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핵탄두 확충” 전격 선언…유럽 ‘핵우산’ 속도 낸다

천호성 기자 2026. 3.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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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의 핵전력을 갖춘 프랑스가 핵탄두 확충을 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프랑스 핵잠수함 한 척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에 투하된 모든 폭탄의 합과 맞먹는 위력을 지닌다. (일본에 투하된) 초기 핵폭탄의 1000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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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30년 만에 첫 핵무기 증강
트럼프 집권 뒤 유럽 안보 불확실성 커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 프랑스 서부 롱그섬 해군기지에서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열은 핵잠수함 ‘르 테리블’ 앞에서 이뤄졌다. EPA 연합뉴스

세계 4위의 핵전력을 갖춘 프랑스가 핵탄두 확충을 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방어를 뒷전에 두면서, 유럽 스스로 ‘핵우산’을 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르피가로·리베라시옹 보도를 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프랑스 서부 롱그섬 핵잠수함 기지에서 “향후 반세기는 핵무기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스스로를 강화할 것이며, 그 전략은 유럽의 토대 위에 단단히 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핵탄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적의 대응을 어렵게 하기 위해 앞으로 몇 기를 늘릴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현재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290기의 핵탄두를 갖고 있다. 핵무기폐기국제행동(ICAN)의 장마리 콜랭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10년 내 50∼100기 정도의 핵탄두 증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핵 전략 자산을 유럽 동맹국에 전개하는 ‘핵 교리’ 변화도 예고했다. 핵 탑재가 가능한 프랑스 공군기가 영국·독일·폴란드·스웨덴 등 8개 나라에 배치될 수 있도록 각국과 협의를 마쳤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 공군이 유럽 각지에 분산 배치돼 적의 계산을 복잡하게 할 것”이라며 “특히 독일이 이 계획에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 프랑스 서부 롱그섬 해군기지에서 핵잠수함 ‘르 테메레르’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르 테레메르는 16기의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각 미사일은 10기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초기 원자폭탄의 10배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AFP 연합뉴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은 연내 첫 모의 핵타격 훈련을 하기로 했다. 독일 전투기·함정 등 재래식 전력이 프랑스 전폭기나 핵잠수함을 호위하는 방식이다. 리베라시옹은 “러시아를 겨냥한 강력한 신호로 (프랑스군이) 미군처럼 동유럽 국경 인근에서 핵 미사일 모형을 장착한 라팔 전투기를 비행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 안보 환경이 급변해 핵 전력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2022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등 핵 보유국이 개입된 전쟁이 잇따르며 세계가 “핵 문턱 아래” 놓였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역시 안보 여건이 뒤흔들린 원인으로 꼽았다.트럼프 대통령이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최우선에 두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기반한 유럽 방어에 뒷전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은 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벨기에·터키 등 유럽 5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나토 동부 국경을 이루는 루마니아에 미군 1천명 철수를 통보하는 등 유럽 주둔 전력을 줄이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 국가와의 충돌이 벌어지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유럽에서 나온다.

이에 유럽연합 내 유일한 핵보유국인 프랑스가 유럽연합에 ‘핵우산’을 씌우는 것을 목표로 전력 증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핵우산은 핵무기 없는 동맹국이 적의 핵 공격을 받으면, 대신 핵무기로 보복해준다는 약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프랑스 핵잠수함 한 척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에 투하된 모든 폭탄의 합과 맞먹는 위력을 지닌다. (일본에 투하된) 초기 핵폭탄의 1000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유럽 각국은 환영하고 나섰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X)에 “우리는 친구(동맹)들과 함께 무장해 적이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프랑스와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썼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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