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를 보다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3. 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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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다. 창간한 지 20년이 된 만큼 <아레나>도 내공을 쌓았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창간호를 다시 봤다. 그때 다룬 제품과 이슈, 인물은 20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

2006 What's Next?
감히 추천한다. 2006년 한 해 가장 강력한 파워를 발휘해 마지않을 것들. 주목해보자. <아레나>의 예감이 얼마나 적중할지. 패션·뷰티·아트·문학·과학·테크·스포츠 분야의 2006 핫 리스트 33.

누구보다 예리하게 트렌드를 짚어낸다. 잡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창간호는 장장 8페이지 분량으로 각 분야 주목할 것들을 33개 꼽았다. 그때 꼽은 리스트에는 신기 좋은 점쟁이처럼 지금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들이 남아 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디자인이다. '중국 미술'은 예상대로 세계 미술계에서 점점 영향력을 높였다. '올해의 요정, 김연아'는 피겨 요정에서 여왕으로 성장한 후 전설로 남았다. 주목할 만한 소설가로 꼽은 '김애란'은 이후 꾸준히 소설을 집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제 대중화됐고, '박지성의 엔진회전계수'로 예상한 박지성의 활약은 오래 이어졌다.

대한민국 위스키 40년  
'단스' 한가운데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던 빨간색 조니워커. 해외여행은 물론 양주 수입도 금지된 시절이었다. 집집마다 고이 모셔만 둔 조니워커는 대부분 월남전에서 돌아온 병사나 중동에서 일한 건설 노동자의 남루한 가방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비, 관우, 장비는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예로부터 남자에게 술은 친구와의 우정을, 애인과의 애정을 돈독하게 했다. 이런 존재이기에 남성지에서 술은 한 분야로서 꾸준히 탐구해야 할 주제다. 창간호에선 거창하게 '대한민국 위스키 40년'을 훑었다. 소주에 갈색 색소를 섞어 만든 가짜 위스키 도라지부터 당시 한 잔에 290만원 한다는 맥캘란 1926까지.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 위스키가 어떻게 저변을 넓혔는지 다뤘다. 2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 위스키 시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여전히 전통의 강자 블렌디드 위스키는 굳건하고, 다종다양한 싱글 몰트 위스키가 저마다 유혹하는 시장. 한국에서 위스키를 증류해 한국산 위스키를 만들기까지 하니 쌓인 시간만큼 눈에 띄게 성장했다.

Golden Girl
남편 눈치 보느라 셔츠 단추 한 개도 못 풀던 선(SUN)이 <아레나> 창간호를 위해 과감히 옷을 벗었다. 할리우드 둥지 위로 날아간 김윤진의 힘찬 날갯짓. 응원차, 그녀가 머무는 LA로 <아레나> 촬영장을 통째로 옮겼다.

섹시하게. 남성지에서 여성을 화보로 촬영할 때 강조하는 촬영 콘셉트였다. 당시 섹시함은 여성이 보여주는 당당함의 또 다른 뜻이었다. 평상시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섹시한 모습은 남성지라서 더욱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땐 그랬다. 창간호에선 미국 드라마 <로스트>의 새 시즌을 한창 촬영하던 배우 김윤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성공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연기파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수준에 오르는 거였다. <로스트>라는 작품 하나만 심판대에 오른 상황이다. 아직 성공을 얘기하기엔 멀어도 한참 멀었다." <로스트>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로스트>만큼 화제에 오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다. 그리고 '연기파 배우'로 불린다. 성공했다. 

얇아야 산다
소수점을 다투는 휴대폰의 다이어트 약사()는 모토로라의 첫 번째 슬림 슬라이드 폰인 MS600에 이르러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두께는 LG싸이언의 초콜릿 폰보다 0.1mm 더 얇은 14.8mm. 0.1mm라도 엄연한 신기록이다.
전자기기는 남자의 장난감이다. 남성지에 빠질 수 없다. 휴대폰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관심 가는 전자기기. 창간호에선 점점 얇아지는 휴대폰의 트렌드를 짚어주며 당시 가장 얇은 슬라이드 폰인 모토라드 MS-600을 소개했다. 테크 기술은 가장 빠르게 변화한다. 20년이 지나며 많은 게 달라졌다. 일단 통화 품질 운운하던 휴대폰은 인터넷 품은 스마트폰으로 변했다. 그 변화 속에서 모토라드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여전히 브랜드는 존재하고 스마트폰을 만들어내긴 한다. 하지만 이젠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낮다. 아직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초콜릿 폰을 내던 LG는 스마트폰 사업부를 철수했으니까.  

