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이 수면제 될까…'기능성 간식' 시장의 실험

전제형 기자 2026. 3. 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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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버섯 성분 넣은 '수면 간식' 시장 확대
기능성 식품 확산 속 숙면 돕는 제품 경쟁 심화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부족…생활습관 더 중요"
샬롯 크루즈(Charlotte Cruze, 왼쪽)와 앨리스 머쉬룸 공동 창업자인 린지 굿스타인(Lindsay Goodstein). [출처=BBC]

◆잠 못 드는 시대…'먹는 수면 보조제' 등장

잠들기 전 초콜릿을 먹으면 숙면에 도움이 될까.

7일 BBC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면을 돕는 간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초콜릿, 젤리, 스낵바 등에 멜라토닌이나 마그네슘 같은 기능성 성분을 넣어 숙면을 돕는다는 제품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브랜드 앨리스 머쉬룸(Alice Mushrooms)이다. 이 회사의 초콜릿 제품 '나이트캡(Nightcap)'은 출시 약 3년 만에 미국 전역 약 2000개 매장에서 판매되며 빠르게 시장을 확대했다.

제품에는 진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지버섯, 허브 성분인 캐모마일 그리고 멜라토닌 생성을 돕는 마그네슘과 아연이 포함돼 있다. 또한 녹차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L-테아닌도 들어 있어 신체 이완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공동 창업자인 샬롯 크루즈(Charlotte Cruze)는 "수면 초콜릿 개발이 가장 어려웠다"며 "사람들이 잠들기 어려운 이유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면 산업' 커지는 이유…불면의 일상화

수면 간식 시장이 커지는 배경에는 현대인의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있다.

미국 매트리스업체 슬리포폴리스(Sleepopolis)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약 47%가 수면 보조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멜라토닌 같은 천연 보충제가 처방약이나 일반 의약품보다 더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의약품이 여전히 수면 보조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천연 성분 기반 제품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이케아(IKEA)의 지난해 수면 보고서에서도 미국과 영국은 국가별 수면 점수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결국 '잠 못 드는 사회'가 새로운 소비 시장을 만든 셈이다.

최근에는 멜라토닌이나 L-테아닌을 넣은 초콜릿, 마그네슘이 들어간 스낵바, 캐모마일 젤리 등 다양한 형태의 '수면 간식'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영지버섯은 아시아에서 수천 년 동안 약용으로 사용돼 왔다. [출처=게티이미지]

◆과학적 근거는 아직 제한적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품의 효과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마그네슘과 멜라토닌은 수면 개선 효과가 일부 입증됐다. 반면 캐모마일이나 버섯 성분은 연구 규모가 작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테아닌의 경우 연구 결과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멜라니 스턴스(Melanie Stearns)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University of South Florida) 교수는 "연구에서 사용된 L-테아닌 용량은 식품에 들어 있는 양보다 훨씬 많다"며 "초콜릿이나 스낵바 형태로 섭취했을 때 극적인 수면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성분의 누적 섭취다.

빙엄턴대(Binghamton University) 연구진은 여러 기능성 식품을 동시에 섭취할 경우 특정 성분이 과도하게 축적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기능성 식품 시장이 커질수록 나타날 수 있는 '보충제 과잉 시대'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바이오해킹' 트렌드가 만든 기능성 식품 시장

수면 간식 시장의 확장은 최근 확산되는 '바이오해킹(biohacking)' 트렌드와도 연결된다.

바이오해킹은 식품, 보충제, 기술 등을 활용해 신체 기능을 최적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집중력, 체력, 스트레스 관리, 수면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식품 컨설턴트 아미르 무사비(Amir Mousavi)는 "사람들은 언제나 더 빠른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한다"며 "초기 단계의 과학적 증거만으로도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먹어서 몸을 바꾼다'는 소비 심리가 기능성 식품 시장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캣 레더리(Kat Lederle) 박사는 수면 개선 성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출처=BBC]

◆결국 숙면의 해답은 '기본'

다만 전문가들은 수면 간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수면 상담 전문가 캣 레더리(Kat Lederle) 박사는 "성분마다 작용 시간이 다르고 음식과 결합했을 때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며 "언제, 얼마나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리스 머쉬룸 창업자 크루즈 역시 "초콜릿을 먹으면서 밤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인정했다.

결국 숙면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 시간, 전자기기 사용 제한, 스트레스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잠도 먹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숙면의 해답은 여전히 가장 단순한 곳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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