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출자 받으려면 ESG 요소 반드시 고려해야?…대체투자 업계 ‘술렁’

안효정 2026. 3.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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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기금을 운용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 의무화가 형식적인 '체크리스트 채우기'에 그친다면 기금 운용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며 "법안 추진시 국민연금에서도 대체투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질적인 수익률 기여도 측정 등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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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ESG 의무화’ 개정안 발의
대형 GP 선제적 대응…“오히려 기회”
“중소형사 진입장벽 높아질 것” 우려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제공=국민연금]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국민연금이 기금을 운용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적용 범위를 주식·채권을 넘어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영역까지 명시하고 있어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행보에 따라 국내 투자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 의원 10인은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행법 제102조 제4항에 명시된 ESG 요소 고려 규정을 ‘고려할 수 있다’(임의 규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강행 규정)로 변경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원칙을 세우고 ESG를 투자 지표로 활용해 왔으나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번 개정안은 투자대상과 관련해 ESG 요소를 반드시 점검하도록 해 기금 운용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적용 대상을 PEF 등 대체투자 영역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를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이미 자체적인 ESG 관리 체계를 구축해 가동 중인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GP)들의 경우 법제화에 따른 실무상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GP들은 단순히 피투자기업의 ESG 요소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사내에도 ESG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ESG 위원회 개최 빈도와 위원회 운영 규정의 구체성은 물론 안건 심의가 경영 의사결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등 운영의 실효성까지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추세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이미 노사 관계 리스크 등을 점검하는 ESG 실사가 프로세스화되어 있다”며 “위원회가 그저 형식적으로 열리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단계까지 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 의무화가 오히려 GP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SG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운용사일수록 잠재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국민연금의 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해지면 이미 시스템을 갖춘 GP 입장에서는 타 운용사와의 차별성을 입증하고 출자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운용사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력과 자본이 풍부한 대형 GP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ESG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GP들에게는 국민연금 출자 사업의 문턱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수익률뿐 아니라 ESG 관리 역량이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각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ESG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신중론 또한 제기된다. ESG 가치가 투자 원칙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를 법적 의무로 강제하는 것이 자칫 투자 효율성을 저해하는 ‘규제의 덫’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의무화가 형식적인 ‘체크리스트 채우기’에 그친다면 기금 운용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며 “법안 추진시 국민연금에서도 대체투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질적인 수익률 기여도 측정 등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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