보통이 아니시오, 보통 씨
여기 사는 남자가 세계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서 한 해에 수십만 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라는 걸 옆집에서 과연 알까 싶었다. 그 정도로 수수하고 특징 없어 보이는 73번지의 서재는 천장 끝까지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바닥 가득 아들 새뮤얼의 레고가 쌓여 있었다. 막 받아 든 차가운 물잔을 레고 트럭 위에 놓으며 인터뷰는 시작됐다.

창간호에는 세계적인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터뷰가 실렸다. 영국 본지 기사를 번역했나 싶었는데 직접 인터뷰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그의 자택에 찾아가서.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장을 보내 인터뷰를 수락했다는 놀라운 섭외 비화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완벽한 책, 완벽한 책." 2006년 그는 <행복의 건축>을 출간하려던 차였다. 이후 그는 꾸준히 책을 썼다. <일의 기쁨과 슬픔>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뉴스의 시대> 등 사회 전반에 그의 감각을 기울였다. 그가 자신이 말한 대로 '완벽한 책'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완벽한 책'을 쓰기 위해 부단히 정진한 건 알 수 있다. 또한 2008년 인생학교를 만들고 책을 벗어나 다양한 활동도 펼쳤다.  

잘생긴 배우라는 주술, 언제쯤 풀릴까?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화 <비트>를 통해 청춘 아이콘으로 등장한 이 배우 앞에 열여섯 편의 필모그래피가 쌓여 있다는 사실을. 영화와 호흡하면서 물처럼, 바람처럼 10년을 흘러온 이 남자가 그 찬란한 스타성에 바란 평가에 대해 욕심보다는 '갈증'을 느낀다는 것을. 그만의 목표를 향해 또다시 소리 없이 흐르는 자가 될 것이라는 진실을
.
창간호에서 정우성 인터뷰를 발견했을 때 반가웠다. 우선 그때나 지금이나 스타인 그가 <아레나>의 시작과 함께해서. 다음은 그때 모습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 물론 자세히 보면 젊어 보이긴 하다. 하지만 정우성다운 눈빛과 모습은 그대로다. <비트>에서 발화한 어딘가 쓸쓸한 남자의 초상. 당시 그는 중국에서 <중천>을 촬영하던 중이었다. <중천>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정재와의 인연을,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목표를 얘기했다. 이후 20년 동안 그는 이정재와 우정을 이어나가는 걸 넘어 같이 회사도 차렸다. 그리고 2023년 <보호자>를 만들며 영화감독도 됐다. 아, 인터뷰 제목에 쓴 '잘생긴 배우라는 주술'은 여전히 풀리진 않았다. 20년이 흘러도 잘생겼으니까.   

현대·기아차 주식을 사둬야 하는 이유
2006년 2월 9일 현재 현대차 주가는 8만500원, 기아차의 주가는 1만9600원이다. 현대차는 6개월 전 7만2100원, 1년 전 5만8000원이었고, 기아차는 6개월 전 1만5100원, 1년 전 1만2700원대였다. 이 추이만 봐도 우리는 알 수 있다. 현대·기아차 주식은 사두는 게 신상에 무척 이롭다는 걸.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현대·기아차 주식이 오를 전망이니 사두라는 기사다. <아레나>는 경제적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남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에 경제가 빠질 리 없다. 경제 기사로 주식 사라고 해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다룬 종목이 현대·기아차라서 더 흥미로웠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현대·기아차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20년 전과 평행우주가 펼쳐지는 느낌. 2006년 현대·기아차는 합병 이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중이었다. 판매 대수와 영업이익이 성장하던 시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순위도 7위로 올랐다. 지금 현대·기아차 주식을 주목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올해 CES에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피지컬 AI 회사로서 주목도를 높인 까닭이다. 아무튼 그때 <아레나>를 보고 주식을 샀더라면.  

정답만 말하는 여자
요즘 아나운서 노현정은 연예인이 아니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유지한다.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화제는 가장 무게감 있는 KBS 1 TV의 아침뉴스 <뉴스광장>이 아니다. <상상플러스>라는 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올드앤뉴'라는 코너다.

그렇다. 2006년에 노현정 아나운서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상상플러스> '올드앤뉴' 코너의 핵심은 그였다. 단정하게 앉아 출연자가 오답을 말하면 "틀렸습니다, 공부하세요!" 하는 그의 말은 심지어 유행어가 됐다. 예능 프로그램 속 단아한 그의 말투와 태도 자체가 재미 요소였다. <아레나>는 노현정 아나운서를 창간호에 인터뷰이로 불렀고, 이 인터뷰는 그의 결혼 전 마지막 잡지 인터뷰가 됐다. 2006년 갑자기 KBS를 그만두고 범현대가 3세와 결혼한 까닭이다. 노현정 아나운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 난 뭐든지 '행복'이 기준이에요. 일도 연애도." 이후 그의 소식은 범현대가 행사 때나 간간이 들렸다.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재벌가 며느리로 행복하길. 

