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이 그리는 새로운 세계
"채용 과정에서 학력, 출신 학교 수집하지 말아야"
지난해 9월 발의, 상임위 논의 앞둬
"사회 바꾸는 중요한 지렛대 될 것"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어떤 이야기는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지겹다. "학벌주의를 타파하자"라거나 "출신 학교로 차별하지 말자"는 말이 그렇다. 누군가 이런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면 대개는 귀에 잘 들어 오지 않거나, 어쩌면 "그게 되겠어?"라는 반응을 들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무기다. 갖추지 않으면 싸움에서 지고 마는.
교회도 다르지 않다. 시험 전날과 수능 한 달 전, '주일성수'를 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입시 철마다 반복되는 철야 기도와 기도 제목은 우리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독교 정신을 내세운 사립학교나 대안 학교들의 속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명문대를 얼마나 많이 보내느냐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여 주는 잣대가 된다. 고 2때부터 수능을 치르게 해 입시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연습시키겠다고 홍보하는 기독 대안 학교도 있다.
최근 국회에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이른바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9월 9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채용 과정에서 수집을 금하는 정보 범위에 학벌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신체 조건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에 더해, △학력 △출신 학교 △신앙을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법안이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이전에도 서너 명의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 왔다. 다만 "직을 걸고" 밀어붙이는 사람이 없었기에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시민단체 300여 곳이 참여하는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국민운동과 국회의원 추진단이 만들어지고, 지난 1월 국회도서관에서 '법률안 개정 추진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법안은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3월 5일 교육의봄 사무실에서 만난 송인수 대표는, 이 법을 제정하는 것이 "교회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교회는 모든 공적 영역에서 하나님나라를 실현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이는 생애 주기에서 대학에 간 이후의 과제로 귀결될 때가 많다. 하지만 송 대표는 학생 시절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법이 교회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렛대'가 될 수는 있다고 했다.
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교육 전문가나 시민단체 운동가라기보다 기업 HR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해 왔는지 느껴졌다. 다음은 송인수 대표와의 일문일답.
-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제정 운동을 오랫동안 해 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를 할 당시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국민이 왜 사교육비 투자를 줄이지 않는지 더 깊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고 확인한 적이 있다. 사교육비를 계속 지출하는 이유를 물을 때 부동의 1위로 나오는 응답이 있다.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입시 경쟁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도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은 단번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만 전담하는 단체가 필요했다. 2020년 '교육의봄'이라는 단체를 창립하고 6년 동안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왔다.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은 2016년 오영훈 의원을 통해 처음 발의했고, 그후 고 이상민 의원과 이수진 국회의원도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동안 법안을 추진하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봤다. 국회 안에서도 막연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있었다. '기업이 싫어하지 않겠느냐', '기업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아니냐', '구직자들이 불편해하지 않겠느냐', '출신 학교를 보지 않으면 무엇을 기준으로 채용하겠느냐' 등이었다. 이전에는 이런 질문에 대해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주로 집중했지, 관련 실태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6년 동안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들을 체계적으로 모은 것이다. 그런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강득구 의원을 통해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이번에는 소관위 법안 상정을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들과 주무 부처인 교육부·고용노동부도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분위기가 상당히 무르익었다. 지금은 상반기 입법을 목표로, 법이 현실에 뿌리 내리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 등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 실제 채용하는 기업들에서 반발은 없나.
지금까지는 조직적인 반발이 특별히 없다. 기업들은 출신 학교를 기준으로 채용 과정에서 걸러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반발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법은 없던 내용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출신 학교 채용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 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학력, 출신 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이다.
