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정 더봄] 가장 재미있는 여행지는 바로 여기였군!
여행의 재미 99%는 사람에게 있다
가깝지만 의외로 우리가 모르던 곳
중국이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었나?
새벽 6시에 깼다. 해 뜨려면 30분은 더 있어야 한다. 옆에 아내가 자고 있어 불 켜기가 마땅찮다. 호텔은 이게 안 좋다. 한 공간에서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야 한다. 내 집에서처럼 한밤이나 새벽에 불 켜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없다. 긴 여행에는 아파트처럼 방과 거실이 분리된 숙소를 얻지만 이번처럼 이동이 잦으면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
중국 여행 4일째, 여기는 중국 하이난성(海南省) 싼야(三亚)다.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조심조심 옷 입고 로비로 내려왔다. 조식 준비하느라 그릇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사방이 조용하다. 이 시간에 뭘 할 수 있을까. 택시를 불러 린춘허(臨春河) 공원으로 향했다. 세수도 하지 않은 상태다.
봄(春)을 맞는(臨) 강(河)이라! 지금 1월도 우리 봄날씨 같건만 더 좋은 봄이 있는가 보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았는데 공원 입구 다리부터 중장년들로 붐비고 공안들도 나와 있다.
공원 곳곳에는 이미 여러 팀이 자리 잡고 있다. 태극권 모임 둘, 체조 또는 무용 모임 셋, 그 밖에 작은 단위의 팀들이 셀 수 없다. 대부분 50~70대이고 60대가 가장 많다. 오와 열이 착착 맞지는 않지만 음악에 맞춰 진지하게 임한다.
새벽 공원, 중장년들 올림픽이다!
태극권은 중국 정부가 표준형을 만들어 보급한 단체수련법인데, 관절, 호흡, 혈액순환에 좋다고 한다. 맨 뒤에서 따라 해봤다. 동작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이게 온몸에 영향을 주려면 하루 이틀 해서 될 게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주변을 의식했지만 아무도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긴 중국인들은 남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인식의 차이다. 우리나 일본처럼 공공장소를 '조용히 공유하는 공간'보다는 '당연히 행동과 소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여긴다. 그래서 옆에서 뭘 먹든, 뛰든, 큰 소리로 통화하든, 동영상 보든, '원래 그런 거'로 받아들이지 개인이 공동체에 피해를 주거나 무례하다는 느낌은 작다고 한다.
내 옆에서 누가 큰 깃발을 흔들길래 태극권에 맞춰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에 혼자 깃발 흔드는 사람이 꽤 있다. 알고 보니 그것도 어깨 관절, 허리 등을 자극해 주는 기공 운동이다. 왜 하필 헷갈리게 여기서? 하긴 공원은 넓어도 사람은 더 많으니 한갓진 곳이 없다.
둥그렇게 모여 세팍타크로처럼 유려하게 제기를 차는 팀들도 있다. 중국에 올 때마다 이 제기차기를 한참 바라본다. 재미를 넘어 거의 예술이다. 전에 한번 차봤는데 발을 살짝 갖다 댔더니 바로 코앞에 떨어졌다. 제기가 크고 묵직해서 힘껏, 그리고 정확히 맞춰야 한다. 우리 제기차기는 아이들 놀이이지만 이건 대단한 전신 운동이다. 올림픽 종목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곳곳에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쌍절곤 든 사람, 춤 연습, 스트레칭 등 정말 열심히 운동한다. 낮에 시내에서 느껴보지 못한 인구 100만 소도시(?)의 활력이 이 새벽 공원에서 분출한다. 중국에 필라테스, 요가, 수영, 헬스 같은 개인 맞춤형 스포츠가 어느 정도 인기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집단운동 문화는 아주 건강해 보인다.