Hey, Jude!
주드 로는 파도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고, 물결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2006년은 이 사실을 증명해 보일 시간이 될 것이다. 대중의 요구를 쫓기보다, 배우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그림에 충실히 색을 더해가는 예술가. 그가 바로 주드 로다.

창간호 커버는 영국 배우 주드 로다. 담배를 툭 늘어뜨리듯 물고 있는 얼굴 클로즈업. 검은색 수트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흑백으로 처리한 사진이었다. 얼굴 한편에 그늘을 드리운 조명은 그의 눈빛을 더욱 빛나게 했다. 커버스토리 사진 역시 같은 톤의 사진이 실렸다. 무심한 듯 서 있는 모습에서 자연스레 멋이 풍겨 나왔다. 단정한 수트를 입었지만 옷매무새가 살짝 흐트러져 자유분방한 느낌도 들었다. 딱 <아레나>가 창간하며 롤 모델로 삼은 남자. 당시 기사를 읽어보면 주드 로는 스타와 배우 사이에서 불만이 있었다. '잘생긴' 배우의 틀에 갇히길 거부하는 그의 고심이 읽혔다. 이후 20년 동안 그는 수많은 작품으로 증명했다. '할리우드 미남 배우의 몸에 담긴 성격파 배우'로 불릴 정도로.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래빗>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Locker Rooms
그라운드에서의 90분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축구선수는 90분 전후로 더 사납고 긴 시간을 라커 룸에서 보낸다. 라커 룸은 운동장과는 또 다른 모태인 거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목 놓아 기다리는 10명의 영혼이 땀내만큼이나 짙게 밴 라커 룸 안팎의 풍경.

2006년은 독일 월드컵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축구에 대한 관심은 더없이 뜨거운 시절이었다. 4강 기적을 이룬 다음 월드컵이니 관심도는 최고조. 이런 뜨거운 이슈를 놓칠 리 없다. 창간호에선 전 세계 축구 스타 10명을 다루며 그들의 활약을 전망했다. (한국 잡지니까) 박지성부터 티에리 다니엘 앙리를 지나 뤼트 판 니스텔루이까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 기사에서 다룬 축구 스타는 거의 모두 은퇴했다. '거의'가 중요하다. 거의라고 했지만 단 한 명이다.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현역이 있다는 게 놀랍다. 그 주인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힐지도 모를 그 호날두다. 그가 20년 동안 걸어온 길을 아는 사람으로서 기사 내용이 재밌다. '조금 센 홀딩맨을 만나면 평정을 잃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축구 괴물인 그도 어릴 땐 빈틈이 있었다.

New Boys
세상일이라는 게 예상대로만 되진 않겠지만, 2006년은 수입차 전성시대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올해 신차 라인업은 우선 다채롭다.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에서, 예전 같으면 수입되지 않을 푸조 1007 시티카까지.

자동차는 남성지의 주요 콘텐츠다. 남성지는 자동차를 이전과 조금 다르게 바라봤다. 자동차에 취향을 담아내고, 라이프스타일에서 자동차가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했다. 창간호에서도 자동차 기사는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당시 출시한 신차들을 살펴봤다. 메인 자동차는 폭스바겐 5세대 골프 GTI. 당시 기사에서는 이렇게 소개했다. '우락부락한 스포츠카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고 아우토반의 추월선을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소형차 골프 GTI.'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골프 GTI는 명성을 이어왔다. 작년에 출시한 골프 GTI 부분변경 모델은 8세대. 2006년 골프 GTI의 출력은 200마력, 지금 골프 GTI의 출력은 245마력이다. 마력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종 첨단 안전장치 및 주행보조 장치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골프 GTI가 '핫해치'의 대명사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인센티브
1000만원. 입이 떡 벌어질 이 돈을 남다르게 쓸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블랙칼라 워커'다. 추천해주고 싶은 기발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아레나> 편집부로 연락 바람.

가격대별 추천 제품은 종종 진행하는 기사다. 창간호도 1억원부터 1만원까지 가격대별 추천 제품을 다뤘다. 인센티브를 받았다면 쓰라고.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기사는 아니다. 소유욕을 자극하는 제품을 두서없이 모았다. 대신 취향을 풍성하게 할 제품. 당시 소개한 제품을 몇 개 꼽아보면 이렇다. 1억원 이내 경비행기와 경주마, 1000만원 이내 라이카 M6J와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100만원 이내 모토라드 레이저와 X박스 360.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소유욕을 자극하는 제품은 비슷하다. 경비행기와 경주마는 여전히 갖고 싶지만 못 산다. 라이카와 롤렉스는 여전히 싸진 않아도 세월 대비 가격이 많이 오르진 않았다. 휴대폰과 게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살 만하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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