다만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 규정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출신 학교로 채용하는 것이 차별이라면, 채용 과정에서 그 정보를 수집하지도 말아야 하지 않나. 기업들도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를 수집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다 안다.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무시해 왔던 것이다. 학력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건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다행인 것은 기업들이 10년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채용을 해 보고 실제로 직원들이 일하는 결과를 보면서 내부 데이터가 쌓였다. 학력이나 학벌이 직원의 유능함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기업들도 나름대로 확인해 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생각했던 가설들이 깨지는 것을 보게 됐다. 예를 들어, SKY나 외국 대학 출신들이 더 유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채용해 일을 시켜 보니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파악하면서 기업들도 그렇다면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대안적인 채용 솔루션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고 판매하는 시장도 상당히 커졌다. 출신 학교를 보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곳들이다. 이제는 대안이 없어서 법을 제정하지 못한다는 말은 못한다.
무엇보다 학벌 중심 채용이 기업에도 항상 유익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학벌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았더니 대기업에서 입사 1년 만에 회사를 떠나는 비율이 28%에 달했다. 학벌 중심의 양적인 스펙으로 적합한 인재를 추정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비용을 기업 전체로 환산하면 4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반면 직무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그에 맞는 도구로 정확하게 평가하면 퇴사율이 낮아진다. 실제로 채용을 잘하는 기업들을 여러 해 추적해 보면 공통적으로 학벌이 아닌 직무 중심 채용을 하고 있다.
- 학벌 중심 관행이 워낙 많은 영역에 스며들어 있어 이제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새삼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의식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일 듯하다.
입법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갈 길은 멀다.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심 관행은 여러 제도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에까지 자리 잡고 있다. 학벌이 좋은 사람은 곧 유능한 사람이고, 직업 세계에서도 대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그 계층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은 많은 고통과 차별을 겪으면서도 '내가 무능해서 그런 것 아닌가', '공부를 덜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지방대나 고졸 출신들은 '서울대 출신이 채용 과정에서 유리한 혜택을 받는 게 당연하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놀았지만 저들은 뼈 빠지게 공부했으니까'라고 생각한다.
학벌이라는 괴물이 제도 속에만 똬리를 틀고 있으면 시민들이 저항할 텐데, 사람들의 인식 속에도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더 어렵다. 그 후유증으로 입시 경쟁은 갈수록 고통스러워지고 사교육비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은 침묵하고 고통받는 다수의 약자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체념한다. 그래서 법 제정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집단이 그렇게 많지 않다.

- "출신 학교도 능력이다", "지금까지 명문대 진학을 위해 노력했는데, 채용에서 인센티브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출신 학교를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 나는 교육 단계에서는 곤란하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능력주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직업 세계에서 업무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특정 출신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개인적으로 능력주의와 학벌주의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학벌을 보고 채용하는 것을 능력주의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능력주의가 아니다. 학벌이 보여 주는 능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암기력, 정답 찾기 능력, 그리고 성실성 정도다. 그것도 18~19세까지의 것일 뿐이다. 지금 평균 취업 나이는 30살 안팎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 기간의 경험과 노력을 중심으로 검증해야 하지 않나. 출신 학교는 능력이 아니라 후천적 배경이다. 배경만으로 사람의 유능함을 판단한다면, 서울대를 나왔지만 이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사람도 유능하다는 건가.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우대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그 직종에서 서울대 출신이 적합하다는 근거를 보여 줘야 한다. 마케터라면 마케팅 능력이 있는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등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능력은 보지 말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만 봐 달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리한 주장이다. 이 법안은 각자의 능력을 정확한 채용 도구를 통해 확인하도록 만들겠다는 법이다.
- 이번 개정안에는 '신앙'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불교 신자가 개신교 기관에 취업하거나, 신천지 등 이단으로 규정한 곳의 신도가 교회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 조항은 우리와 관계없이 강득구 의원이 넣었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은 신앙도 차별 금지 사유로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도 요즘 기업들이 이력서에 종교를 쓰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 종교를 채용 과정에서 수집하거나 차별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수집하면 안 되는 정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종교 기관이나 종교 교육기관에서 직원을 뽑을 때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다. 해당 종교에 친화성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합리적인 이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연구직이나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 학력, 출신 학교뿐만 아니라 성별이나 나이로 인한 차별도 심각한 문제다. 혹시 이러한 내용까지 법안에 함께 담는 방안은 고민하지 않았나.
