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 무너진 도시에서, 약국을 ‘랜드마크’로 만들다

감성균 기자 2026. 3. 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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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베이스×약사공론 1등약국 프로젝트] 진신아 약사
지역 랜드마크 만드는 약국 경영법 1

약사공론과 휴베이스가 함께한 '1등약국 프로젝트'가 2년여의 장대한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를 시작합니다.

이번 시즌은 더 이상 초급이 아닌, 현장을 지켜낸 약사들을 위한 연재입니다.

실제 경영의 고민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인사·노무·매출관리·재고최적화·고객관리·약국 브랜딩 등 실질적인 경영의 뼈대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휴베이스 현장 회원 약사들이 직접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이론이 아닌 실제 약국에서 벌어지는 성공과 실패, 고민과 선택의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이제는 약국이 '조제 중심'이라는 틀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브랜드를 갖춘 약국,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갖춘 약국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약국 경영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믿음. 그 믿음을 함께 나눌 '1등약국 프로젝트 시즌 2', 현장의 약사들이 전하는, 진짜 경영의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진신아 약사 / 휴베이스 서천백제약국 대표약사 / 학술동아리 공공포럼 시냅스 정회원/ 제45회 약국 경영대상 대상 수상 (2019)

30년 차 약사로서 현장에서 발로 뛰며 경험한 약국 '랜드마크화'의 해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늘 변해왔습니다. 과거 군산에서 20년간 연중무휴로 밤 10시까지 약국 문을 열어두던 시절, 저의 핵심 전략은 '물리적 접근성'과 '제품의 다양성'에 있었습니다. 언제든 열려 있고 필요한 품목을 폭넓게 갖추는 것이 경쟁력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전 새로 개국한 서천 약국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지고 고령화율이 43%에 이르는 지역적 특성뿐만 아니라, 반경 200m 안에 12개의 약국과 20여 개의 병의원이 밀집해 있는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 약국은 단순히 약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장소가 아닌, 환자 개개인의 통합적 약력 관리를 기반으로 환자가 믿고 다시 찾는 약국, 심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약국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실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이어지는 치료'의 핵심, 체계적인 약력 관리

농어촌 지역 약국에서 약력 관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치료의 연속성을 지키는 핵심 도구입니다. 저는 "환자를 기억하는 시스템"의 힘을 믿습니다.

기록이 기억을 이깁니다(데이터의 메뉴얼화)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 환자가 밀려드는 바쁜 시간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매 물품뿐만 아니라 환자의 특이 사항을 체계적으로 입력하는 매뉴얼을 구축했습니다.

기초 데이터 구축: 나이대, 성별, 연락처는 가장 기본입니다.

구매 히스토리 분석: 어떤 성분의 약을 선호하는지, 지난번에 어떤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했는지 기록합니다.

생활 밀착형 메모: "손자가 곧 초등학교 입학함", "등산을 좋아하심", "근무형태(야간근무,3교대)" 등 소소한 정보를 입력해 둡니다.

반복 방문을 통한 데이터 축적: 꾸준한 기록을 통해 환자의 건강 변화를 한눈에 파악합니다.

데이터는 어떻게 '라포(Rapport)'가 되는가?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환자와의 연관성(Relevance)을 유지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초개인화된 상담: "지난번 혈압이 조금 높게 나왔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어떠세요?" 이 질문을 받은 환자는 약사가 자신의 상태를 기억하고 꾸준히 신경 써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선제적 케어: 50대 남성 환자에게 전립선 건강이나 간 기능 개선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등 환자의 성별과 나이대를 고려해 필요한 제품을 먼저 제안합니다

다제약물 관리의 전문성: 여러 의료 기관을 이용시 약물 중복과 부작용 여부를 체크합니다.

기록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환자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환자들은 자신을 기억해 주는 약사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며, 이는 재방문율과 객단가의 상승, 약사로서의 직업적 보람으로 이어집니다.

2. 고령 환자 맞춤형 '직관적 케어 시스템'

고령 환자분들에게는 복잡한 설명보다 한눈에 이해되는 구조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① 대형 복약지도 봉투 활용

일반 소형 봉투 대신 A4 크기의 대형 봉투를 사용해 시인성을 높였습니다. 약의 실제 이미지를 삽입해, 글을 읽기 어려워도 약 모양만 보고 구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② 컬러 스티커 시스템

질환별·시간대별로 색상 스티커를 부착해 다제약물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오투약을 예방합니다. 색상 체계는 단순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직관적인 안전장치가 됩니다.

3.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택트(On-Takt) 케어

농어촌 지역이라고 해서 디지털 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간단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면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① 사진 기반 비대면 상담

약 구분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업무폰으로 사진을 보내오면, 약국에서 다시 표시해 안내해 드리는 '해피콜'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수술 전 복용 중단 약물 문의 등 긴급 상황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 신뢰 형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② 실비보험 청구 방법 안내

온라인 청구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청구 절차와 필요 서류를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직접 대행하지 않더라도, 친절한 안내만으로도 약국은 '가장 먼저 찾아가 물어볼 곳'이 됩니다.

4. '솔루션 진열'을 통한 치료 알고리즘의 시각화

약국 공간 자체가 환자의 불편을 읽고 답을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나열식 진열이 아니라, 증상 간 연관성을 고려한 '연관 진열(Cross-Merchandising)'을 통해 입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근골격계 솔루션 구성: 통증 완화에 필요한 제품들을 한데 모아 제안합니다.

② 구강 건강 패키지 제안: 잇몸 질환 등에 필요한 보조 제품들을 세트로 구성합니다.

③ 만성질환 영양소 보충(Drug Mugger) 안내: 장기 복용 약물로 인해 부족해질 수 있는 영양소를 시각적으로 안내합니다.

'기능적 랜드마크'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약국의 경쟁력은 화려함이 아니라, 우직함으로 쌓이는 신뢰에 있습니다. 변함없는 태도와 배려가 이어질 때 그 신뢰는 단단한 기반이 됩니다. 환자의 건강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늘 함께하는 곳, 그것이 제가 그리는 랜드마크 약국의 모습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약국 경영의 또 다른 축인 인력 관리와 외부 활동을 통한 약국 인지도 향상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능적 랜드마크'는 결국 사람과 관계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