 조합원 참여 집회를 열고, 오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총파업이 진행되면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을 맞게 된다. 2024년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주도로 첫 파업이 열린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의 파급력은 첫 번째 파업 때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첫 파업 당시 전삼노 조합원 규모는 약 3만 명이었고, 실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4000~5000명 안팎 수준이었다. 전삼노는 별다른 성과 없이 50여 일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규모만 6만 명이 넘은 가운데 초기업노조 조합원 중에선 약 5만1500명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 소속이다.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에 들어갈 HBM4 양산 출하에 들어간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이유다.

노조는 피해도 감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파업 시 회사는 10조원의 손실을 보지만 직원들의 손해는 4000억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의 손실을 지렛대 삼아 원하는 바를 얻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오는 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내세워 파업 강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다.

2024년 5월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문화행사를 갖고 임금 협상 및 임금 인상안 재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불참자 전환배치·해고 1순위" 위법 가능성

이런 가운데 노조의 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5일 "파업 기간에 노조 집행부는 평택 사무실을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만약 회사를 위해서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조합과의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배나 해고에 이들을 우선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파업에 비협조적인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노조는 파업 기간 동안 신고센터를 운영해 회사에 협조하는 직원을 신고할 경우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노조 입장에선 실제로 함께 행동하는 조합원이 중요하다"며 "사측이 직원을 갈라치기하는 상황에서 조합원 보호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제1항에 따르면,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등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쟁의행위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쟁의행위의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는 행위로서 폭행·협박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은 초과이익성과급(OPI)에서 비롯됐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회사 실적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 범위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노조는 OPI 50% 상한선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상한 폐지 시 OPI 초과 달성이 어려운 다수 사업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50% 상한을 유지하되 EVA(경제적 부가가치) 20%와 영업이익 10% 중 OPI 재원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 사측과 재교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OPI 상한 폐지를 놓고도 사업부간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파업에 미온적인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이 현실화될 경우 노노 갈등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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