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영향점검] 조선·해운은 수혜, 항공은 유류비 급증에 '울상'

한종화 기자 2026. 3. 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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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양측 대기 중인 선박들[출처 : 마린트래픽 화면 갈무리]
WTI 선물 일일 차트[출처 :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잠시 안정화됐던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국내 산업군도 수혜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해운 운임과 선가가 상승하는 해운업·조선업은 중동 사태의 수혜 산업이고, 유류비가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업은 피해 업종으로 파악됐다.

7일 연합인포맥스 원자재선물 종합(화면번호 6900)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5일 배럴당 81.01달러로 전일 대비 8.5% 급등했다. 2024년 7월 이후 최고가로 이번 중동 사태 이후 21% 오른 수준이다.

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천연가스 선물(TTF) 은 사태 이전 메가와트시(MWh)당 31.9유로였다가 6일 기준 60% 오른 51유로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세계 해상 석유 운송의 27%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의 23%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번 사태로 가로막혔고, 카타르가 이란의 공격으로 천연가스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 탱커와 LNG선 선가 상승 기대…조선업 수혜

중동 사태에 따른 원유와 LNG 가격의 상승은 우리나라 조선업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항로를 우회하게 되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한 데다 해운 운임이 오르면 선사들이 높은 선가를 감당할 수 있다.

특히 원유를 수송하는 탱커(Tanker)의 경우 글로벌 선대 대비 수주잔고 비중이 18.4%로 신규 발주에 따른 공급량 부담도 낮은 편이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탱커선의 평균 선령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노후 교체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향후 유조선의 신조 발주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LNG선의 신조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유럽과 아시아의 수급 경쟁이 심화하면서 LNG선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카타르 이외에 미국, 호주, 아프리카 등에서 LNG 프로젝트가 가속화되면 이 역시 LNG선의 발주로 이어진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선의 선가는 1월 척당 2억4천800만달러에서 2월 2억4천850만달러로 50만달러 증가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종은 조업의 절반을 LNG에 의존하는데 전쟁 때문에 반사 수혜를 볼 예정이고 탱커 시황도 뜨겁다"며 "조선업의 주가 조정폭이 커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 해운 운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3.3배 급등

해운 운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빠르게 반응한 가격 지표 중 하나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4일 발간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일 기준 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이 지난 2월 13일 대비 약 3.3배 상승했다.

해상 경로 우회로 인한 톤-마일(화물 중량×이동거리) 증가 효과, 위험수당, 보험료 등으로 해운 운임이 오를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물동량 역시 급감해 2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동량은 평시 대비 약 80% 줄었다.

탱커선 시장의 점유율이 22%(2월 기준) 수준인 우리나라에는 이번 사태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탱커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증산과 장금상선의 중고선 대규모 매입, 밀수 선박의 폐선 등으로 이번 전쟁 이전부터 운임 상승이 나타났다.

HMM[011200] 등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해운사, 또 LNG선을 운용하는 국내 해운사들의 경우에도 연료비 및 변동비 증가분을 운임에 전가할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용한 선복이 감소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약으로 운임 추가 강세도 가능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약은 원유, 석유화학제품, 액화석유가스(LPG), LNG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 항공유 가격 급등…유류비 부담에 항공업계 '울상'

지난 5일 기준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중동 전쟁 이전의 배럴당 93.45달러에서 140% 상승한 225.44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 비용의 30% 내외를 차지한다. 유류비의 상승분을 유류할증료를 통해 일부 전가할 수는 있으나 수익성의 하락을 피하기는 어렵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국내 주요 항공사의 총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약 37%까지 높아진 바 있다"며 "원가 부담을 운송단가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은 또 항공편 취소와 여객 수 감소라는 결과도 초래한다.

대한항공[003490]은 이번 사태 발생 이후 8일까지 인천-두바이 노선의 양방향 운항을 취소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9일 이후도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화물 사업을 보유한 대형항공사(FSC)의 경우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여객 사업과 보완적이라 일부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이에 해당한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전략적 해상 요충지의 교란으로 운송 지연이 10일 이상 확대되면서 반도체·전자부품·자동차부품 등 시간 민감도가 높은 화물의 항공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항공 산업의 손익은 여객 부문의 비용 부담과 화물 부문의 수익 보완 효과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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