여행의 감동은 자연에서, 재미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지금껏 다닌 곳 중에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만일 "루마니아가 좋았어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예? 루마니아? 아···"하며 끝을 흐린다. 루마니아에 대해 아는 거라곤 유럽 변방의 가난한 공산국가, 드라큘라, 집시 같은 음울한 옛 지식뿐인 사람에게 내 추억과 감흥이 무슨 소용 있겠나. 사람마다 여행 취향이 달라 어떤 대답도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잘 알려진 곳 이야기로 끝맺곤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가장 가볼 만한 곳은 루마니아도, 독일도, 일본도 아닌 바로 중국이었다. '뜬금없이 웬 중국?' 할지 몰라도 정말이다. 중국만큼 재미있는 곳은 드물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여행지로서의 중국에 대한 느낌은 좀 약하다. 특히 중장년 세대는 도시지역보다 장가계, 계림, 황산 같은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다녀 중국 여행의 '재미' 요소는 잘 모르는 듯하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연 비경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곤 하지만 여행의 재미는 자연보다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 처음 가보면 많은 사람이 와글와글 살아가는 모습만 봐도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신기한 것도 많다. 광저우 월수공원에서 물을 찍어 길바닥에 붓글씨 쓰던 사람, 상하이 인민공원에서 자녀 프로필을 적은 우산을 펼치고 앉아 결혼 상대자 찾는 부모들, 동네 시장에서 젊고 참한 여인이 큰 칼로 악어 앞다리를 내리치는 모습 등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그들 문화를 입체적으로 실감한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처음에는 중국 자유여행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다녀온 후로는 "한 번 더 갈까?" 하며 작년에만 세 차례 다녀왔다.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 칭다오, 싼야, 하이코우, 광저우, 선전 등 전부 도시여행이었다. 거리 가깝고 항공요금과 현지 물가 저렴하고 귀찮고 돈 많이 드는 여행비자가 한시적으로 면제된 것도 중요했다.
힘들지 않게, 재미있게, 그렇다면 중국으로
중국에서는 젊고 팔팔한 세대보다 나이 지긋한 세대가 더 편하고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간판, 표지판의 한자를 쉽게 읽거나 대충 때려 맞춰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식당 메뉴판도 '어떤 재료를, 쪘는지 튀겼는지'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왠지 현지인들 성향이 별로 낯설지 않다. 한번은 쑤저우의 과일가게에서 30.3위안을 내려고 1각(0.1위안=20원) 동전을 찾는데 주인이 뭐라고 소리쳐서 깜짝 놀랐다. 중국말은 모르지만 "이 사람아, 그걸 뭘 찾아? 그만둬!"가 분명했다.
젊은 세대는 일본은 매사 합리적이고 정확해서 여행하기 편하다지만 우리 세대는 중국의 이런 '비합리적' 인심에도 그럭저럭 적응된다. 내가 어릴 때 또는 우리의 70~80년대 정서 비슷하다.

젊은 시절에는 더 힘들고 특별해 보이는 곳에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사람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 좋아진다. 굉장한 볼거리보다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곳 말이다.
내 눈높이에서 볼 때 아직 중국은 여행지로서 세련되지 않고 불편함도 많긴 하다. 말이 한번 안 통하면 끝까지 방법이 없고 소도시에선 커피 한잔 마시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도 여행의 맛이다. 기대 수준을 낮추면 편해진다.
최근 들어 사람들에게 점점 더 중국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처음 해외여행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개 일본, 싱가포르, 대만, 태국 같은 곳을 고려한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가깝고 여행 인프라 좋고 깔끔하고 안전하고 문화적으로도 다채로워 가성비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한자문화권이나 영어가 통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참고해서 중국도 첫 여행 후보지로 검토해 보시기 바란다. 여행지 중국은 한마디로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곳'이니까.
☞양생=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하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태극권이나 기공 같은 신체 운동뿐만 아니라 음식 조절과 마음 다스림을 포함한 생활 전반의 건강법을 의미한다.
<글쓴이의 중국 여행 팁>
△ 멋진 자연은 여행의 감동을 더해주지만 여행의 재미는 대부분 사람에게 있다. 중국의 도시 풍물, 평범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인상적인 여행 콘텐츠다.
△특히 관광지 외에도 공원·시장·주택가 등 현지인 생활공간에 가볼 만하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며 여행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중국은 이동 시간·항공료 부담이 비교적 적고 현재 단기 여행에 대해 30일 무비자 정책을 시행 중이므로 요즘이 가볍게 다녀오기에 아주 좋은 때다.
△중장년 여행자라면 한자 실력을 활용하여 언어적 핸디캡을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다.
△디지털 발전이 빠른 중국이지만 아날로그적 감성 또한 필요하다.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여유를 가지면 사람들의 호탕함과 인심 속에 여행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박헌정 작가
기업체에서 25년 일한 후 이 시대 중장년의 의미 있고 행복한 놀기 문화를 효과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조기 은퇴하고 먼저 놀아보기 시작했다. 국내외 여행, 지방 이주, 대학원 등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놀아본 성과와 문제의식을 '원초적 놀기 본능'이라는 타이틀로 7년간 연재했다. 때로는 낯선 도전 앞에 망설이지만 결국 설렘 속에 길을 나선다. 은퇴 세대에게는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겪어보는 것만큼 즐거운 놀이도 드문 것 같아 그동안의 여행 경험과 지혜를 나누려 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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