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행정통합 무산 가능성에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전 조기 과열
행정통합 특별법 좌초 전망 속 6·3 지방선거 판세 변화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 주자 일부가 지역별 공천(후보자 추천 신청) 접수에 나선 데다 다수의 주자가 각 지역 선거 운동에 한층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행정통합 불발에 따른 6·3 지방선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만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공천신청을 마쳤다. 이 예비후보는 특히 TK(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광주·전남 특별법에 비해 20개가 넘는 지원 항목이 빠져 있는 상태라며 향후 좌초된 특별법을 제대로 보완해 대한민국 산업화 중심지 대구의 위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통합 무산을 예상한 공약이다.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의 행보도 대구에 집중됐다.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지난 7일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서 열린 제43회 대구시회장배 유도대회를 비롯해 주말 동안 열린 체육계 행사에 참석하면서 대구 스포츠계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을 공약했다. 추 의원은 "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생활 체육 활성화를 통해 시민 건강을 확실히 챙기고,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TK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에 힘을 쏟았던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 국회 부의장도 지역 행보를 이어갔다.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구지부 회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기업 유치의 핵심 변수인 '땅값·노동력·세금'의 경쟁력을 키워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전국에서 정착민 비율이 가장 높은 대구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면서 "누가 대구시장이 되든 기득권과 싸울 각오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이 불편을 감수하며 응원해야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 기준으로 올해 4월 초까지가 행정통합 마감 시한이라며 통합의 필요성은 꾸준히 내세웠다.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의원은 8일 팔공산 대표 사찰인 동화사와 파계사를 잇따라 방문해 불교계 지도자들을 예방하고 대구 발전과 시민 화합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유 의원은 "앞으로 대구의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산업 유치와 미래 투자에 나서겠다"라며 "특히 대구 경제의 판을 바꿀 대형 산업 프로젝트와 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갑) 의원은 같은 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빈약한 성과와 낙후된 도시를 지난 30년 대구의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의 정치가 대구를 '관리'하는 일에 그쳐 한 번도 '성장'시키지 못했다"라며 "TK 통합도 이렇게 훼방을 놓는데, 오직 대구만을 위한 중앙정부의 세제 특혜를 기대한다는 것은 정치력이 아니다. '희망사항'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무책임하다"라며 '경제 전문가'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앞서 대구시장 선거 공천접수를 마친 홍석준 전 국회의원은 행정통합 불발을 전망하면서 대구 지역 선거운동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홍 전 의원은 "처음부터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남에만 (통합을) 하려고 하다가 대구·경북이 들어오니 갖은 핑계를 대면서 막고 있다.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행정통합은 사실상 무산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희생하면서 민주당과 싸워왔는데,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구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행정통합 졸속 추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던 다수의 경북도지사 선거 예비후보들은 경북에서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행정통합이 무산될 공산이 커지면서 지역별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김재원 예비후보는 주말인 지난 7일 상주·칠곡·성주를 잇따라 방문해 민생과 지역 발전을 위한 소통에 힘을 기울였다. 이어 8일 문경과 예천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최경환 예비후보는 최근 영주와 포항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하고, 경주 등 지역별 공약을 발표하면서 표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에 연고가 없는 임이자(상주·문경) 의원이 경북도지사 선거에 가세하면서 행정통합 없이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임 의원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어떤 리더십이 경북을 이끄느냐가 중요하다. 보수 우파 정당의 중추인 경북을 향한 당원과 도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강력하고 혁신적인 실행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면서 자신이 차기 도지사의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행정통합 여부와 관계 없이 출마 의지를 갖고 있었던 임 의원이 공천 신청 마감 기한에 따라 출사표를 던졌다는 견해도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가까울 시일 내 선거판에 합류할 예정이다. 앞서 이 지사를 보좌해왔던 정무직 11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3선 도전을 위한 선거 캠프 구성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선거운동은 TK 행정통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본격적인 선거 운동 시기는 12일까지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 여부를 보고 나서 정해질 것 같다"라며 "TK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시 전두환 정권으로 돌아가서 영호남이 분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올 텐데, 이재명 대통령도 그런 상황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마지막까지 행정통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