성별이나 나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관련 법률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아무리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름만 봐도 어떤 성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등 불가피한 현실도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력서에 사진 첨부도 하지 않고, 성별·주민등록번호·나이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출신 학교와 학력을 걷어 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나머지 문제들은 또 다른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싸워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도 학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두 운동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도 필요하지 않을까.

- 학벌 문화는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기독교적 가치를 가르친다고 내세우는 대안 학교들조차 결국 목표는 '좋은 대학 보내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공부와 성적은 교회에서도 '신'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 한국교회 내 학벌주의 문화는 어떻게 바라보나.
정확히 말하려면 여론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교회 역시 최소한 사회 못지않게 학벌 의식이 강하다고 본다. 나는 기독교 신앙과 학벌주의가 합쳐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앙은 여러 가치가 충돌할 때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삶을 1순위로 두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할지 주일성수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믿음이 더 중요하다"며 힘을 실어 주는 교회나 가정이 얼마나 될까.
한국교회에서 학벌은 사실상 신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하나님은 학벌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도록 키우는 것이 교회의 목표가 아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알고 나서 세상의 모든 학문이나 랍비의 신앙 체계 등을 배설물처럼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오히려 바울이 배설물처럼 여겼다고 말한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모습이 많다.
이런 현실은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에 희망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부모들은 스스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만 나오면 무너진다. 만약 가정과 교회에서 학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고 그런 가치로 교육했다면 지금의 교회 상황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 단순히 주일성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맞다. 공부와 입시 경쟁 자체가 어떤 가치관을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다. 학벌을 추구하게 되면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가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기 쉽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돕거나, 타자를 위해 수고하고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내어 주는 삶을 배우기는 어렵다. 이것은 직업 세계에 들어간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 시절부터 경험하며 배워야 할 가치다.
지금 한국 사회의 학벌 중심 교육과 과도한 사교육 투자는 결국 자기의 이익과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신의 이익과 안전을 내려놓고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다. 현재의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는 기본적으로 타자를 지향하지 않는다. 많은 기독교인이 그 경주에 함께 가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회는 이를 신앙의 이름으로 오히려 강화한다.
- 법안이 제정되면 채용뿐 아니라 교육·계급 등 한국교회와 사회 여러 영역의 지형이 바뀔 것 같다. 어떤 변화를 그리나.
이 법이 개정되면 자동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단 기업은 학벌 대신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일부는 여전히 학벌을 판단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학벌을 수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채용과 교육, 삶의 방식 전반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 올해 상반기 안에 법 제정을 전망하고 있다. 송인수의 다음 스텝은.
법이 제정되면 당장 기업·정부와 협력해 좋은 채용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할 것이다. 이미 좋은 채용 방식에 대한 여러 대안과 기술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어떤 도구가 있고, 판별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기업에게 보여 주면서 학벌 중심 채용을 넘어서는 방향을 함께 모색하려 한다. 정부와 함께 기업이 좋은 채용을 만들어 가도록 유도하는 일이 첫 번째 과제다. 이를 위해 좋은 채용을 하는 기업들을 계속 발굴하고 시상하는 일도 필요하다.
교육 영역에서는 입시 제도와 대학 서열 체제를 개편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특히 수직적으로 굳어진 대학 서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 시장에서 특정 학교가 우대받는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고, 앞으로는 미래 직업 세계에 필요한 역량을 중심으로 채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교육도 그 역량을 길러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학 서열 구조는 수직적이라 역전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둔각형 구조에 가깝다. 물론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상위 대학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다른 대학들이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더 평준화된 구조다. 그런 방식처럼 교육 역량을 통해 얼마든지 경쟁하고 역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입시 경쟁의 병목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채용 시장의 약자인 고졸 취업자들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하는 청년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사회적 여건과 정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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