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라” 환청 듣다 숨진 12세…‘이 병’ 탓이었는데, 검사 없었다

정은지 2026. 3. 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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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같은 증상부터 정신 이상까지…FLAMES로 뇌염 조기 인식 강조
머릿속에서 '천국으로 가라'는 목소리를 듣던 12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뒤늦게 뇌가 붓는 질환인 뇌염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단=미아 가족 제공

"천국으로 가라."

머릿속에서 이와 같은 말을 듣던 12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뒤늦게 뇌가 붓는 질환인 뇌염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미아 루카스는 사망 전 몇 주 동안 극심한 정신 증상을 겪었다. 검시 조사에서 그는 머릿속에서 자신을 해치지 않으면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목소리를 들었고, 그 환청에는 "천국으로 가라(go to heaven)"는 말도 포함돼 있었다.

미아는 2023년 12월 31일 집에서 이상 행동을 보인 뒤 노팅엄 퀸스 메디컬 센터(QMC)에 입원했다. 당시 그는 부엌에서 칼을 잡으려다 이를 막으려던 어머니와 몸싸움을 벌였고 이후 정신건강법에 따라 치료를 받게 됐다. 의료진은 당시 그의 정신증에 신체적 원인이 없다고 판단했다.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미아는 2024년 1월 29일 셰필드 어린이병원 병실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고 다음 날 사망했다.

검시 배심원단은 미아가 진단되지 않은 자가면역성 뇌염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뇌염은 뇌에 염증과 부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정신증·행동 변화·환청 등 신경정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 노팅엄 병원에서 뇌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요추천자 검사가 시행되지 않은 점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뇌염 인식 부족, FLAMES를 기억하라!

이 사건 이후 전문가들은 뇌염 인식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제 단체 엔세펄라이티스 인터내셔널(Encephalitis International)은 최근 'FLAMES'**라는 약어로 주요 증상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단체명 중 encephalitis는 뇌염을 가리킨다.

FLAMES는 △독감 유사 증상(Flu-like symptoms) △의식 소실(Loss of consciousness) △급성 두통(Acute headache) △기억 문제(Memory problems) △감정·행동 변화(Emotional/behavioural changes) △발작(Seizures)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호가 나타날 경우 뇌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엔세펄라이티스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인 아바 이스턴 박사는 "젊은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증은 중요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며 "뇌염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뇌가 붓는다"…환청·발작까지 부르는 '뇌염'

뇌염은 뇌 조직에 염증이 발생해 뇌가 부어오르는 중증 신경계 질환으로, 감염성 또는 자가면역 반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홍역 바이러스, 장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면역체계가 자신의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뇌염이 있으며, 이때 환각, 망상, 급격한 행동 변화 같은 정신증 증상이 초기 신호로 나타날 수 있다.

뇌염은 전세계적으로 10만 명당 3~30명 수준으로 발생하며, 성인보다 소아 및 청소년에서 발병률이 높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1,000명 정도의 자가면역 뇌염이 보고되며, 바이러스성 뇌염은 사망률이 20%에 이르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된다.

뇌염은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며, 치료가 늦어지면 영구적인 신경학적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상적으로 뇌염은 발열, 두통, 의식 변화, 기억력 저하, 발작, 행동 변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일부 환자에서는 급성 정신증이나 환청, 공격성 같은 신경정신 증상이 먼저 나타나 정신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아시클로버 등), 스테로이드, 면역치료, 항경련제 등이 사용된다. 중증 환자는 호흡 보조 치료나 집중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회복 후에도 인지 기능 장애나 운동 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 사례가 보고된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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