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본능도 발명품도 아니다…히틀러가 꿰뚫어본 폭력의 역사 [Book]
![1996년 독일 북동부 톨렌제강에서 한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발견한 위팔뼈로 위쪽에 돌화살촉이 박혀있다. 추가 발굴 결과 약 3200년 전 수천 명 규모의 전투가 벌어졌음이 밝혀졌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역사보존과]](https://t1.daumcdn.net/news/202603/08/mk/20260308054802787jnyi.gif)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그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도 동일한 물음이 대중화됐으며,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그 질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쟁 주체, 발생 장소, 개전 시기는 변수로 가득해도 ‘제3차 세계대전’이란 질문은 상수였다.
‘가능성’을 묻는 말은 미래를 향하지만 그에 앞서 불가피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인간은 왜 폭력을 반복하는가?’ 현대 전쟁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리처드 오버리의 신간 ‘전쟁 충동’은 본원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재위치시키고 인류가 왜 항상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는지 그 이유를 추적한다. 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생태학 등 네 가지 학문적 렌즈를 통해 폭력의 기원을 사유하는 명저다.
먼저, 전쟁을 둘러싼 생물학적 렌즈의 질문을 압축하자면 이런 것이다. ‘전쟁은 유전자 안에 있는 걸까, 아니면 유전자를 위해 전쟁이 존재하는 걸까.’
다윈주의자 아서 키스는 말했다. ‘자연은 자신의 인간 정원(혹은 과수원)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 전쟁은 자연이 사용하는 전지가위다.’ 1931년 키스의 책에 기록된 이 말은, 전쟁이 생물학적으로 ‘유용’하다고 인류가 믿기 때문에 발생함을 이야기한다. 전쟁은 약자를 제거하고 강자를 끌어올려서다. 이는 다윈주의자인 키스로 이어졌고, 따라서 자연법칙과 전쟁은 유관하다고 키스는 봤다.
하지만 저자는 키스의 주장을 배격한다. 다윈의 주장도 키스의 설명도 자연사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까닭에서다. 다윈이 말한 ‘투쟁’은 비유이지 전쟁과 동의어가 아니었고, 전쟁이 인간 진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는 말을 다윈은 하지 않았다는 것. 또 개인을 ‘연합 폭력’(전쟁)에 참여하게 설득할 방법이 있어야만 전쟁이 수행되는데,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폭력에 참여하지 않아야만 생존 가능성이 더 크다. 참전을 거부하는 게 삶에 유리하다.
따라서 진화론적 시각은 전쟁의 기원을 적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것. ‘적합한 자만 살아남고 덜 적합한 자는 사라진다’는 진화론적 논리는 다윈주의자들에 의해 과장·왜곡됐다고도 저자는 분석한다.
![1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담은 영화 ‘1917’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8/mk/20260308054804069imuk.jpg)
정신분석학자 프랑코 포르나리는 프로이트의 개념을 빌려 ‘유아기의 경험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인간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전쟁 자체는 프로이트가 말한 ‘죽음 충동’과 그와 연관된 공격성에 의해 만들어진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이며, 내면의 혼란을 밖(적)으로 투사하는 전쟁은 일종의 ‘치료’가 됐다고도 봤다. 전쟁은 유아기에 형성된 공격성과 관련된 죄의식을 제거한다. 적을 죽이는 건 ‘나쁜 것’을 파괴하는 일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도 특정 전쟁의 발발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내재한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선 ‘적’이라는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진화심리학은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
이제 다음은 인류학이다. ‘전쟁은 인간 사회 대부분에 알려진 발명품이다’란 문장은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전쟁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말이 아니었다. 전쟁이 세상을 정돈하는 제도적 장치라면, 공동체는 마음만 먹으면 전쟁을 대체할 장치를 추가 발명할 수 있다는 역설적 낙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고대 인류의 뼈에 새겨진 살상, 보복, 폭력의 흔적을 설명하지 못한다. 로런스 킬리의 ‘원시전쟁’, 스티븐 르블랑의 ‘끊임없는 싸움’에 따르면 전쟁은 문화적 산물이란 논리가 해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전쟁은 문명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 도구함’ 속에 자리 잡은 핵심 요인이었고 전쟁은 조직화된 형태였다고 말이다.
![1933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에서 친위대 앞에 선 아돌프 히틀러가 연설하고 있다. [공공 저작물]](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8/mk/20260308054805322list.jpg)
인류 역사를 복기해보면 극도의 식량 압박이 대규모 살해로 이어졌다. 서기 900년부터 400년간 이어진 미국 중부와 서남부 지역의 광범위한 전쟁은 인구 증가로 인해 수렵채집민과 정착 농민이 ‘땅과 식량’을 두고 벌인 경쟁과 긴장의 결과였다. 14세기 사우스다코타주 크로크리크에선 ‘신참자’들이 기존 주민의 머리 가죽을 벗겼다. 이러한 전쟁은 21세기에 이르러 ‘영토 침범’으로 이어졌다. ‘땅’을 둘러싼 세계 각지의 전쟁은 생태학적 관점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출간되진 않았지만 아돌프 히틀러가 1928년 쓴 책의 한 단락을 저자는 인용한다. 한 세기가 지났지만 지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 민족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주로 다음 사실에 의해 결정된다. 민족의 문화적 수준과 관계없이 나날의 빵을 위한 투쟁은 모든 절대적인 필요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한 민족이 살기 위해 필요한 빵은 민족이 이용할 수 있는 레벤스라움(lebensraum·독일어로 살아갈 공간이란 뜻으로, 나치의 팽창 정책을 정당화했던 역사적 구호)에 의해 결정된다. 주민의 영토와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민족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전쟁의 고통으로부터 자유의 빵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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